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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0. 2024

J 이야기

입양


샌프란에서 4년간의 파견근무를 마치고 조카는 지난해 귀국했다. 그 조카가 근래 한동안 경황없이 바쁘게 지냈다. 일 주간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미국 친구가 일요일에 오는데, 그 가족을 위해 사전에 준비할 게 있어서였다. 그 과정 동안 감동과 실망과 아픔의 뒤범벅 속에서 지내야 했던 두 달여, 조카는 탈진해 링거를 맞기도 했다 한다.

조카네 회사에서 렌트해 준 집은 중산층이 대다수인 오클랜드의 숲 그윽한 동네에 있었다. 조카는 그곳 초등학교에 두 아들을 보내면서 많은 학부모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중 하나인, 막내의 친구 엄마는 한국인으로 입양아였다. 이번에 그녀가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오는 이유는 친부모를 찾기 위함이다. 짧은 체류 기간이라 미리 어느 정도의 정지작업을 해주려고 조카는 동분서주했다. 마침 언니는 시에서 사회복지 분야 일을 오래 했고, 조카는 신문기자 출신이기에 그나마 일이 수월할 수 있었다.

뿌리 찾기의 시작은 대구에서부터다. 우여곡절 끝에 연결된 대구시청 여성가족부 입양 담당자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거슬러 올라가 닿은 곳은 흰백합고아원. 1972년생인 J는 그곳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고아원에 오기 전 부랑자 수용시설인 희망원에서 지냈다는데, 아이의 엄마는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거기서 병사했다 한다. 정신장애가 있던 그녀는 행려병자로 떠돌아다니다 아기를 갖게 되었고.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조카는 뒤통수를 아주 쎄게 얻어맞은듯하다고 했다. 대체 이 사실을 숨김없이 친구에게 말해줘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친구는 있는 그대로 솔직히 알려달라고 하더란다. 모든 내용을 전해 들은 그녀는 그래도 내 엄마인데 엄마가 돌아가셨으면 남은 동기간이라도 만날 수 있게 꼭 주선 부탁한다더라는 것. 어렵사리 엄마 호적을 추적해 찾아내서 고향인 칠곡에 갔으나 연고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대구를 수차 오르내렸지만 친구를 기쁘게 해 줄 좋은 결실은 하나도 얻지 못해 맥이 빠진 조카. 그런데 내일모레 한국에 도착하는 J가 전화로 들려준 미담에 감격의 눈물이 흐르더라고. 친구의 양부모께서 한국 가면 고아원과 시청을 찾아가 고마운 마음 담은 성금 전하라며 5천 불을 보탰다는 사연을 접한 것. 양부모 도움이 아니라도 충분히 능력 있는 친구와 그녀 남편이다. 그들은 둘 다 하버드 의대를 나온 현직 의사들이니까.

그녀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인간의 재능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어느 것에 더 영향을 받는 걸까 싶었다. 어떤 분야에서건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둔 사람은 타고난 재능 10%에 노력이 90%라 했다. 탁월한 유전자를 부여받았어도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짐으로만이 위대한 성취를 이룬다. 또한 DAN 이상으로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절감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양부모는 하버드대학교수로 은퇴한 분들이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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