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됐슈

by 무량화


세상 모든 자녀들은 이미 효자 노릇을 다했다고 봐유.

품 안에서 눈 맞추며 방글거리던 아기였을 때.
첫 이가 올라오고 첫 발짝 떼어놓는 순간의 경이감을 안겨줬을 때. 재롱부리며 부모의 기쁨이 되어준 자녀들은 그렇게 충분히 world's best Kids였지유.


자녀들이 어릴 적에 엄마나 아빠를 꼭 끌어안고는 볼을 비벼대면서, 엄마 냄새가 좋아~우리 아빠 세상에서 최고! 라며 속살거리던 고 향그러운 목소리를....


그 모든 일들을 부모들은 평생 기억할 테지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부모 자식 인연은 지중한 것.

부성애로 상징되는 가시고기처럼 가족 위해 헌신해 온 아버지는 물론, 아기를 열 달 품었다가 산고 끝에 낳아서 키운 모든 모성은 위대한 존재이네유.



세월이 참 많이 흐르고 흘렀네유.

아득할 만큼....

생각나는지? 누구나 꼬맹이적에 이런 질문을 받아봤을 테지유.

엄마가 더 좋으니? 아빠가 더 좋으니?

어린아이들이 애답지 않게 눈치 재치 요령까지 9단을 넘나드는 요즘처럼 영악해빠지지 않았던 시절,

장난 삼아 묻는 어른들의 그 우문에 순진하고 천진스러운 아이들 괜히 난처하기만 했을꺼유.

엄마가 더 좋다 하면 아빠가 서운할 거구 또 그 반대라면....

어린 속으로도 그런 생각이 마구 뒤엉켰을 터.


그렇게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그 또한 부모 되어 자신의 분신에게 외줄기 사랑을 보내고.


오롯한 내리사랑. 그게 세상 순리아닌가베유.

어버이날 하나로 뭉뚱그려 합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어머니날(5월 둘째 일요일)과 아버지날(6월 세쩨 일요일)이 따로 있는디유.

조부모님 날(레이버 데이 다음 일요일)도 물론 기념일이지유.

일요일이므로 휴일이라 자동으로 시간을 내어 가족끼리 함께할 수가 있잖어유.

공휴일 잘 만들어 챙기는 한국인디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웬일인지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더라구유.



어머니날이 내일로 다가왔네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해의 일지인데유.


캘리포니아 랭커스타에서였지유.


머더스데이를 앞둔 주일날 미사 말미에 엄마인 분들은 모두 일어서라며 특별강복을 주시더만유.

주말이라 꽃바구니와 선물 들고 집에 온 그때.

딸내미는 무슨 생각이 들었나 모르지만 전 천국에 계신 엄마 생각하며 기도 바쳤어유.

어머니날이면 선물 얘기를 빠뜨려선 안되겠쥬.

이번엔 무슨 선물을 받았을랑가유?

두 자녀를 두었으니 맹송하게 그냥 지나칠 날은 아니었을테니께유.

몇 년 전부터 저는유, 받고 싶은 선물을 미리 적어보내네유.


취향은 대충 알지만 불필요하거나 맘에 안 드는 선물이면 괜히 돈 낭비나 되잖아유.


머더스데이 즈음해 애들 괜히 신경 쓰지 않도록 원하는 목록을 그래서 미리 적어 보내버릇했슈.


실은 무엇보담두 한창 일이 바쁜 사람들 선물 선택의 고민 덜어 주려구유.

올해도 일찌감치 선물 목록을 작성해서 전송했다네유.

짬 날 때 준비하라구유.

부모자식 사이에 어려울 까닭이 뭬 있겠슈.

염치 차리거나 눈치나 볼 필요는 없잖겠어유.

애들 부담되니 더러 한번씩 사양하고 넘어가면 안 되느냐구유?


선물 전할 부모가 곁에 생존해 있다는 것만도 감사할 일 아닌가베유.

낭중 언젠가는 하고 싶어도 못할텐데유 뭐.



아들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꽃인 해당화 향기 은은한 불가리아산 향수를 청했더니 가격이 약소해서인지 두 병씩이나 오더.^^


딸내미한테는 읽고 싶은 책 이름을 줄줄 써보냈지유.

한국도서를 맘대로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거나 그런 책을 취급하는 서점이 있다면
굳이 책선물을 원치 않겠지만유.

원했던 책은 광장, 월든, 남한산성, 국화와 칼 등 다섯 권인데 추가로 딸내미가 고른 은어낚시 통신, 올해 젊은 작가상 수상집 등등 총 아홉 권을 받았네유.

한아름 책을 받아 드니 별안간 부자가 된 양 뿌듯한 기분이 들더라니께유.


곁들여 꽃바구니도 빠뜨리지 않았더라구유.


꽃 선물은 언제 받아도 무조건 흐뭇하거든유.


마치 잘 차려진 상 앞에 앉은 듯 책을 펼쳐 놓고 어느 것부터 집어 들까 갈등 생겨 주루름 표지를 일별해 봤는디유.


인문도서는 두 권이고 주로 소설집 위주라 한두 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지게 보내겠네유.


대체로 소설은 흡인력이 여간 아니지 않잖아유.


그 가운데 척 앞표지만 봐도 내용이 짐작되는 책이 하나 있더라구유.


각계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았다는 책인디 시대가 시대인만치 실망스러웠구유.


일부러 산 책이지만 왠지 그 책은 읽을까 말까 고려해봐얄 거 같으네유.


영화로 본 김훈의 남한산성은 간결한 문체 공부 위해 꼼꼼히 봐야 하니 좀 미뤄두기로 했구유.


다시 한번 읽으려고 택한 광장은 그보다 더 뒤에 아주 천천히 읽기로 했슈.


결국은 벌써부터 읽고 싶던 국화와 칼을 제일 먼저 펴들기로 했어유.


다 읽고 독서후기 썼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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