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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회는 자갈치회

by 무량화


점심 무렵, 약속 시간에 맞춰 지하철 1호선을 탔다.

금정구 노포동에서 출발해 서구 다대포역까지 가는 1호선이다.

자갈치역 10번 출구에서 내렸다.

시장통으로 들어서자 벌써 자갈치시장이 꿈틀거렸다.

명절 대목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신호다.

처음엔 친구와 그것도 모르고 다음 주쯤 자갈치시장으로 회 먹으러 한번 진출해 보자 했다.

약속 미리 앞당기길 잘했지 뭔가.

까딱하면 제수물 사러 대목장 보러 온 뭇 인파에 치일뻔했다.

전에 부산 살 땐 회를 전혀 입에 대지 않았기에 횟집에서 모임이 있으면 혼자 소라를 익혀 먹었다.

취미가 배낚시인 요셉은 한겨울에도 깊은 난바다로 출조를 나갔다.

심해에서 건져온 겨울바다의 꽃이라는 열기(불볼락)며 감성돔, 우럭 같은 좋은 해물을 그땐 거들떠도 안 봤다.


미국에서 회를 먹기 시작해 지금은 멍게회 같은 물컹한 회가 아니라면 다 먹는다.

친구가 몇 십 년째 단골로 가는 자갈치 시장 안 활어 가게 앞에 다다랐다.

요즘 먹을만한 횟감을 추천해 달라하자 제철 횟거리로 방어와 밀치를 각각 건져 올린다.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다는 방어는 비늘도 없어 보일 만치 생김새가 매끈하고도 말쑥한 게 신사 같다.

노마님 둘이 감당하기 버거운 양인 데다 살이 붉은 편이고 부드러워 씹는 맛은 덜할 거라 한다.

처음 이름 들어보는 밋칠한 생선은 밀치, 참숭어라 했는데 희멀건한 보기와 달리 씹는 맛이 꼬들꼬들하단다.

쫄깃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차지다기에 참숭어를 택해 사이즈 작은 녀석 무게를 달아보니 2kg가 좀 넘는다.

가격은 kg당 1만 원, 따로 밥 먹을 수 없을 만치 둘이서 푸지게 먹고도 2만 원에 상차림 값 8천 원이니 거저 같다.



퍼득거리는 걸 잽싸게 다뤄서 도마에 올려놓더니 칼질하는 건 직접 안 봤지만 금방 처리해 회가 됐다.

위층으로 올려 보낸 횟거리를 따라 우리는 층계로 올라갔다.

일식집이나 전문 횟집같이 온갖 모양 부려 야사시 하게 꾸미지 않은, 자갈치만의 진솔한 생선회 접시가 맘에 든다.

들러리로 내놓은 상추와 들깻잎, 생다시마, 풋고추에 생마늘, 묵은지, 배추김치, 양배추 채엔 고소한 콩가루를 얹었다.

양념 막장에 초고추장과 와사비가 생선회 접시를 호위하듯 둘러싸니 상차림이 그들먹 푸짐하다.

회와 쐬주란 공식을 무시해 버리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낮술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둘 다 소주를 못 마시기 때문이다.

음식 사진을 찍으려면 동행자에 따라 체면도 차려야 하고 예의도 지켜야 되니 이래저래 저어 되는 경우가 적잖은데 염치 불고하고다.



손대기 전에 몇 장 찍겠슴다.

대기시켜 둔 폰으로 요리조리 찍어가며 재밌고 신이 나서 한바탕 웃어젖힌다.

이런 게 곧 힐링타임.

회 맛 음미해 보기도 전이나 이미 기분만땅이다. 흐흠! 조오타!!!

양념장 살짝 찍은 마늘과 초장 적신 회 두서너 점을 깻잎에 얹어 한입 가득 넣는다.

으음~ 바로 이 맛이야! 어떤 음식인가를 먹으며 눈 지긋 감기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회 한 점씩 깨작거리던 전과 달리 볼 미어지게 한가득 우물거리며 입 가리고 맛있다는 소리 자꾸 나오기도 난생처음이다.

뭐든 최고란 말 잘 붙이는 한국인은 심지어 요리 앞에다 '세계 최고' '한국 최고'의 맛이라며 과장법을 스스럼없이 쓴다.

이참에 나도 몇 번 써봐야겠다, 회는 자갈치회가 최고!!!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어시장 자갈치에서 맛보시라, 싱싱한 회를!!!

물 좋은 활어라서 인지 유독 식감 꼬들거리는 제철 회를 즐기려면 자갈치로 오시라.

자갈치로 오셔서 푸짐하게 즐기시라.



https://brunch.co.kr/@muryanghwa/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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