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그대로 달밤에 체조를 했다. 백중 달빛 여전히 푸르른 간밤에도 뒷마당에 나가, 하나~ 두울~ 셋~ 넷~ 구령 붙이며 운동을 했다. 학창 시절 건성으로 따라 하던 국민체조에 건강체조를 뒤섞은 나만의 보건체조였다. 몇 달째 운동도 안 하고 집에서 펑퍼짐하게 늘어져 지내며 판판 놀기만 했다. 지난 2월부터 집안 사정 상 학교를 잠정 중단한 후, 규칙적인 걷기 운동 시간을 자동으로 놓쳐버리고 만 것. 운동으로 그간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움직여 주다가 운동을 딱 멈추게 되자 그 영향으로 신체 곳곳이 경화되어 갔다. 오래 기름칠 못 먹은 경첩처럼 뻑뻑해진 관절, 근육이 표 나게 축나 부실해졌고 신체 기능도 많이 떨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찌뿌둥한 상태가 무엇보다 싫었다.
오래 쉬다가 어느 날 좋은 산행팀이 있어 시에라 네바다행을 따라나섰다. 그동안 동네 산자락 몇 차례 가벼운 산보 정도나 한 터라 펠리세이스 빙하까지 오르는 산행이 가능할까 내심 우려는 됐다. 오랜만에 갖게 된 산행, 가뿐한 기분으로 출발은 산뜻하게 했다. 허나 컨디션은 염려했던 거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모래주머니를 매단 듯 다리가 무거워, 기를 쓰고 걷는다고 걸어도 어느새 주춤 멈춰서 있게 되곤 하였다. 일행으로부터 자꾸 뒤처져 본의 아니게 동행에게 민폐만 끼쳤다. 세 시간쯤 올라간 다음 다시 가파른 비탈길을 만나자 그만 자신이 없어졌다. 후들거리며 다리도 풀리고 완전 기진맥진해져 그냥 주저앉을 거 같았다. 결국 애초 목표했던 빙하는 포기한 채 시냇가에 자리 잡고 퍼질러 누워 쉬면서 가까스로 원기를 되찾았다. 그렇게 쉬면서 방전됐던 기운을 회복해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그제야 아차! 싶었다. 건강은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괜히 자식들 신경 쓰지 않게 평소 단도리를 잘해 건강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노년기에 이르면 부귀영화 다 부질없고 오로지 심신건강만큼 중요한 화두가 어디 있던가. 불볕이 약간 수그러들면서부터 아침마다 한 시간씩 동네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저녁엔 뒤란을 스무 바퀴 달리고 나서 마무리로 체조를 했다. 불과 보름 정도 운동을 했건만 신기할 정도로 관절 마디가 연해졌다. 삼베 천처럼 뻣뻣했는데 명주 고름처럼 부드러워졌으니 내심 감탄스럴 밖에. 녹슨 것 같았던 무릎 관절이 유연해지고 종아리엔 부쩍 힘도 실렸다. 걸음새는 확연하게 가벼워졌다. 날아갈 것처럼 심신이 가벼워졌다.
유감스럽게도 운동신경이 덜 발달했는지 내가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고는 걷기 운동뿐이다. 한데 이 운동만큼 간단히 할 수 있으면서 뼈나 근육 건강만이 아니라 심신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 큰 운동도 없다고 한다. 꾸준한 걷기로 관절의 유연성이 늘어나고 근육이 생겨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하며, 체지방 감소와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 박동수를 높이고 몸 안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다. 때문에 심장과 폐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잘 된다. 특히 야외에서 걷노라면 전자동, 햇빛 통해 비타민D를 거저 얻을 수 있다. '태양이 들어가는 곳에 의사가 필요 없다.'란 이태리 격언이 있다시피 햇빛은 면역력 증강, 신경계 활성화,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촉진시켜 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생존한 프랑스의 잔 칼망(122세로 사망) 할머니는 85세 때 펜싱 교육을 받았고 백세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나이 든 이후라도 걷기 등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시작해 꾸준히 계속한다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 균형은 물론 근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저항력이 향상돼 각종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운동량이 지나치면 유해 산소가 늘어나 면역기능이 저하되므로 매일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파워워킹이적당하다고 한다. 걷기는 신체 건강만이 아니라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어 줌으로 뇌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해서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히포크라테스가 '걷기는 인간의 보약'이라는 말을 괜히 했을까. 걷기뿐 아니라 달밤의 체조로 심신 단련시켜 펠리세이스 빙하에 재도전해보고 이스턴 시에라 여러 트레일 하나하나 걸어보려 한다.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