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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놀이터

by 무량화


세상에나~~ 고것들 참 이쁘기도 해라.

요리 봐도 내 사랑, 조리 봐도 내 사랑, 어찌 요로코롬 참하고 이쁘노....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가가 절로 읊조려지네유.

보면 볼수록 이쁘고 신통방통해서 늦손주 본 할미처럼 시방도 입이 벙그러진당께유.

이 세상에는 꺼벅 넘어갈 만큼 고운 것들이 아주 많아요... 아기, 꽃, 별, 산, 호수, 툰드라, 평원, 일출과 석양 등등.

우리 눈에 띄는 아름답고 훌륭한 것들이 어디 그뿐인가유,

명화, 크리스마스 장식물, 백자기, 건축물, 다랑이 논, 시골길만이 아니라 쭉 뻗은 하이웨이도 심미안을 키워주쥬.

풍경이며 작품이 아무리 멋지다 해도 그중 으뜸은 아가처럼 하루하루 자라나며 변해가는 살아있는 목숨들 아니겠슈.



그 애들이 움쑥 고개를 내민 건 메마를 대로 메마른 대지에 한차례 단비가 오고 나서였지요.

아침저녁 흙이 젖도록 흠뻑 물을 주어도 무와 배추 외엔 아무 기척없이 묵묵부답이더니 하늘의 감로수를 마시고는 다들 앞다퉈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나더라구유.

고랑 따라 삐뚤빼뚤 아욱이, 상추가, 갓이 쏙쏙~ 비 오자 제각금 연한 순으로 흙이불을 제치고 일어나지 뭐여유.

부추는 실같이 가느다란 싹을 올리고 시금치는 길쭘한 새잎을 내밀고 무 배추는 동글동글 귀여운 떡잎을 펴구유.

햐~볼수록 신기하고 기특하고 신통하고 대견스러 사람 같으면 담싹 안아주고 어깨를 톡 두드려 주고 잡더라고요.

그러니 수시로 눈인사 나누며 걔네들에게 속삭이는 내 사랑고백이야 응당 뜨거울 밖에유.

따라서 하늘에 감사 기도도 저절로 바쳐지더군유, 그분 도우심 아니면 무슨 재주로 한 톨 씨앗에서 생명 일깨울까유.

텃밭에서 자라나는 푸른 채소들을 아침저녁 지켜보는 재미며 행복은 아는 이나 알아유.

이 맛에 농부들이 자고 새면 흙에 엎드려 사철을 사는 모양이여유.



지난 한 주일은 정말 알뜰하고 차지게 보냈구만유.

먼저 만든 밭에 잇대어 밭을 더 일구느라 또 삽질을 하였고 그렇게 뒤란 공터 거의 반 가량을 밭으로 개간했지유.

처음부터 밭을 더 크게 만들 작정은 아니었는데 너무도 정확하게 그야말로 곧이곧대로 돋아난 새싹들을 본 후, 밭 욕심이 생긴 것만은 사실이구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밭이 그리 넓어졌당께유.

겨울철임에도 이마엔 땀이 흘렀고 손바닥엔 물집이 생겼지만 일을 하고 난 뒤 마시는 맥주 한잔의 시원함이라니유.

새참으로는 벌컥벌컥 들이켜는 막걸리가 제격이겠지만서두 마침 있는 게 캔맥주뿐이었슈.

나이 들어 욕심이 지나치면 노추가 되기 십상이쥬, 노추는 늙어서 추한 게 아니라 추하게 늙었다는 말.

행여, 얼마나 먹겠다고 밭을 자꾸 넓혀가며 욕심을 부리느냐는 망발만은 마시길....

이 또한 남들 낚시하고 골프 치고 시 쓰고 출사 나가며 취미생활 즐기듯 어디까지나 내 식의 즐거운 놀이방식이니께유.

암튼 하룻만에 후다닥 한 일이 아니라 들며 나며 틈나는 대로 며칠 걸려 만든 텃밭을 제3의 내 놀이터라 이름지었쥬.

첫째, 둘째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짬짬 밭자리를 넓히고 거름을 넣고 흙을 고르고 고랑을 만들고 씨를 뿌려 일군 이 놀이터는 내게 또 다른 즐거움,


무언가를 책임지고 건사하고 거두는데 따른 보람을 선사해 줄 게 틀림없쥬.

겨울철을 가장 자신있게 건널 수 있는 식물이라서 너르게 자리 차지한 시금치가 자라면 앞으로 손수 가꾼 무공해 유기농 채소를 이웃과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테니 벌써부터 마음이 넉넉하고도 뿌듯해지네유.

처음으로 텃밭 배추를 솎아 국을 끓여 준비한 가족식탁은 또 얼마나 흐뭇하던지 그 기분 아실랑가 모르실랑가?ㅎ

물론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본업에도 소홀치 않았기에 놀이가 더욱 달달하고 맛깔스러웠을꺼예유.

적당히 일하는 틈틈 여가시간을 즐기는 치원에서도 텃밭 가꾸기는 의미가 있을뿐더러 맨날천날 그날이 그날인 양 딩가딩가

놀고먹으며 지내는 거보다는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최고로 유익할거구만유.

오늘도 뒤란 텃밭에 들러 아침인사부터 나누고 이제 바삐 쳣째 놀이터 핵교로 향하려 합니당.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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