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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0. 2024

계류와 바다의 합일, 광기 어린 춤사위 펼치는 파도.

강정천 끄트머리 바다


와와!!


통쾌 무비!

장쾌 무비!

이같이 멋들어진 액션의 레전드가 달리 또 어디 있으랴.

미쳤다.

화끈하게 미쳤다.

바다가 미쳐 길길이 날뛰고 있다.

검푸른 바윗전에 쉼 없이 부딪는 파도의 위용.

산산조각으로 으깨지는 바다.

더없이 화려하게 산화하는 바다.

그것은 한바탕 질펀한 굿판에 다름 아니었다.

진혼굿을 하듯 흰 꽃잎 훌훌 뿌려대자 범섬 자취 아스름해진다.

하늘빛 역시 뿌연 필터라도 통과한 양 흐릿하다.

자욱하게 이는 물보라 때문이다.

그렇게 바다는 내내 포효하고 있었다.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라산 남쪽 산록 영실 어름에서 출발한 도순천이 궁산천과 만나 이룬 강정천.

윗녘, 물살 고요한 바윗전에 은어떼 살랑거리며 노니는 청정수는 투명하기 그지없었다.

격랑에 떠밀려 혹여 은어 무리 바로 아래 바다로 빠지는 건 아니겠지?

부디 괜한 노파심이길.

물경 13킬로를 곤두박질치며 마구 치달려온 강정천이 수직낙하, 바다와 몸을 섞는 순간 광기 어린 춤사위 펼치는 파도.

정녕 통쾌 무비요 장쾌 무비다.

무엇이 이보다 더 후련하게 흉금에 쌓인 앙금 풀어줄까.

맺히고 꼬였던 심사 시원스레 탁 트이게 해 줄까.

마침내 영혼까지 뛰쳐나와 한바탕 고스트 춤이라도 너울너울 춰보리니.

맨발이 폭염으로 달궈진 반석에서 뜨겁다며 꼼지락거린다.

물길이 쓰다듬어 바위마다 둥글 너부죽, 인고의 무량 세월 견뎌낸 흔적이다.

좋으면 마냥 해해거리고 불편하면 톡 쏘아대는 이 대책 없이 한심한 인성.

얼마나 더 모서리 깎아내고 얼마나 더 묵언수행 깊어져야 저 반석을 닮으려나.

내 생전에 이루기 힘든 어림없는 꿈은 아니리라.

그 경지에 가닿는 날을 위하여!!!

모쪼록 즐거이 살다가 잘 떠나고 싶다.

작은 낙숫물이 마침내 돌을 뚫는다 하였으니.

절굿공이를 갈아 기어코 바늘을 만들어 낸다 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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