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로 넘겨짚고 대구뽈찜 맛있게 자셨단 스토리겠군, 지레짐작 마시길~
우리 속담에 영감밥은 아랫목에서 먹고 아들밥은 윗목에서 먹고 딸밥은 부엌에서 먹는다 하였다.
즉 남편 그늘에서 먹고사는 게 가장 편하다는 말이다.
아들의 부양받으며 사는 일도 그보다는 편편치 않다는 얘기다.
그다음, 직장 다니는 딸네 집에서 살 경우 설혹 살림 도맡아 해 주더라도 얹혀사는 양 마음 쓰인다는 것.
웬수니 악처니 해싸도 배 아파 낳아서 키운 자식들보다는 오래 산 부부 사이가 한결 임의롭다는 말이렷다.
딴에는 그럴싸하다.
한 민족의 독특한 예지와 심리가 속담에 내포돼 있다고 진작에 이희승선생이 요약했듯이.
해학 즐긴 선조들 사이에서 퍼져 나와 구전에 의해 자리 잡힌 우리네 속담이니 어련하겠나 싶다.
헌데 더러 예외도 있는 모양이다.
속담이 무색해지게 아들 그늘에서도 살이 오동통 붙었으니 이 무슨 조화?
요즘 들어 느꼈는데, 볼 살이 제법 도도록하게 올랐음을 거울 통해 알게 됐다.
혹 미용시술이라도?
알다시피 플루 예방접종도 피하는 겁보가 보톡스 따위 맞을 용기 같은 건 애시당초 없으니 천만의 말씀이다.
당연히 체중도 약간 보태졌다.
아직 남들이 알아챌 정도까지 불어난 건 아니지만 허리둘레가 늘은 건 외출복을 입어보면 당장 안다.
그 덕에 때깔도 나고 윤도 나니 이 아니 고마울쏜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살과의 전쟁이 아닌 살과의 협상을 벌여온 사람이라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
얼씨구절씨구 에헤야 디야~얼쑤~~ 기분 조오타!
하여 이제부터 볼때기 살이 올랐다는 자랑질 내놓고 하려 한다.
볼때기 살, 하면 대구뽈탕이나 뽈찜을 하는 흰 살 생선인 대구 아가미 부위에 붙은 볼때기 살이 떠오른다.
근자 들어 물동량이 늘어났는지 동태보다 흔해진 대구, 대구 내장탕은 별로여도 뽈탕을 즐겨 먹어서인가.
하다못해 예전에 흔했던 동태도 뽈살 부위가 적긴 하지만 쫀득한 맛이 일품이란 걸 먹어본 이는 안다.
어릴 적에 엄마가 뽈살을 똑 떼어다 수저에 얹어주던 기억이 새롭다.
먹잘 거 없어 보이는 동태 대가리 양옆에서 나온 쫄깃한 식감의 근육질 맛이 또렷해진다.
고기 부위 중에서도 극소량만 나오는 볼살, 젤라틴을 다량 함유한 데다 육질이 쫄깃하면서 연한 정식명 관자놀이 살도 있다.
입으로 뭐든 섭취해야 살 수 있는 생명체라면 당연 입 주변 근육이 발달할 법도 하다.
그 볼살, 볼때기 살이 신기하게도 제법 오른 것이 생각사록 신통방통하다.
늘 그토록 푸지게 잘 먹고 잠도 많은 사람이 희한하게도 비쩍 말라있으니 나이 들수록 솔직히 참 싫었다.
젊었을 때도 매양 그 타령이었지만 그땐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젠 아니었다.
살 좀 쪄보려고 한약도 먹어봤으나 타고난 체질이라 뾰쭉한 수가 없었다.
빼빼인 조카애가 갑상선 약 복용한 다음부터 살이 쪘다기에 실험해 볼까도 했을 정도다.
내 평생 소망 하나가 막 이뤄져가고 있는 중이라, 후덕한 마님상 기대까지도 이참에 해볼까 싶다.
어쨌든 한국 와서 아들 근처에 있다 보니 건강식품은 물론이고 음식 종류도 다양하게 특식 별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 식성을 아는지라 입맛에 맞는 것 중 최고만 대접해주고 싶은 심정은 뉘 집 여느 자제라도 마찬가지일 터.
아마도 우리가 오래 타국에 나가 살아서 특히 떨어져 산 세월만큼의 애틋한 마음이 드는 때문이기도 하리라.
딸내미도 살던 집 매매되면 이사해야 하니 모쪼록 살 팡팡 쪄가지고 와서 짐 싸는 일꾼역 잘 하라며 응원을 보냈다.
앗싸! 아싸라비야~볼때기 살이 살살 올라간다.
촐싹거리며 오두방정 떨다가 고마 귀한 살 내뺄라, 조심조심 의젓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