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리 살 올라 깊어진 추어탕 맛

by 무량화

병원에 다녀왔다.

문병 차 들리거나 몸이 아파서 간 건 아니다

아들이 병원에 접수를 해놨으니 골다공증 체크를 받아보라는 연락이 와서다.

원무과에 들렀다가 영상의학과로 가, 병원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안내하는 이를 따라 노란 삼각형 방사선 표시가 되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복부 CT부터 찍는다며 둥그런 기계 앞의 침대에 누우라 했다.

영문도 모르고 무조건 침대로 오르려던 동작이 일단 멈춰졌다.

고개 갸우뚱거리며 골다공증 검사를 받으러 왔지 복부 검사할 일은 없는데요, 했다.

눈 똥그랗게 뜨면서 그래요? 의아해한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는 "맞습니다, CT도 찍으셔야 합니다" 확인됐다며 침대를 가리켰다.

짐작건대 장 내시경을 극구 마다해왔으니 아마 CT로라도 안을 체크해 볼 요량이지 싶었다.

CT 다음엔 또 다른 방으로 가서 이번엔 골밀도 검사를 받았다.

약 처방전을 받아 들자 맹렬하게 시장기가 돌았다.

혹시나 싶어 아침을 먹지 않고 공복 상태로 병원에 간 터라서였다.



출출 비 내려서인지 선들거리는 날씨, 뜨거운 음식이 생각났다.

지체 없이 전에 봐둔 법조타운 큰 길가에 자리한 추어탕 집으로 향했다.


거제역 7번 출구와도 지근거리에 있는 참추어탕 간판이 보인다.

헤엄칠 때 보면 마치 비암처럼 보이는 데다 미끄덩해서 거부감 불러일으키는 미꾸라지다.

게다가 민물고기 특유의 해캄 내 비슷한 비린내부터 떠올라 사십 대까지도 시식해 볼 엄두조차 못 냈다.

처음으로 추어탕을 먹어본 기억은, 식사 자리를 피할 수 없는 시이모님 생신날 저녁때였다.

그날도 비가 추적거렸는데 성혼한 자녀들이 생일상 치우자마자 죄다 돌아가자 이모님이 내심 섭섭했던 모양이다.

둘이서 저녁 먹으러 가자며 앞장서 들어간 집이 추어탕 집이었으니 안 먹을 도리가 없었다.

국 건더기만 건져먹다가 차츰 국물도 떠먹어 보니 생각보다 비릿하지도 않았고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추어탕 집 방바닥이 따스해 벽에 나란히 기대앉아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를 마셨다.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회한 어린 표정을 짓던 시이모님 얼굴이 추어탕, 하면 지금도 자동 연상되는데....

그렇게 맛 들인 추어탕이지만 일 년에 한번쯤 어쩌다 먹어봤을까.

굳이 좋아하는 음식 제쳐두고 일부러 먹을 만한 기호식은 될 수 없었던 추어탕이다.

추어탕 자체는 물론 산초 냄새도 심히 역겨워했는데 이제 나이 드니 스스럼없이 추어탕 집을 찾을 만큼 입맛도 변했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듯 일단, 설설 끓는 추어탕에 산초가루 넣어 훌훌 휘젓자 구미가 확 당겼다.

밑반찬도 정갈해 갓 버무린 배추김치 맛깔스럽고 짭조름한 해초무침도 맛있었다.

무엇보다 고운 체로 걸러내서인지 흔적도 없어진 미꾸라지, 암튼 국물 걸쭉한 추어탕 한 투가리를 아주 맛나게 다 비웠다.

배가 부르니 등이 뒤로 제쳐졌다.



미꾸라지는 한자로 추어(鰍魚)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찾는 추어탕은 보양식의 하나로, 그래서 가을 추(秋)가 들어갔나 했는데 아니었다.

秋 자 앞에 고기 어(魚) 자가 들어가 미꾸라지 추, 역시나 이름부터 가을과 관계 깊은 어종이긴 하다.


가을철이 되면 씨알도 굵어지고 기름기가 올라 몸통이 눗누렇게 변한다는 미꾸라지.

추어탕은 원재료 자체에 단백질,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해서 여름내 무더위로 지친 심신의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하여 보양음식으로 친다.

동의보감에도 미꾸라지탕은 성질이 따뜻해 양기를 북돋아주므로 몸을 보해준다고 하였다.

본성(本性)이 강하고 움직임 활발한 미꾸라지의 특성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수긍되고도 남는 말이다.

원산지 표기 공지 의무에 따라 미꾸라지는 중국산이라 쓰여있어 좀 찜찜하지만 국제화 시대 별수 없는 일.

한국에서 양식장 운영하기란 인건비 대비,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니까.

콩 농사짓는 농가 뻔해 수확량 훤한데도, 유통되는 콩마다 국산으로 둔갑하는 세상에 이 집은 호주산 콩이라 명기해 놨다.

따지고 보면 그 많은 메주며 두부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국산콩으로 만들었다는데, 빤한 걸 묻는 이가 그르겠지.

참추어탕, 목도 좋은 자리에서 추어탕 한 그릇 가격이 이 정도라니 일면 신기했다.

모든 물가가 올랐다고 아우성들인데 박리다매 전략일까, 아무튼 손님은 바글거렸다.

착한 가격에 맛도 좋으니, 까탈스런 사람임에도 이럴 때야말로 가성비 높은 식당으로 별 다섯 선물은 당근!

부산광역시 연제구 월드컵대로 227-1

051-507-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