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왔으니 현장체험을 해본다며 귤을 따보고 비누나 쿠키를 만든다.
현장에 투입되기 전, 바르게 귤 따는 방법이며 전지가위 사용법 배우고 나면 몇 번이나 귤 꼭지에 직접 가위질해 볼까나.
갓 따낸 싱싱한 귤 맛본다는 의미 외엔 글쎄?
쿠키 만들기 역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밀가루 체질해 반죽이라도 직접 한다면 모를까, 앞치마까지 입히나 고작 쿠키 만드는 시늉만 낼뿐이다.
미리 밀가루 반죽해서 밀대로 반반하게 밀어둔 바탕에 맘에 드는 쿠키 틀을 골라서 꾹 눌러 찍어내기.
반죽에서 풍기는 버터 향과 보드라운 질감 잠시 느끼면 어느새 체험활동 끝이다.
후다닥! 한마디로 싱겁기 그지없다.
밀가루와 첨가물이 대체 몇 대 몇 혼합인지, 비율은 물론 반죽에 섞인 내용물조차 알 수가 없다.
그깟 쿠키 틀로 모양 찍어내는 거야 손 달렸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작업.
오븐에 들어간 쿠키가 알맞게 구워지는 온도 및 시간은 알 필요도 없으렷다.
노릇하게 구워진 쿠키가 마치 공장 제품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오면 각자 번호를 보고 찾아간다.
이 과정을 체험이랍시고 해보곤 한주먹 거리 쿠키를 받아 들었다.
맛이야 흔한 버터쿠키, 이걸 무려 1만 5천 원 주고 했는데 그것도 이윤 따지는 일반 가게가 아닌 공공기관이니 더 기가 찼다.
정말 이래도 될까?
비누 만들기 체험도 이하동문이다.
황토 어싱장에서 젖은 황토 주물러대는 놀이만도 못한 녹차비누 만들려면 재료비가 얼만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짓거리들이었다.
여행은 별식 골라 먹는 재미가 한몫한다며 제주 통갈치를 폼 나게 잡솨본 이들 후기마다 불평 거셌다.
어느 비즈니스를 막론하고 이윤 남기는 거야 당연지사다.
정도껏이면 기분 한번 제대로 내봤다고 훌훌 털어버릴 텐데 툴툴거리는 데는 이유가 있으렷다.
식탁에 오른 은갈치 구이가 호텔 뷔페식 못잖게 가격대 오지다니.
원 재료가 워낙 비싸게 먹힌다지만 올레시장 생선전에서조차 물 좋은 은갈치 그 정도 사이즈면 삼만 원에서 오만 원 수준.
품격 갖춘 그럴싸한 건물에 호화판 인테리어며 감가상각비 아무리 쎄게 쳐봐도 그 계산법은 이해불가다.
하긴 철딱서니 없는 수요자가 있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뱃장 좋은 공급자가 생기는 것.
식당가의 놀라 자빠지게 하는 음식값은 물론 선물 센터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에 질려 제주를 외면해 버리는 내국인들.
사철 아름다운 섬 관광 제주 구호만 요란할 뿐 행정 따로, 현실 따로임을 실무처에서는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던지?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 엊그제 광복절 연휴를 맞아 금능해변이고 함덕해수욕장이고 피서인파로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다.
관광객이 대거 제주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가뜩이나 곤두박질친 국내 경기, 문외한의 눈에도 관광지 주변 상가의 공실률이 두드러진 요즘이던데 천만다행이다.
사실 그간 렌터카부터 숙소, 카페, 식당, 하다못해 난전
숯불꼬치까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은갈치 통구이는 20만 원을 홋가하는 금갈치였고 돼지고기는 태반이 비게덩어리로 불평 크게 번지자
순식간에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만큼 관광제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한데 몰아놓았다고 안심한 집토끼들이 제주를 외면하고 일본이나 동남아로 다 빠져나가자 이에 황급히 제주시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뒤늦게사 제주시 관광부서마다 비상이 걸리면서 바가지요금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강력하게 물가잡기에 나섰다.
권장가격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요금체계를 개선해 나갔다.
관광객 신뢰회복을 위해 관이 앞장선 서슬 퍼런 집중단속에 바가지요금 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그러면서 다시 집토끼들이 돌아온 것.
진작에 왕 대접을 제대로 해줄 것이지 손님을 봉으로만 봤다가 물 먹은 제주, 앞으로 계속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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