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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8. 2024

입 벙글어지던 선물

이 세상 모든 자녀들은 이미 효자 노릇을 다했다.


품 안에서 눈 맞추며 방글거리던 아기였을 때.


첫 이가 올라오고 첫 발짝 떼어놓는 순간의 경이감을 안겨줬을 때.


재롱부리며 부모의 기쁨이 되어준 자녀들은 그렇게 충분히 world's best Kids였다.


천지간의 그 무엇보다 부모 자식 인연은 지중한 것.


오죽 지엄하면 하늘의 인연으로 정해졌다  하여 천륜이라 이를까.


부모의 자식사랑은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이다.


주고 주고 또 주어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끝없는 사랑이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미진하기만 한 맹추 같은 사랑이며 맹목적으로 치달리는 사랑이다.


그러나 사랑은 내리사랑이 순리다.


쉽지 않은 치사랑이다.


하지만 도덕적 의식적 노력에 의한 효심이 아니라도 진작에 다 받은 효도다.  


모든 엄마들이 평생 기억하고 있는, 품에 자식일 때의 사랑스러움으로.


자녀들이 어릴 적에 엄마를 꼭 끌어안고는 볼 비벼대면서 엄마 냄새가 좋아~우리 엄마 세상에서 최고! 라며 속살거리던 고 귀여운 목소리로....


세월이 참 많이 흐르고 흘렀다.


생각나는지?


누구나 꼬맹이적에 이런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엄마가 더 좋으니? 아빠가 더 좋으니?


어린애들이 애답지 않게 눈치 재치 요령까지

9단을 넘나드는 요즘 아이들만큼은  영악해빠지지 않았던 시절.


장난 삼아 묻는 어른들의 그 우문에 순진하고 천진스러운 아이들은 참 난처하기만 했다.


엄마가 더 좋다 하면 아빠가 서운할 거고 또 그 반대면....


어린 속으로도 그런 생각이 마구 뒤엉켰을 테니.

어버이날이라고 하나로 뭉뚱그려 합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어머니날(5월 둘째 일요일)과 아버지날(6월 셋째 일요일)이 따로 있다.

조부모님 날(레이버 데이 다음 일요일)도 기념일이다.

다 일요일이기 때문에 휴일이라 자동으로 시간을 내어 가족끼리 함께할  수가 있다.

공휴일 잘 만들어 챙기는 한국인데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웬일인지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머더스데이 즈음해 애들 괜히 신경 쓰지 않도록 원하는 선물을 미리 알려줬다.

지난해는 제일 좋아하는 꽃인 해당화 향기 은은한 불가리아산 향수를 청했더니 가격이 약소해서인지 두 병씩이나 오더.^^




십 년 전 일이다. 어머니날, 그전에 미리 딸내미 선물이 배달됐다.


며느리가 아들을 좋은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전화를 해 그 말을 훈장 삼았더니,

이번 어머니날에는 딸이 '엄마 최고'라는 찬사가 담긴 배너를 만방에 드러내놓고 나부끼게 해 주었다.


딸은 이렇듯 자주 나를 붕~ 띄워주며 입 벙글어지게 감동시킨다.


이 이상 최고의 선물이 또 어디 있으랴.


곁들여, 가벼운 동네 산책길에 입으라며 봄 꽃잎같이 화사한 핫핑크 후드 재킷을 동봉했다.


방수처리가 된 길쭘한 스포츠 재킷이다.


엄마는 푸른 계통을 입으면 더 말라 보이니 밝고 환한 옷을 입으라며 이참에 과감한 색도 한번 걸쳐보란다.


흐흠~~ 좋을시고...




그동안 내도록 점잖은 색상의 정장 스타일을 즐기던 취향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기호가 바뀌어 안 그래도 점점 물색 고운 옷에 눈길이 가던 참이다.


그 옷 그게 뭐고, 색깔이~!!


레지오에 가면서 입고 나섰더니 다짜고짜 옷 색 퇴박하던 요셉.


우짜라고~ 딸내미가 보냈는데~!!!


딸이 보낸 선물이란 말에 면박 주던 입이 쏙 들어가 버린다.


거기다 현관 앞 뜰에서 휘날리는 깃발, 울 엄마 세상에서 최고라네!!!!!


참다 참다 기어코 터뜨리고 마는 웃음보, 요셉 왈 유치한 재롱도 가지가지란다.


팔불출인들 어떠랴, 원래 모자라는 난 바보 푼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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