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달력 아래 작은 글씨가 쓰여있다.
자세히 딜다보니 입추라 적혀 있다.
이 아니 반가울쏜가.
어느새 절기는 가을의 문턱.
암만 기갈 센 염제의 횡포인들 계절의 순환이야 어찌 대적해 보리.
올여름은 유닥스레 푹푹 쪘다.
이처럼 더위를 심하게 느껴보긴 생전 첨이다.
한증막더위라는 대구에서도 살아봤고 폭양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살아냈다.
그러나 사정없이 쪄대는 이런 무자비한 압력솥 열감은 일찍이 겪어본 바가 없다.
오죽하면 이 여름, 극한 폭염이란 표현이 예사로울까.
역대급 더위라며 날마다 수은주 수치를 경신해 가는 폭염 속 무더위.
기세 눅을 기미조차 없이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살인적 폭거에 머리 절레절레 흔들어댈 밖에.
암튼 입추라니, 우주에 이변이 생겨 빅뱅에 이르지 않는 이상 절기라는 우주질서는 틀림이 없으렷다.
믿는 구석은 그뿐이다.
아무리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린다 해도 피부로 느끼지 않아서 인지 그때뿐 무감각하니 딴 세상 화제.
기후변화, 이상기후는 온난화 탓이라 아무리 해싸도 에너지 사용 절제나 감소에는 미온적인 지구촌이다.
서유럽 국가 중에는 훌쩍 45도를 넘어서기도 하며 일본만 해도 41도를 찍은 지역이 있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냉방병 염려를 해야 할 정도로 스물네 시간 에어컨에 의지하지만 숨 턱턱 막히게 하는 열대야까지.
8월 7일 오늘은 입추다.
물론 아직 말복도 남아있으니 늦더위가 맹렬히 기승을 부리겠지만
그래도 더위를 말끔 처분한다는 처서가 잇따른다.
제아무리 설치는 혹서라도 우주의 질서가 깨지지 않는 이상, 절기는 단연코 때맞춰 오리니.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도 일거고 틀림없이 더위도 한풀 꺾일 것이다.
기분이 그럴싸해서인지 물 빛도 좀 서늘해진 거 같다.
아무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가 곧, 이달에 들어 있다.
늦여름 들어 찬바람 나며 피기 시작하는 무궁화 한창이고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요즘.
곧 쓰르라미 자지러지고 고추잠자리도 떼 지어 날아다닐 테고.
시난고난 힘겨워하는 우리와 달리 이 무렵 이글대는 땡볕 아래 벼가 팰 터, 폭염경보도 듣기 따라 경사로세.
추어탕으로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해 주라는데 방아잎 듬뿍 넣고 한 그릇 먹어둘까.
보고 또 보고... 입추라 쓰여있는 달력 글자가 그저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 표제 사진은 아들 백패킹 친구의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