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출봉 오르다가

by 무량화

장마철임에도 후덥지근하긴커녕 어제는 아주 쾌적한 날씨였다.

모처럼 아침부터 하늘빛도 쾌청했다.

주저 없이 성산 일출봉으로 길을 잡았다.

딸내미가 서귀포를 방문했던 지난해 봄.

한라산 영실 코스 산행은 물론 산방산 산방굴과 성산 일출봉을 동행했는데 그 어디보다도 양의 기운 출중한 곳이 일출봉이라고 했다.

해맞이하는 장소라서일까, 상서로운 기류가 흐른다는 일출봉이라 그 후 한 달에 한두 번은 오르면서 걷기 명상 나아가 심신수련을 한다.



산행 초입에서다.

언제나 그렇듯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반 반에 약간의 일본인 대만인과 의외로 많은 백인들이 찾는 일출봉이다.

세계자연유산이자 유네스코 지정 명소답다.

크루즈라도 입항한 건지 이 날따라 유럽인들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띄었다.

금발 흔한 반면 가무잡잡한 피부도 섞여있었다.

영어가 아닌 첨 들어보는 언어라 그들 중 한 명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이스라엘?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맞아! 우린 이스라엘 여행객이야.

내 뇌리엔 미사일 쏘아대며 불바다가 된 쇼킹한 장면이 떠오르고 폭발음과 화염에 싸인 사막 풍경이 어른거렸다.

이란과 한창 전쟁 중인 이스라엘 인이라고?

현재 싸우고는 있지만 반드시 우리가 이겨!

승리에 대한 단호한 확신,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란의 핵 과학자들과 주요 군 수뇌부들을 핀셋으로 골라내듯 제거시킨 이스라엘이다.

그러나 곧바로 이란의 반격이 어마무시하게 펼쳐져 만능으로 평가받던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마저 뚫렸다.

양측의 날 선 폭격이 계속되자 핵전쟁으로 확산되는 거 아닌가 우려하며 국제사회는 긴장했다.

G7 정상회담 도중에 캐나다에 갔던 트럼프가 중동전 확산세에 놀라 전격 귀국하기에 이르렀다.

백악관에서 NSC를 긴급소집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란에 2주 안에 전쟁을 끝내라며 무조건 항복하라는 강력한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즉각 하메네이는 거센 응징 방침을 천명했다.

양편 다 강경 노선으로 기운 듯한 행보를 보여 어제까지만 해도 중동 판세가 확장되는 낌새라 세계의 불안감은 매우 컸던 터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는 대반전, 12일간의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종식됐다는 속보가 떴다.

트럼프의 벙커버스트 패권전략이 성공, 이란이 백기투항을 하게 됐다.

먼저 괌 쪽으로 전투기를 배치, 연막전술인 성동격서 기만술 전략은 주효했다.

작전명 '미드나잇 해머' 타격부대 전략 폭격기가 핵시설 세 곳인 바위산 암반의 가장 취약한 환기구를 통해 기습적으로 포탄 열두 발을 쏟아부으며 치명적 타격을 가한 것.

13톤이 넘는 정밀유도탄, 그것도 이차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리틀보이처럼 최초로 실전에 사용된 폭탄이라고 미 합동참모본부장이 설명했다.

완전하고(Complete) 완벽한 종전(Totsle ceasefire)이라고, 나아가 두 나라 간의 휴전상태는 무기한(unlimitef)이라고 트럼프는 자신 있게 선언했다.

하지만 오랜 갈등이 겹싸인 중동에 과연 평화가 정착될지는.....

그럼에도 어제 그 여행객의 확신에 찬 표정이 유의미하게 여겨지는 뉴스를 접한 건 맞다.



트럼프는 중동전에 개입해 볼 만한 순간이 왔다고 판단한 후, 비행 거리가 무려 1만 킬로미터가 넘는 이란으로 B-2 폭격기를 띄웠다.

대 당 1조 원에 달하는 스텔스 폭격기에 벙커버스터를 탑재하고 날아가 정밀 타격으로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시킨 이번 기습 작전.

이란은 즉각 보복을 예고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까지 들먹거렸으나 회복불가의 엄청난 공습을 당하자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전격적으로 양국이 단계적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서로 상대국을 향해 탄도 미사일을 날리는 등 당장 긴장이 완화될지는 의문이다.

또한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됐는지도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아직은 정확한 평가를 내리긴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트럼프의 이번 군사작전이 역사적 성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동원 병력만도 B-2 폭격기 일곱 대에 백여 대가 훌쩍 넘는 전투기와 정찰기와 공중급여기가 뜨고 벙커버스터 열네 발, 정밀유도탄 일흔 다섯 발이나 퍼붓자면 아무튼 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 금번 군사작전.

이만큼 공들인 작전으로 중동전의 휴전을 이끌어 냈으나 종전까지는 글쎄?

여전히 트럼프는 어떠한 휴전 위반 행태이든 좌시하지 않겠노라며 강력 경고를 보내지만 그럼에도 이란이나 이스라엘이나 쇠귀에 경 읽기 식이라면?

어제 일출봉을 내려오다 만난 까치의 청량한 지저귐이 세계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으면 좋겠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인지라 더더욱 그리 됐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품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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