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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5. 2024

신록의 오월 성산 일출봉


날씨 그저 그만이다.

하늘빛 더없이 창창하며 시계는 최상!

이런 날은 전망 좋은 일출봉, 동쪽으로 길을 잡는다.


지난달에 잠시 딸내미가 귀국을 했었다. 이십 수년만의 첫 모국방문이었다.


부모가 곁에 살고 있었으니 굳이 한국에 나올 일도 없는 데다 한창 바쁘게 일할 시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파도가 일어날 때 서핑을 타야 한다지 않는가.


엄마가 이태 넘게 서귀포에서 지내니 어찌 생활하는지도 볼 겸, 잠깐 다니러 왔었다.


사월 내내 흐린 날씨라 우중에 영실 윗세오름으로 해서 어리목 트래킹을 했고 성산 일출봉은 두 번이나 올랐었다.


성산은 기운이 퍽 좋은 곳이라며 흡족해하더니 이튿날 일출을 볼 수 있게 되자 꼭두새벽부터 성산으로 달려갔다.


나도 그 덕에 제주 와서 처음으로 바다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해맞이를 일출봉에서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쾌청한 날씨의 하늘빛 청명한 일기는 아니었어도 사실 그쯤만으로 감지덕지였다.

 



오월 들면서 기상도가 확 달라졌다.


아침마다 태양 눈부셨다.


게다가 온데 신록은 잎잎이 반짝댔다.


이리도 찬란한 성산 일출봉의 진면목을 딸내미에게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 합해 딸몫까지 곱으로 새겨두기로 한다.


산행 들머리부터 관광시즌 다이 벌써 인파가 밀린다.


청푸른 바다 수반 위에 한덩이 준수한 수석으로 앉아있는 일출봉 산세 명징하고 우도며 섭지코지 선명히 다가선다.

돌아서서 둘러보면 한라산 중심으로 울멍줄멍  군락 이룬 오름 어여쁘고 저 아래 아득히 파도 부서지며 굽이치는 해안선 그림 같다.


발치에 있는 성산항 방파제 윤곽은 자 대고 그린 듯 일직선으로 반듯하고 우도로 향하는 여객선은 푸른 물결 시원스레 가른다.

가까운 식산봉은 대체로 하며 바다 건너 우도 역시 또렷하게 보인다.

정상 향한 데크 계단길 숨 가삐 오르기보다 주유천하라도 하듯 여유로이 쉬엄쉬엄.


한 십여분 올랐을까, 벌써 층계 끝나고 드디어 다 왔다.


한달음에 가벼이 오른 산정.


하늘인지 바다인지 탁 트인 파란 공간.


그 아래 움푹 그러나 완만하게 주르륵 깔린 녹지대.


오월의 성산 일출봉 분화구는 신록 푸르러 마치 때깔 고운 고려청자 접시같이 보였다.


운두 낮은 납작 그릇처럼 둥글넓적한 화구 가장자리 돌아가며 솟구친 바위들로 그만 굼부리는 이 빠진 출토품됐지만.  




겨자빛 연둣빛 초록빛 눈엽 윤기로운 숲에서 지저귀는 산새소리 청량하게 들린다.

전방 너르게 펼쳐진 바다는 청청, 부드러운 바람결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일출봉 정상에 오른 여행객 표정은 저마다 에베레스트 최고봉에라도 선 듯 의기양양!

여전히 꼭대기에 다다르면 누구랄 거 없이 와아! 탄성 연발한다.


날씨 받쳐줘서일까, 혼자 올랐으 딸내미 셍각하며 올라서인지 혼자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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