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 푸르른 철에는 독초 조심

by 무량화


협죽도 얘기 중에 천남성까지 곁들인 김에 산야 푸르른 철에 조심해야 할 독초 이바구를 이어가겠다.
독초라면 포이즌 아이비부터 떠오른다.

미 동부에 살다 보면 포이즌 아이비가 얼마나 지독한 독초인 줄 절로 알게 된다.
겁나도록 무성한 포이즌 아이비 덩굴이 나무둥치를 타고 올라가며 동아줄처럼 휘감으면
단풍나무건 플라타너스건 맥을 못 추고 고사한다.

제 이파리보다 더 극성스레 번성한 포이즌 아이비에 결국 정정한 나무도 점령당하고 마는데. 기어이 영역을 넓힌 그 독초는 한여름 숲을 검푸르게 장악해 버리며 뭇 나무들의 숨통을 조인다.
왠지 주홍글씨에서 딤즈데일을 잔인하게 괴롭히던 칠링워드를 연상시키는 포이즌 아이비.
그 잎을 스쳤다 하면 가렵기 시작하며 벌겋게 화농 하다 물집이 잡혀 종당엔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집 상태는 대상포진 비슷하게 신경줄 따라 크고 작게 발생하며 긁어서 진물이 나오면 주변부로 퍼진다.

미칠듯한 소양감도 지독할뿐더러 관절 등 전신 통증도 극심하다.
한국의 옻나무는 그에 비하면 어린애 재롱급이다.



캘리포니아 산행 시 야영하면서 얄궂은 독풀을 만졌다.
정확히는 라면 그릇을 닦으려고 물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풀이 하얀 꽃을 피운채 무성히 우거져 있었다.
딱 모싯대 흡사하게 보이길래 그중 연한 잎이 달린 줄기 끝을 꺾으려다 엄마야! 비명이 터지고 말았다.
잎 뒷면과 줄기에 자잘한 가시가 나있어서 따갑기도 하거니와 그 잎이 닿았던 부위가 금세 아리고 저리며 마비된 듯 얼얼해졌다.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곧장 오돌도톨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푸 비누질해 손을 씻고 바셀린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손과 손가락 여기저기가 아리고 저렸다.

마치 해파리에 쏘인 듯한 느낌이었다

어릴 적 서해바다에 놀러 갔다가 해파리에 쏘였던 기억이 상기도 선연해졌다

그래서 나름 독초 이름을 해파리풀이라 붙였다.



오후에 다시 산행을 이어가던 중에 키다리인 그 풀이 다시 나타났다.

이때 우리 뒤를 따라오던 백인 아저씨가 얼른 주의를 줬다.
그 풀 독초니까 건드리면 안 돼요!라고.

이미 경험한 뒤이지만 휘적휘적 산길 오르는 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 깍듯이 보냈다.

손수건으로 상처를 감싼 손을 흔들면서.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에 와 인터넷 검색을 한 결과는 놀라웠다.

Giant hogweed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큰멧돼지풀이라 번역돼 있었다.

자이언트 하귀드는 포이즌이란 경고성 이름은 전혀 들어있지 않지만, 푸라코마린(furocoumarins)이라는 유독 성분이 들어 있어 맹독성 식물로 분류됐다.

푸라코마린이 피부에 묻은 채 햇빛에 노출되는 순간, 피부가 붉게 변하며 가렵고 물집이 생긴다고.
더구나 수액이 눈에 들어갈 경우 실명에 이른다는 독초였다.

원산지는 유럽으로 미 중서부에 건너온 외래종인 자이언트 하귀드는 작은 꽃이 모여 소복한 송이를 이루는 흰 꽃이 언뜻 보기엔 당근꽃과 흡사했다.

당시 저릿하면서 아린 기운은 하룻밤이 지나면서 가셨으나 물집으로 여러 날 고생했다.



한국 산야에도 독초가 의외로 흔하다.

명이나물이라 여기고 먹은 풀이 독초인 은방울꽃 새순인 경우.

곰취와 흡사한 동의나물도 마찬가지다.

동의나물, 은방울꽃풀, 복수초, 모데미풀, 젓가락나물 등은 아무리 연해 보여도 절대 식용하면 안 된다.

요즘 샛노라니 윤기 나는 귀여운 꽃을 피우는 미나리아재비도 그 가운데 하나.

이 식물의 즙에 라넌쿨린(ranunculin)이라는 독성이 있어서다.

산야에서 흔히 보이는 애기똥풀, 괴불주머니, 삿갓나물도 독초에 속한다.

특히 미나리아재비 과의 식물은 위 자이언트 하귀드처럼 대개 독성이 강하다.

인간과 짐승 모두에게 해로워 만일 젖소가 미나리아재비를 뜯어먹으면 독이 든 우유를 만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을 지나다가 본 전경 중 하나로, 목장에서 촌노가 미나리아재비를 한 움큼 뽑아 들고 나오는 걸 본 적도 있다.



봄철이라 쑥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일반인은 식용 쑥과 산국, 감국이나 구절초 잎과 식별조차 어렵다.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쑥은 줄기와 잎 공히 쑥색을 띠며 전체에 보얀 솜털이 싸여있고 비벼보면 쑥내음이 확 풍긴다.

산국 줄기는 풀 색깔이 아니라 붉그레하다.

약용으로 쓰이는 개똥쑥의 경우는 쑥이란 이름이 들어있어도 비슷한 내음조차 없다고.

한국으로 리턴한 첫 봄, 쑥떡을 해 먹으려고 햇쑥을 직접 채취해 데쳐서 휑궈 가지고 방앗간에 갔더랬다.

방앗간 주인이 쑥덩이를 훌훌 털어 풀어헤치더니 몇몇 쑥 줄기를 골라냈다.

줄기가 쑥색이 아닌 것들이었다.

쑥 속에 황국이 섞였다고 했다.

산국화 줄기였던 거다.

결과적으로 쑥으로 착각한 내 실수였다.



어리고 연한 식물은 독성이 대체로 약하다 여기기 쉽고 또 삶으면 독성이 사라진다 싶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새순을 식용하는 원추리에도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구토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충분히 데쳐서 사용해야 한다.

하긴 고사리도 삶아서 우리는 과정을 통해 독성이 약화되듯 식물마다 자체적 생존본능으로 저마다 독성을 지니고 있다.

삼나무나 편백의 방향성분 역시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물질이듯이.


괴불주머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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