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 통영, 달아 전망대와 미륵사

by 무량화


문향이자 예향인 통영.

우선 앞바다 물빛이 곱다.

지중해에서 볼 수 있는 투명한 사파이어 혹은 비취빛이다.

괜히 해금강이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이겠는가.

다도해에 점점이 뜬 섬은 몽환적이다.

태평양 군도에서나 느낄법한 아스라한 이역의 정서를 불러온다.

그래서인지 오래전부터 문학과 예술의 향기 골골에 짙어 박경리 선생 유치환 선생이 깃들었다.

미륵도 산양일주도로를 달려 이름 예쁜 달아공원 달아 전망대에 올랐다.

일몰 정경이 빼어났다는데 한낮에 뻘쭘히 들른 달아공원.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를 닮아서 달아공원이 되었다던가.

그보다는 달아, 달아, 이태백이 노던 달아~~ 바다에 뜬 달구경하며 흥건히 오른 흥취 돋우기 좋은 곳이어서는 아닐지.

호수같이 평온한 청남 빛 바다에 흩뿌려진 섬은 저마다 자태 아리땁고도 믿음직스럽다.

눈앞에 뜬 사량도,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소장두섬, 동그마니 선 가마섬은 덩실 올라타면 가비얍게 내달릴듯하다.

길쭘한 남해섬에 대매물도, 송곳같이 뾰족한 소지도, 소나무가 많은 섬 송도, 보타닉가든이 있는 외도, 비진도와 저도도 지호지간에 앉아있다.

그중 가본 곳은 사량도, 공룡 등줄기 같은 옥녀봉 등정을 하며 좌우로 내리지른 절벽에 발끝 저릿거렸던 기억이 난다.

섬 전체를 정원으로 가꾼 외도의 보타닉가든, 어느 핸가 태풍 피해 심하게 입었다는 뉴스 듣고 안타까워했는데 지금은 어찌 변했을지 궁금타.



한려수도 섬들에 아련한 그리움 풀어내다가 문득 공원 중심부에서 하프 같은 모형의 조각을 발견했다.

선율 고운 하프가 아닌 그것은 납추를 매단 의미심장한 조형물로 제목은 '한없는 무거움'이다.

바다에 깔린 무수한 납의 피해로 빈사상태에 빠진 고니를 대비시킨 이 설치미술품은 바다환경을 살리자는 취지겠다.

주제가 납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설치되었음직하다.

그물에 매달린 혹은 낚시꾼들이 폐기한 추며 해녀들이 물질할 때 허리에 차는 납추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서서히 유해 납성분을 풀어낸다.

납중독으로 해조류가 병들고 바닷고기가 오염되며 덩치 큰 바닷새가 쓰러져 버린다.

종국엔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인 우리에게 그 폐해가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경고다.

바닥에 널린 납덩이 사이로 낚싯줄이 엉겨있고 널브러진 동백꽃 통째로 툭 떨어져 뒹군다.

얼마 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반격이라는 유튜브를 보다가 꽤나 섬뜩했던 기분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실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공해, 심각하게 인류를 옥죄 드는 현실이 아닌가.



달아공원을 내려와 미래사를 잠깐 돌아보았다.


통영시 남쪽 미륵도 중심에 호기롭게 우뚝 솟은 푸른 산이 미륵산이다.

편백나무 푸른 향 사이로 나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찾아간 미륵산 미래사는 단정한 사찰이었다.

효봉 선사의 상좌였던 구산 스님이 50년대에 세운 암자로 효봉 문중의 발상지이며 법정 스님이 출가한 절이다.

주차장에서 연못을 지나려니 물속에서 놀던 자라 가족이 바위에 올라와 일광욕 중이라 한참 구경하였다.

작은 연못에 걸린 화강암 다리에 조각된 용무늬는 사뭇 입체적이다.

돌다리 건너 편백숲 아래 사리탑을 지나자 사찰의 풍모가 드러난다.

절문 앞에 쓰여있는 삼회도인문(三會度人門), 미래에 오실 부처님인 미륵불이 출현한 후 3차에 걸쳐 설법할 자리라는 절이다.

현세가 아닌 삼생을 떠돌다 보면 어느 미래에 미륵불 뵈오려나, 혹여라도 시절 인연 닿기를 감히 바라본다.

미래사 불유정 약수는 중생들의 소원에 귀 기울여주는 데다 달다고 소문이 나 일부러 물 뜨러 오는 이들이 많다는데.

시원한 약수 손바닥으로 서너 차례 받아 마신다.

그 옆으로 너른 마당 거느린 요사채 설매당 마루에 일가족인 듯 방문객이 앉아 스님과 담소 나눈다.

마당에서 정중앙에 단을 쌓아 모신 높직이 대웅전이 서있고 측면 뒤로 물러나 앉은 도솔영당은 이름도 가람 배치도 영 낯설다.

양떼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편백숲 푸르고 숲에 감싸인 불전 앞쪽에는 삼층석탑 적광탑이 시립 해있다.

서쪽 자항선원에 비하면 이층 누각인 범종각은 날아갈 듯한 지붕 선부터 좀 호사를 부렸다.

울창한 수림 사이로 맑은 계곡이 흐르고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과 바위굴이 있다는 미륵산.

산정에 오르면 아름다운 한려해상이 한눈에 들어 조망권이 아주 훌륭하며 청명한 날에는 대마도가 보인다고.

케이블카 타고 스윽 올라가는 건 싱겁고 언제 한번 기회 만들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산행을 해보자.

통영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는 위치의 미륵불상도 만나보고, 천천히 산길 걷는 힐링 여정을 마련해 봐야겠다 갈무리하며 일찌감치 오른 귀로.

아무래도 아쉬워 도무지 감질만 난 짧은 일정의 통영행이다.

몇 며칠 한갓지게 구경 다니기 맞춤 맞은 언니네랑 통영과 거제를 다시 한번 여유롭게 둘러봐야겠다.

매물도행 배도 타보고 외도도 가보고 마리나리조트에서 꿈의 요트 세일링도 가져볼까 한다.

그건 너무 겁나려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