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도를 찾았을 적이다.
그땐 겨우 우도봉 외에는 둘러볼 새가 없었다.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그냥 왔소, 갔소 했을 뿐이다.
동행자나 나나 둘 다 숫자 개념이 희박한 문과 체질이라 마지막 배도 겨우겨우 타야 했으니까.
마구 달음질쳐 허겁지겁 배에 오른 우리는 어이없어 마주 보며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우리는 우도에서 식사를 하겠다며 정오 배를 타고 들어갔다.
섬에서는 탈것을 대여하지 않고 공통 취미를 살려 걷기로 하고 보무도 당당히 출발했다.
그럴싸한 식당 골라 점심 걸게 먹으면서 현지 주민으로부터 마을 얘기 청해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식당을 나와서는 우도 성당에 들러 기도까지 참하게 바쳤다.
그럭저럭 세시 가까웠으므로 우리가 가볼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일단 우도봉을 향해 일로 직진, 처음엔 여유작작했으나 점차 걸음이 빨라져 속보가 되었다.
막배 시간에 맞추자니 산에서 내려올 땐 땀 꽤나 빼며 구르듯 치달려야 했다.
우도 8경의 한 곳만 고작 둘러보고 왔던 당시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이번엔 애당초 순환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성산포항에서 도항선을 타면 십분 거리라 금세 우도에 닿게 된다.
일출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우도는 소가 누운 모습을 닮았다 하여 한자 ‘소 우(牛)’를 써서 우도다.
버스가 첫 번째로 닿은 곳은 서빈백사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중간에 위치한 서빈백사는 우도 산호해변 또는 서빈백사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다.
서빈백사(西濱白沙)란 서쪽에 있는 하얀 백사장을 이르며 해빈(海濱)은 바닷가 또는 해안이란 뜻이라고.
우도 서빈백사는 그러나 하얀 모래톱이 아니라 전수 홍조류 알갱이라고 했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백사장이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이곳 해변은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었다.
이 해변에 깔린 하얀 모래는 모래가 아니라 ‘홍조단괴’가 부서져 만들어진 퇴적물이다.
홍조단괴란 광합성 작용을 하는 김·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가 돌에 붙어 자라면서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만든 단단한 덩어리(단괴)겠다.
우도 앞바다는 수심이 얕아 해조류가 광합성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따라서 암석 전체를 덮은 홍조류가 무성하게 자라 석회 광물을 만들어내면서 암석은 눈덩이 커지듯 점점 커지며 단괴를 만든다고.
이 덩어리들이 파도에 떠밀려와 해안에 퇴적되는 동안 잘게 부서져 이 같이 팝콘 부스러기 같은 백사장을 만드는 것이다.
홍조류는 물속에 살아있을 때는 붉은색이다가 홍조류가 죽으면 색소가 사라져 흰색이 된다고 한다.
육안으로 언뜻 봐서는 백산호 부스러기인가 했는데 제주 우도는 수온이 낮아 산호가 자라지 못하므로 산호해변이란 이름은 글쎄다.
본래 홍조류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뽀얗게 흰, 크고 작은 결정체들이 해변을 온통 메워 청백 대비도 선명했다.
주저없이 새하얀 해안에 앉아서 바닥에 널린 팝콘 같은 단괴를 집어 들었다.
볕에 달궈진 작은 덩어리는 온기 품어 따스했다.
바다멍을 때리기 알맞은 서빈백사이지만 눈이 부셔
오래 눈을 감고 파도소리를 들었다.
건너편으로 종달리 지미봉이 우뚝 솟았으며 성산 일출봉은 왼짬 멀리에 한 점 수석 같이 떠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