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뜰 화단의 풀을 뽑고 있는데
바로 옆엣집에 사는 닥터 빈이 아는 체하더니
얼른 내게 손짓을 한다.
우편함을 확인하러 나왔다가 뜰에 있는
나를 보고는 기회를 놓칠세라 급히.
자기네 집 화단으로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걸음을 옮기더니 여러 날 째 꽃대궁 쑥 올려
줄줄이 피어난 연보라색 꽃 앞에 멈춰 선다.
팔짱을 낀 채 빈센트 씨는 자랑스런 미소를 짓고 서있다.
둘러친 담장은 없어도 잔디밭 중간쯤으로 구역이 나뉘어 서로 경계선 삼은 이웃집이다.
부부가 다 의사인 데다 부인은 타주에 근무하는 터라 거의 집이 비어있기 일쑤다.
그래도 남의 집에 넝큼 들어가기 저어 되어
며칠째 피어있는 그 꽃을 그냥 멀찌감치서 건너다보며 여지껏은 흔한 글라디올러스려니 하던 꽃이다.
근데 키다리 꽃에 바짝 다가가 들여다보자 처음 보는 생소한 꽃이다.
오동꽃 비슷한 게 대궁 따라 종모양 꽃이 조롱조롱, 짙은 반점을 찍고는 촘촘 매달렸다.
빈센트가 이 꽃 이름을 아느냐고 묻는다.
도르르 굴러가는 영어로 뭐라 뭐라 해 싸며 약재로 쓰인다는 말을 하는 순간.
오오~ 디기달리스!
디기달리스? 맞지?
내 영어발음이야 밋밋하니 억양 없는 내리닫이 식 발음이지만 빈은 활짝 웃으며 격하게 맞장구를 친다.
디기달리스~맞아, 맞단다.
그는 아주 뜻밖이라는 듯 너 닥터였냐? 약사였냐? 어찌 이 꽃을 아느냐고 신기해한다.
평소 이웃에 살며 내가 꽃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동양인이라 여기긴 했겠지만
디기달리스를 알아본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는 표정이다.
나 역시도 그 쉽지 않은 이름이 어찌 그리도 쉽게 툭 튀어나왔는지 놀라웠고...
사진으로는 보았음직하나 실제로는 여간해서 만나보기 힘든 꽃.
심장초라는 속명도 있는 식물이니 심장병에 약효가 있는 꽃나무라는 설명이 또 한참 이어지길래
얼른 카메라 챙겨 올 게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