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듯 느슨한 듯 그러나 정확한

by 무량화


요새 한국 뉴스를 보면 과격한 반이민정책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곤욕을 치르는 것 같아 보인다.


곤욕 정도가 아니라 곤경에 처할 것 같이 심각해 보이고 험악하기 그지없다.


곧 니라 전체가 뒤집힐듯한 분위기로 총기를 넘어 장갑차며 최루가스 자욱한 시가지에 맞춰진 포커스.


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의 사례로 미루어 한국 미디어의 균형감각 잃은 편향성이 재삼 실감됐다.


트럼프가 해리스에 형편없이 뒤진다고 한국뉴스는 연일 떠들어 대던데 실제 현지 상황은 정반대였다.


혼자 어이없이 웃었던 대로 알다시피 결과는 반대로 입증됐다.



일요일 아침나절 워싱턴 DC에서 진행 중인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중계방송을 지켜봤다.


오늘 제주 하늘처럼 워싱턴도 잔뜩 흐린 날씨였다.


독립전쟁 당시를 재연한 퍼레이드에 이어 2차 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 모습도 화면에 오래 잡혔다.


한국전 히스토리는 삼 세 번 거푸 새겨들었으며 화면들은 캡처를 해뒀다.


위대한 아메리카를 외치던 트럼프 생일이기도 하다는 6월 14일.


미국이 간만에 제대로 각 잡고 위용 펼쳐 보이는 이유는?


분명코 거대한 메시지일 터다.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이 숨겨져 있는.


우크라의 대 러시아 전쟁은 얼라 소꿉놀이 수준이다.


요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 전면전 양상이야말로 미사일 폭격으로 불바다 현장에 다름 아니다.


이러다 중동전이 핵전쟁으로 확대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는 판이다.


표면상으로는 관세전쟁 같지만 미의 대중국정책, G2에서 세계 최고로 부상하려 설치는 꼴을 못 봐주겠다는 정도가 아닌 듯싶다.


종당엔 용 한마리를 짓이기려, 온전히 짓밟아 버려 마지막 숨통 조이려는 의도 숨기지 않는 미국이다.


그래서 무섭고 겁난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봐.


최강의 나라 미국, 아직까지는 누가 뭐래도 두려운 나라다.



사반세기 전 이미 그 나라의 저력, 바탕이 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직접 체험했다.


가족초청이나 결혼 등의 케이스가 아닌 경우 점점 미국으로의 이민 자체도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한 바 있다.


이민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예조차 자주 목격됐다.


설상가상으로 특히 911 사태후 가일층 이민 심사가 엄격해졌다.


전문직 취업이라도 대충 두 서너 해 걸리며 일반 취업자는 거의 7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가족초청의 경우 미혼 자녀는 좀 기간이 줄어드나 기혼자녀초청은 대략 8년 이상 소요됐다.


오래전에는 기본서류 조작 등 엉터리 이민자도 많았으며 사실 여러 편법을 이용, 눈속임이 흔했다지만 점점 최첨단 돼 가는 세상이다.


더구나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며 이민당국이 어리숙하게 넘어가는 경우란 거의 전무하다고 보는 게 맞다.


미국사회는 이민 절차뿐 아니라 매사 정확과 정직이 생명,


그만큼 모든 일처리가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


이민 사례만이 아니라 주택 구매만 해도 보통 깐깐한 게 아니라서 신기할 정도였다.


집을 사는데도 보통 6개월은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


처음 집구입을 하는 과정에서 놀라고 경탄한 것은, 그들의 빈틈없는 그러나 느릿한 업무 처리 방식이었다.


먼저 맘에 드는 집 고르기, 무수한 인터넷 검색을 통하고도 중개인과 며칠 발품을 팔아야 다.


집을 정하면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인스펙션부터 마치고 그때부터 동시에 바이어 측 구비서류 갖추기에 들어갔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를 겪은 뒤라 부동산 업계가 침체를 못 벗어난 당시였다.


그 까닭은 무수히 비어있는 주택의 적체율 때문인데 이것을 줄이려면 활발한 매매가 이루어져야 하나, 은행에서 론을 받는 것이 도무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될 정도였던 때다.


집을 사고자하는 수요자의 융자신청이 번번 거절되고 탈락되는 터수라, 집 매매 성립이 초반부터 좌초되곤 했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미국경제가 된서리를 맞게 된 이유였던, 주택 융자의 부실대출 사고 이후 론얻는 것이 무척이나 까다로워진 이다.


그것도 전에는 10%가량의 다운페이만으로 가능하던 것이 이제는 30% 다운페이로도 그리 녹록지 않을 만큼 대출은행이 한껏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700점 이상은 기본이고 그 외 현찰 다 주고 집을 사는 경우 외에는, 그만큼 론 얻기가 어렵게 된 상황.


요구하는 서류를 갖춰 접수 서류가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까탈스러운 반면, 일단 융자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번엔 은행에서 토지 측량 및 집 감정을 하고 셀러 측 정밀조사에 들어간다.


여기에 변호사가 당연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사후에 어떤 하자도 발견됨 없이 정확하고 틀림없이 일처리를 하게 된다.


고로 집 매매 성립 후 부정이나 사기 등의 문제 발생소지는 전무하다.


우리는 크로징 날이 3월 4일 오후 3시였다.


그 전날 미리 새 주소지로의 전기 수도 개스 인터넷 등 연결을 부탁해 두고 이삿짐을 챙겼다.


한국으로 되돌아간다 간다 하며 어설픈 뜨내기 살림을 해왔는데, 이제 정착을 위한 새 집들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밤잠을 설쳐가며 이사 준비를 했다.


그러나 당일에 이르러 마지막 한 가지, 셀러 측의 하자 문제 하나가 완결되지 않아 그날 입주를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된 다음 바이어와 셀러 및 양측 중개인과 은행 론 담당자와 변호사 입회하에서 수 백장(두툼한 논문 한 편 분량)의 서류에 사인한 뒤에야 집 대금을 주고받으며 최종적으로 집 열쇠를 건네받게 된다.


한국에서처럼 집을 결정하고 나면 먼저 계약금 얼마 주고 중도금 막대금 치르는 식도 아니다.


비어있는 집이라고 아무 때나 입주는커녕 내부를 수시로 둘러볼 수도 없다.


아무리 통장에 돈 준비가 되어있고 론이 떨어지고 모든 게 다 된듯해도, 셀러로부터 집 열쇠를 건네받아야 비로소 내 집인 것이다.


다시 잡힌 크로징 날짜가 3월 8일 오전 열 시, 이사하는 그때까지는 불편하고 엉거주춤한 생활을 며칠 더 감수해야 한다.


그날이 와 비로소 이삿짐을 옮기게 되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건, 얼렁뚱땅 혹은 일사천리로 속전속결 이루어지는 일이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구급차에 실려온 응급 환자 외는, 큰 병으로 수술 날짜를 받았어도 병원 입원절차조차 몇 달 대기가 예사.


성미 급한 사람은 애가 터져 기다리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그래서 미국인 인생의 태반은 기다리는 데 바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인다는 속담이 맞다.


그처럼 무엇 하나도 대충, 허투루, 쉽게, 눈속임 따위 끼어들 수 없는 구조다.


때로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허술한 듯 느슨한 듯 그러나 정확한 사람들이 대다수인 나라.


반면 대한민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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