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했다.
유사한 생김새만으로도 지레 겁을 먹고 소스라쳐버릴 만큼 손가락 물린 기억은 두렵기만 하리라.
아마 대부분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기억이나 경험을 갖고 있을 터.
지나간 일 중에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도 있지만 회억 하고 싶지 않은 사연도 있게 마련이다.
20대인 우리는 당시 대구에서 최고가 아파트보다 더 가격대가 높은 봉덕동의 부연 한옥집주인이 되었다.
시어른이 유산을 미리 앞당겨 주신다며 큰 집을 장만해 등기이전 서류 일체를 손에 쥐어주신 덕이다.
삼태기 터에 정좌한 그 집은 소담스러운 라일락 나무가 마당에 그늘 짙게 드리웠고 노란 줄장미 무성히 담을 타고 벋어나갔다.
반질반질 콩 땜한 장판지에 창호문 운치 있는 그 집은 우람한 대들보에 대청마루가 넓었고 방이 여섯 개나 딸려 있었다.
막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세 식구였던지라 안채에 이어진 양 날개의 방들은 두 칸씩 세를 놓아 가용에 보태 썼다.
여러 해가 지나 부산으로 이사하게 된 우리는 집을 독채 전세 주고 와, 훗날 그 집에 돌아가 살게 되면 추녀에 풍경을 달리란 꿈을 꿨다.
별 탈 없이 잘 간수했던 그 집은 시어른이 돌아가신 얼마 후 우리와의 인연이 끝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 당시, 주식 광풍이 몰아쳐 나남 없이 그 열기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갔는데 남편도 지니고 있던 얼마간의 종잣돈으로 재미 삼아 손을 댔던 모양이다.
주식 관련 책을 사 나르며 개미처럼 객장 출입 빈번하더니 몇 번의 공돈에 희희낙락, 초고속 인터넷망도 깔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달겨들었다.
초보 노름꾼에게 카지노장이 그러하다듯, 처음 얼마간의 달달한 사탕 맛을 안겨줌은 군침 도는 미끼의 함정에 다름 아니었다.
대개 한국인의 주식에 대한 개념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한다기보다 투기에 가까워, 치고 빠지는 식의 단타 거래를 일삼다가 결국은 집 한 채만 날린 것.
한국으로 리턴하고 나서 아들과 성묘 다녀오던 도중, 봉덕동 옛집에 들러봤다.
마침 대문이 열려있기에 들어가 보니 장판은 죄다 걷어냈고 타일도 깨져있는 등 분위기 어수선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대도시 주택가마다 붐을 이룬 풍조, 터가 웬만한 집이니 헐어버리고 빌라 올리려는 기초작업에 들어간 것 같았다.
주식으로 집을 날리지 않았더라면..... if 가정법 소환은 하나마나 한 헛소리로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마침 누가 주식 얘기를 하는 바람에 불현듯 대구 집이 생각나 괜히 심란한 하루였다.
어릴 적, 참새 잡는다며 소쿠리 밑에 쌀을 뿌려두고 기다려본 적이 있다.
멀리서 망을 보다가 새가 눈치 없이 그 안에 들어오면 잽싸게 줄을 잡아당겼다.
재재거리며 쌀을 쪼아 먹던 참새 두어 마리 그렇게 걸려들기도 했다.
추수철 지나 곡식을 쟁여둔 광에 들락날락 쥐가 드나들면서 나락을 축내기도 하고 고구마를 갉아먹곤 하였다.
쥐가 다니는 통로에 쥐 식성에 맞는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놓아두고 쥐틀을 설치해 두면 하룻밤만 지나도 영락없이 쥐는 걸려들었다.
겨울방학 때 외가에 가면 동네 오빠들이 눈 쌓인 산등성 헤매며 토끼 발자국을 찾아다녔다.
산토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토끼 덫을 놓고 먹을 걸 넣어두면 눈 때문에 쫄쫄 굶은 토끼는 웬 떡이냐 싶어 냉큼 발을 디밀었다.
덫에 걸려 혼비백산이 된 토끼는 붉은 눈이 더 동그래지며 벗어나 보려고 마구 몸부림을 치나 역부족, 결국 숨만 할딱거릴 뿐.
그렇게 잡힌 토끼는 한창때 애들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주었고 털가죽까지 귀히 쓰여 방한용 귀마개감이 돼주었다.
아침나절 배가 들어오는 방파제에 나갔다.
마침 한 어선에서 어부들이 부려 논 싱싱한 생선이 보여 그중에 열기를 사 왔다.
심해에서 낚시로 건져 올리던 열기는 별미 중 별미인데 요샌 연승어업이 발달하며 계절 없이 어촌마을 바쁘다.
생선가게에서 사면 생선을 손질해서 주지만 배에서 직접 사면 집에 와 손수 생선을 다뤄야 한다.
주낙으로 잡힌 생선은 거의가 낚싯바늘을 물고 있어 손질할 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가미에 걸린 낚싯바늘이라면 빼내기가 수월하나 내장 깊숙이 들어가 박힌 바늘은 미늘 때문에 장기까지 딸려 나와 손이 그만 움칫해진다.
그물로 잡은 생선과 달리 주낙 어업 방식으로 잡아온 열기는 그때까지 살아있는 넘도 있다.
낚싯배를 타보면 의젓하게 생긴 참돔은 뱃전에 끌려와도 제 비늘 상할라, 점잖은 반면 작은 생선은 제 성질에 못 이긴 채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처럼 마구 팔딱대던 열기는 금세 숨 멎어 낚싯줄 머금은 입을 헤~ 벌린 채로 잠잠해졌다.
열기를 다량으로 잡아 올리는 주낙법은 낚시질과 비슷해 어구에 빙 돌아가며 줄과 연결된 낚싯바늘에 매단 미끼를 이용한다.
바늘 낱낱마다 미끼를 끼워서 바닷속에 밤새 던져 넣었다가 이른 아침 배를 타고 나가 어구를 거둬서 돌아오면 된다.
물속에서 유유자적 노닐던 열기나 붕장어 등은 난데없이 수중 발레하듯 산들산들 춤추는 먹잇감의 군무에 홀려 떼 지어 몰려들 테고.
미끼로 매달린 살덩이의 유혹에 넘어가 덥석 물어 꿀꺼덕 삼키는 순간 그들은 고통의 포로가 되고 마는데....
그렇듯 별별 미끼가 다 난무하는 세상이라 증권가 외에도, 특히 공직생활을 하려면 얼마나 스스로를 사리고 또 사려가며 관리 잘해야 하는지.
어느 시대 없이 비리나 부정에 연루되어 인생 끝장나 파멸로 치달리는 걸 누차 봐왔으면서 오늘도 미끼에 걸려 생기는 불상사는 여전히 ing.
눈을 현혹시키는 미인계로, 선물이란 이름의 뇌물로, 미사여구로 꾸민 감언이설로, 던져놓은 미끼나 덫에 걸려 자칫 패가망신 나아가 죽음에 이르게도 되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