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느 해수욕장보다 물 맑은 데다 모래결 곱고 부드러운 바닷가가 송도였다.
아직도 해녀들이 물질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바다니 그만큼 보증하는 청정지역 송도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있는 송도해수욕장은 놀랍게도 국내 제1호 공설해수욕장으로 1913년에 개장했다.
해수욕장 오른쪽에 위치한 거북섬, 지금은 수상 구름다리로 연결된 바위섬에 몇 그루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송도라 불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거류민이 처음 해수욕장으로 개발하였으며 한동안 ‘동양의 나폴리’로 불린 송도해수욕장이다.
드높았던 명성이 무색하게 점차 유원지 시설은 낡아지고 수질 악화와 백사장 유실로 송도는 심한 침체에 빠져들었다.
송도의 퇴락을 부채질한 것은 광복동 원도심의 침체와 해운대의 급부상도 있겠지만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바 크지 않을까.
해수욕장 위쪽에 자리한 암 전문병원인 복음병원이 번성해갈수록 바다가 오염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갔다.
요사이 SNS로 삽시에 번지는 악성루머처럼 괴담 같은 이야기는 날개돋친듯 번져 근거 없는 뜬소문이 기정사실화 돼버렸다.
하여 지금도 송도에서 회를 사 먹는 부산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가 됐으니 한번 잘못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 쇄신하기가 쉽잖다.
백 년 넘는 해수욕장 역사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관광부산의 열기와 상관없는 소외지역으로 뒤쳐져버린 송도.
거의 잊혀진 장소처럼 뒷전에 밀려났던 송도가 기사회생하게 된 것은 대대적인 송도해변 정비작업 덕이다.
사실 미적 안목이라고는 약에 쓰려해도 없는 디자인감각 결여 탓인지 아니면 졸속행정의 결과인지?
아무튼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조형물은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라 바닷가 조각 조경 점수는 미안하지만 후히 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걷기 좋게 용궁 구름다리로 이어진 스카이 워크 바닷길 산책로는 영도 봉래산과 남항대교 조망터로 안성맞춤이다.
태풍 셀마 피해를 입어 철거된 옛 송도구름다리를 2020년에 해상도보교로 정비한 후로 송도의 랜드마크가 됐다.
암남공원에서 바다 건너 돌섬인 동섬 상부를 연결한 127미터의 시원스러운 구름다리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에다 송도 앞바다 조망권이 아주 멋지다.
특히 저만치 우뚝 솟은 봉래산 웅자와 새하얀 남항대교, 게다가 바로 아래 바다에서는 직접 물질하는 해녀들도 접할 수가 있다.
해수욕장에서 송림공원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운영사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다 위를 오가며 옛 케이블카의 기억을 반추하게 해 준다.
바다 위 높직이 흘러가며 내려다보는 송도, 운치는 있을 텐데 싱겁게시리 혼자 케이블카를 타보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거의 비다시피 한 채로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를 바라보니 안타까움이 들 정도.
하긴 국내 시장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이때, 어느 분야인들 타격 크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특이점이라면 송도해수욕장 이용객 다수가 외국인이었는데 감천항이 가까워서인지 러시안 베트남인이 흔히 눈에 띄었다.
위 푸른 바다 사진은 언니 가족 3대가 휴가차 내려와 송도호텔에 머물렀기에 비교적 쾌청한 날 해수욕장을 찍을 수 있었다.
비안개 자욱한 아랫 사진은 복음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방문하고 귀가하는 길에 심신 소쇄하듯 해풍 쐬려 들러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