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자양분, 따스한 봄햇살, 스치는 훈풍, 때맞춰 내린 비, 꽃가루 수정을 도운 벌나비,
모두가 하나로 힘 합쳐 어여삐 빚어낸 신비로운 생명이 오월 속에서 몸피를 키웁니다.
어쩌면 먼 마실 어딘가에서 낮닭 목청껏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들릴 듯 햇살 노곤한 한낮.
앵두며 오디 열매가 아득히 멀어진 유년의 고향에 대한 그리운 기억들 아련하게 불러옵니다.
하루 다르게 모습 갖춰가는 살구 매실 복숭아 무화과, 그들 중 버찌는 이미 불그레 단물 채워갑니다.
제일 늦잠꾸러기인 대추꽃은 몽오리도 올라오지 않았고 감꽃은 이제사 묵직한 눈꺼풀 열었군요.
정중동,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지만요.
내면적으로는 부단히 움직이며 변모하는 자연계의 생명체들이 새삼 경이로 다가옵니다.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봄 오니 이파리 밀어내 꽃 피고요.
열매 맺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고요하게 내실 키우는 나무의 가르침인 '정중동' 마음에 거듭 새기게 됩니다.
법정스님이 남긴 글 가운데 이런 시구가 있습니다.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실원 살구나무 아래에 서니 문득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