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바위 일출이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나온 바 있어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소이다만.
애국가 배경화면이 천날 만날 똑같다면 식상할 터라서인지 지금 그 화면은 찾을 수 없더이다.
여하튼 그 연유로 뜨게 된 촛대바위, 추암이라오
허나 동해 어디건 뽐낼만한 일출 장관, 저 홀로 유독 멋지다며 추암만 줄곧 우려먹을 게 아니더라오.
주변엔 아주 독특한 바위 숲 능파대(凌波臺), 고려조에 지은 해암정 등 추암과 연계 지어 관광자원으로 활용 홍보할만한 명소가 더 있습디다.
촛대바위로 가는 길목엔 해묵어 버려진 듯 퇴락한 해암정(海巖亭,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3호)이란 정자는 돌보는 이 없이 창호문 찢긴 채 솔밭에 초라하게 서있었소.
고려 공민왕 10년에 삼척 심 씨 시조인 심동로가 낙향하여 지은 조촐한 정자라 하더이다.
조선의 문장가 송시열도 이곳에 들러 그 고즈넉함에 반해 "풀은 구름과 어우르고, 좁은 길은 비스듬히 돌아든다(草合雲深逕轉斜)"는 시 한 수를 남겼더라오.
해암정 둘러보고 소나무 사잇길로 들어서면 이번엔 푸른 바다 배경으로 자욱이 돌숲이 드러나더이다.
하늘로 오르고자 한 염원 품은 듯 일제히 하늘 향해 서있는 기기묘묘한 바위 무더기가 중국 석림에 비해 규모가 작을 따름이지 제법 위풍당당하였소.
누리 만년 이어진 침식작용과 파랑에 부대끼며 빚어놓은 비경은 오직 이곳만의 특화상품일진대
지역 주무 관련 부처의 안목 트이지 않음이 안타까웠소.
일찍이 조선시대 한명회가 이 자연에 감탄하며 능파대라 이름 붙였으며 '능파'는 아름다운 여인이 파도 타듯 가벼이 내딛는 걸음걸이를 뜻한다오.
능파대의 절경을 읊은 시로는 이식(李植, 1584~1647, 형조·이조·예조 판서)이란 분이 이미, "천 길 절벽은 얼음을 치쌓듯/하늘나라 도끼로 만들었던가/부딪히는 물결은 광류처럼 쏟아지니/해붕이 목욕하는 듯한 이 광경 말로는 못하겠네." 하였다오.
송곳처럼 뾰쪽 치솟은 추암 주변에는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펼쳐놓았더이다.
그외 눈여겨볼 만 한 곳은 동해시 촛대바위길 28에 자리한 출렁다리였소이다.
추암과 연결시켜 바다 위 절벽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걷노라면 푸른 물결과 해안 암벽 사이로 마치 파도 위를 유영하는 특별한 느낌도 받았소이다.
기타 등등은 기존의 수려한 풍광, 역사가 기록한 뚜렷한 자원은 오히려 외면한 채, 그럼에도 예산만 축내는 조각 공원 등 그 외 부대시설들 억지 써가며 무책임하게 지어댈 뿐이더이다.
규모는 또 어찌나 대단한지 하도 같잖아서 사진에 담기조차 마뜩잖은 조형물들.
탁상 행정의 결과물은 꼴불견에 더해 혈세 낭비로 이어지니 제 주머니 돈 아니라고 그리 헤프게 풀어제킬 수가.
서기 512년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한 삼국사기 한 대목만 붙들고 당시 사람들이야 꿈에라도 구경 못한 맹수 '사자' 형상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했다는 식의, 트로이 목마를 본뜬 우화 같은 각본 가지고 공원을 조성하는 따위.
졸렬하기로는 서태지의 발해를 꿈꾸며, 노래보다 몇 수 아래로 허술하니 어설프더이다.
지자체 시대를 맞자 각 지방마다 관광자원이 될만한 것이라면 무엇이건 작은 꼬투리만 잡혀도 끌어다 붙여 과대포장시키기에 혈안이 된 판.
따라서 동해안 처처마다 경관 아름다워 풍치 뛰어나거나 또는 설화나 고사와 연관이 있다든지 역사적인 장소라면 예외가 없더이다.
경쟁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런저런 조형물과 편의시설을 과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더라는.
여기에 더해 수익성이 있다 싶으면 기업가들 눈독 들여 기발한 개발사업을 펼치기 마련.
고급 리조트는 장삿속이니 그렇다 쳐도 해변의 낭만 아로새기며 거닐만한 바닷가에 생뚱스레 레일바이크가 등장하다니.
그런가 하면 기암절벽 해안 따라 잔도가 연결되고 어촌마을 공중엔 때아닌 케이블카가 떠다니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되더이다.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 그 자체이던 삼척 이사부 사자공원의 전망타워와 시설물의 몰상식함,
얼떨결에 올라본 스카이워크가 단양팔경 해치는 볼썽사나운 시설물이었듯, 스릴 만점 체험장 어쩌고 하는 안내문 딸린 짚라인 같은 시설이야말로 주위 환경이나 파괴시킬 뿐인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가 싶었소이다.
그나마 성업 중일 때는 도색이라도 깔끔스레 하겠지만 시설이 낙후되면 철거비만 해도 만만치 않으련만.
대게, 오징어, 도토리묵 같은 지방 특산물을 판매하는 행위야 지역주민 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으니 가타부타할 이유가 없으리다.
다만 쓸모나 인연 닿는 바도 없이 무작스레 크기만 한 야외무대니 조각 전시장이니 휴게시설 등
정말이지 어거지로 끼워 맞춰놓은 대형구조물이나 시설물들은 한마디로 목불인견이더이다.
해수욕장 개발만으로 충분하련만 바닷가라고 무작정 등대를 부각시키는 짓도 고려해 볼 일이고.
암튼 코레일이 내놓은 바다열차는 그중에서도 괜찮은 기획품 같았다오.
기왕이면 좀 머리를 써서 조상들이 물려준 사적지와 하느님 작품인 자연환경을 훼손시킴 없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런 생각에 잠기게 한 추암 주변이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