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긴개긴

by 무량화

Mrs, Scott은 시민권 교육 담당이라 나로선 만날 일이 없었는데 우리 클래스에서 두 주일 동안 임시 수업을 맡았다.

우리 선상님이 어깨관절 수술을 받고 조섭 중이라 강의를 대신해 주었다.

훤칠한 큰 키에 허리 꼿꼿하니 늘씬한 독일계로 목소리 카랑카랑한 74세의 활력 넘치는 여성이다.

미니스커트와 숏커트 머리로 60년대 패션계를 주름잡은 깡마른 슈퍼모델 Twiggy가 연상되는 체구다.

삐쩍 마른 체형을 더욱 강조하는 짝 달라붙는 의상을 나이 상관없이 과감히 소화해 내는 스타일리시한 그녀는 화장기 전혀 없는 민낯과 은백색 머릿결조차 멋스럽게 보인다.

그녀의 나이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건 야윈 얼굴이며 목에 잡힌 주름 그리고 팔뚝과 손등에 무수한 주근깨 들이다.

메이크업으로 감싸거나 장신구를 칭칭 둘러 감추려 하지 않는 그녀는 나이 듦 현상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당당하기조차 하다.


외줄 목걸이는커녕 돋보기 외엔 아무것도 걸친 게 없다.


그녀를 보면 홍윤숙의 시 장식론이 무색해진다.

여자가/장식을 하나씩/달아가는 것은/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 이라더만...



마침 배울 단원의 주제가 자연과 환경 및 건강생활에 관해서이다.

청정환경을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들을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줄 때는, 마치 내가 철부지 유치원생이 된 거 같은 기분마저 든다.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자연사랑이다, 종이 낭비는 나무숲을 망가뜨리는 행위다, 일회용품과 자동차와 세제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도록 얘기해 준다.


사실 미국의 분리수거 수준은 개인주택에서는 그나마 낫지만 아파트는 거의 모든 쓰레기가 함부로 뒤죽박죽 섞였다.


빈민가 흑인촌이나 홈리스 텐트가 줄지어 선 지역은 논할 필요조차 없이 형편무인지경이고.


이어서 극명하게 갈라지는 식생활의 차이로 빈민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대한 몸집인데 반해 맨해튼 월가를 들락거리는 사람들 치고 날씬하지 않은 이가 없다고도.


패스트푸드 같은 정크푸드를 즐기는 계층과 식이섬유 함량이 많은 건강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계층 간의 차이를 실예로 들었다.

그처럼 건강을 위해 식습관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도 꼼꼼히 들려준다, 이때는 중등학교 생물시간이 된다.

3대 영양소 그룹은 피라미드 그림 차트를 보여주며 보충설명을 해준다.

식품의 열량과 영양성분이나 함량표시가 되어있는 라벨 읽기도 초등학생에게 ABC 가르치듯 하나씩 자상하게 풀어낸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23세 이상의 미국인 대부분이 과체중이라는 도표도 곁들인다.

약 50%의 남성과 약 65%의 여성이 체중조절을 필요로 하는데 향후 그들이 식생활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눠보자며 대화의 장을 펼치기도 한다.

고단백과 탄수화물 지방의 과잉섭취에서 오는 영양불균형을 줄여나가기 위해 어떤 식품군을 선택하는 것이 건강에 좋고 나쁜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밑줄 좍~~.


세 가지 정제된 하얀 가루(밀가루, 설탕, 소금)와 패스트푸드를 가능한 한 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 거듭한다.

익히 아는 바대로 성인 기준 남성은 2,000~2,500kcal의 열량을 섭취해야 하고 여성의 경우 1,600~2,000kcal의 열량 섭취가 필요하다.


이에 맞춘 영양소를 섭취하되 탄수화물은 1g당 4kcal, 단백질은 1g당 4kcal, 지방은 1g당 9kcal의 에너지원이 되므로 이를 유효적절히 감안해야 한다고도 설명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양 이상의 열량섭취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섭취열량 대비 소모열량이 보다 많으면 체중은 감소하고 반대의 경우는 피하지방으로 축척된다며 대체로 비만체질인 남미계 학생들을 보며 누누이 이 점을 강조하였다.


러시아인 나타샤나 시리아인 소냐, 동양인 나를 제외한 남미인 거의 모두가 여기 해당되는지라 클래스를 둘러보며 거듭 주지시켰다.




미시즈 스콧은 자신이 외견상으로는 허약해 보일지 몰라도 스스로 강건한 사람임을 자부한다며 양팔을 역도선수처럼 들어 보였다.


하여 심신 두루 취약한 곳이 아무 데도 없어 의약품이라곤 한 가지도 의지하지 않고 지내는 건강 체질임을 감사히 여긴다고.

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 덕도 있지만 평소 식생활에 신경을 쓴 덕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녀는 베지테리언이라고도 했다.

미투~~ 소리가 절로 나오며 그녀 바람에 은근 힘이 솟으면서 어깨까지 좌악 펴진다.

그녀와 나는 서로 도긴개긴에 백중지세요 난형난제에 막상막하인 체형이지만 상대비교를 해보면 키가 작은 내가 왜소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녀처럼 휘청거리다 못해 바람에 날릴 듯 약해 보이진 않으리.

항상 말하다시피 신나게 학교 다니는 주목적은 진학이나 영어공부에만 있다기보다 일주에 닷새간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잇점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약간의 두뇌 회전 활동과 긴장감을 통해 정신건강을 도모하고자 함도 이유에 속한다.

오늘도 백팩을 짊어지고 양팔 힘차게 내두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결에 한결 햇살 여려지고 바람결은 강바람 불어오듯 상쾌하니 시원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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