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학구열이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가로 늦게 청운의 꿈을 활짝 펴고자 함도 아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는데 이는 필요조건에 의해 새로운 발명품이 탄생한다는 말.
이처럼 뭐든 쓸데가 있어야만 무언가 시도해 보는, 즉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했다.
순전히 일상생활하기 답답하다 보니 나름 길을 찾아볼밖에.....
기후대, 자연환경, 경제여건 등 이것저것 견줘서 이사 왔는데 막상 와보니 한국인이 별로 많이 살지 않는 지역이다.
당장 영어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마침 걸어서 갈만큼 핵교도 멀지 않겠다, 주방에 매이지 않아 시간도 널너리 하겠다, 모든 형편이 퍼즐 귀 맞아떨어지듯 척척이다.
공부란 걸 해볼 분위기 조성은 제대로 된 셈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그중에도 영어공부만을 위한 클래스다.
9월 학기에 맞춰 접수를 했고 입학 수준 테스트를 거쳐 시작한 핵교생활이 너무나 재미지다.
만학도의 학생놀이는 블로그 놀이마저 뒷전일 만큼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신선한 새내기, 프래쉬맨이 되고 보니 심신이 젊어진 듯 생기와 활기와 눈빛마저 살아나는 것도 같다.
하루하루가 그저 흥겨워 마치 신명풀이 놀이마당에 나온 거만 같달까.
예습 복습을 착실히 한다면 실력이 좀 늘련만, 학교 다녀온 보따리를 풀지도 않고 그다음 날 그대로 들고 왔다 갔다만 한다.
수업 중엔 이해가 되어 제법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다시 노트를 펴보면 무슨 말??? 물음표가 줄을 잇곤 한다.
그마저도 신통하다.
배운 거 몽땅 다 두뇌에 저장된다면 아이구 두야, 하며 무거워진 머리를 우예 감당할라꼬~ㅎ
못해도 재밌고 잊어먹어도 즐겁고 오직 핵교 오가는 그 자체만으로 넘나 행복한 육십대 할머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0시 반부터 12시 반에 걸친 두 시간 스트레이트 수업이 전혀 지루하질 않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회화 위주인 또 다른 곳의 오후 수업을 두 시간 더 듣는다.
논어에서 공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했던가.
파월이란 이름의 남자 못잖은 체형을 한 그러나 보기와는 달리 스윗하고 자상한 선상님.
나타시아는 거기서 사귄 절친으로 경쾌 발랄한 러시아 친구다.
또래 친구인 에반젤리아는 스페인계 페루 여인이다.
베로니카란 이름의 성당 교우도 거기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그녀는 멕시코 출신이다.
몰에 가서 이것저것 쇼핑도 함께, 다운타운 미용실에 파머 하러도 함께, 브러바드 선상의 아이스크림 집에도 함께....
딸내미 비슷한 나이거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인데 나이 든 축도 몇 있긴 하다.
그들과 가끔 울 집에서 한국 전통차를 나누는 티타임도 갖고 캘리포니아 롤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러면서 새벽 미사를 다녀오고 물론 텃밭 가꾸기도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간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하루하루를 옹골차게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신나는 나날, 감사한 나날이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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