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금성인과 화성인은 달라도 너무 달라서, 껄끄럽기 이를 데 없는 조합이겠다.
그와 같이 소음인과 태음인은 체질, 식성만이 아니라 매사가 정반대다.
더불어 산 햇수가 반세기 가깝건만 어느 하세월에 닮은 꼴 비스무레라도 되려나?
연일 100도 넘나드는 폭염에 열풍까지, 태음인은 에어컨 앞에서도 자주 땀을 닦는다.
에어컨 바람이 싫은 소음인은 차라리 실내를 벗어나 뒤란 나무 그늘로 자리를 옮긴다.
소음인은 오래전부터 삼복 건너는 최고 비법으로 돗자리 펴고 누워 대하소설에 빠져든다.
헌데 옆에서 줄곧 덥다, 덥다 해싸니 혼자 느긋하게 독서 삼매경에 잠겨있기 거북스럽고 영 편치가 않다.
올해 날씨가 유별난 건지, 몇 해 동안 하이데저트 지역에 살았지만 못 견딜 정도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새벽에는 기온이 내려가 차렵이불을 덮곤 했는데
태음인은 온종일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까지 껴안고 지내면서도 덥다 소리 연발하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냉장고는 얼음 얼 새 조차 없이 하도 여닫아서 기능이 다 약화되었다.
한국처럼 습하다거나 불쾌지수까지 높은 그런 기후대는 전혀 아니다.
그러나 암튼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는 사소한 일로 서로 부딪혀 괜히 골 부리고 삐치기 일쑤.
해서 일찌감치 솔바람 시원한 숲이나 빙하 흘러내리는 물가로 내닫는 게 상책이다.
비숍은 그런대로 비교적 부담 없이 만만하게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이 시에라 길목도 여럿이라 오전엔 이쪽, 오후엔 저쪽,
번갈아 풍경을 바꿀 수 있으므로 시야가 새롭고 산뜻해 좋다.
사람은 부록, 대신 자연과 마주하니 옹졸해빠진 마음의 폭도 트이고 구겨진 심사 어느 결에 펴진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빈부귀천 구별 없이 찾아오는 그 누구라도 똑 고르게 환대해 주는 대자연.
눈산 멀리 둘러싸 안긴 그 아래 녹음 한껏 우거져 활엽수 침엽수도 짙푸르다.
청록빛 호수가 있고 골골에 계류 맑게 흐르니 기분 상쾌해지며 가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알아봤자 쓰잘데기없는 번다한 세간사와의 연결 끈 놓아야 비로소 대 자유 허락해 주는 이곳.
전화와 인터넷 접속이 당분간 차단된들, 소통 단절이라며 아쉬워하거나 불편해할 까닭도 없는 은퇴자다.
명상 시간은 출세간의 경지에서야 덤으로 딸려오는 보너스라 이 아니 좋을쏜가.
먼동 트려면 아직 먼, 새벽 다섯 시 이전부터 벌써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한다.
조잘거리며 흐르는 시냇물에 세수하고 야생화 피어난 숲길 가벼운 코스의 트레일을 걷는다.
투명히 얼비치는 강물, 낭창하게 휜 나뭇가지 낚싯대 삼아 빈 미끼인 채로 흔들어대도 송어가 따라 움직인다.
눈부신 햇살에 뜨거워진 대기쯤은 산골바람에 잦아들고 강바람에 식혀진다.
나와서 먹는 밥은 반찬 타령할 새 없이 술술 넘어가고, 과일 쪽이나 스낵 나부랭이도 그 맛 새롭다.
다만 저녁 내내 모닥불 피워도 물가라서 모기가 떼거리로 덤빈다.
초롱한 별빛에 늦도록 취해있다가 머리맡의 물소리 들으며 산간에서 잠드는 밤.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뿐더러 두 평행선의 여름 나기로는 그만이더군.
걸핏하면 툴툴대는 시정인, 하기사 따지고 보면
사철 언제라도 멋진 비숍 패스 이웃해 살고 있음이 여간한 행운인가. 아암!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