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 민속마을 푸짐한 잔칫날

by 무량화


주말 행사가 열리는데 어제 온종일 비가 내렸다.

어느 야외 행사든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그래서 대사를 치를 때 가장 큰 부조를 해주는 건 날씨라 했다.

어제 날씨가 궂어 ‘성읍민속마을 전통민속 재현 축제’가 제대로 진행됐더냐고 집행부에

물어봤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예정대로 모든 절차가 비와 더불어 잘 진행됐다고 했다.

서귀포시장이 직접 말을 타고 정의현감 부임 행차를 재현했는데 세찬 빗발 속에서 오히려 역사의 현장감을 더욱 실감 나게 하더라고.

정의현감이라니?

과거 조선시대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쪽에 제주목을, 남쪽의 동부에는 정의현, 서부에는 대정현을 설치하였다.

제주목은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지방관인 정 3품 목사는 군사권도 가지고 있었다.

대정현, 정의현에는 종 6품 현감을 두어 관내 지역을 다스렸다.

한라산 동남쪽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중요한 지역이라 성곽과 동문, 서문, 남문 등 세 개의 성문과 문마다 문루가 설치돼 있었다.

현재 남문과 서문은 복원돼 있으며 현청인 근민헌과 향교를 비롯 정의현 객사 등을 제자리에 복원시켰다.

밤새 비가 내리더니 일요일 늦으막이 날씨가 들기에

성읍마을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서문을 통해 성내로 들어갔다.

맞바로 향교와 연결되는 위치였다.



오늘은 남문 앞에서 걸판지게 열린 민속축제만을 다루고 마을 스케치는 다음으로 미룬다.

풍악소리 따라 드넓은 광장으로 와보니 잔치마당이 한껏 무르익었다.

마을회에서 나온 주민들로 이뤄진 전통음식 부스에서는 빙떡, 오메기떡, 돌래떡, 상외떡, 메밀만두, 메밀죽, 보리빵을 푸짐하게 돌렸다.

보통 행사장마다 모든 음식은 판매가 원칙으로 바가지만 안 씌워도 고마운데 막 퍼주다니.

마을 잔치판이 풍성한 것이, 손도 크고 마음씀도 넉넉하다.

광에서 인심 난다듯, 사철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제주인들이라 쌈짓돈 쌓아놓은 게 많아서일까.

오메기술, 고소리술, 쉰다리 등 전통주 시음도 원대로 맛볼 수가 있었다.

안주감도 풍성해 돔배고기가 배추김치 곁들여 접시에 수북 담겨 나왔다.

시금털털한 쉰다리를 마셔서인지 돌아 나오며 들른 근민헌 주변까지 시큰한 내음이 떠도는 거 같았다.



놀이마당 주변에 하얗게 솟은 여러 부스들.

각 부스마다 윷놀이, 감물체험. 연 만들기, 떡치기, 투호놀이가 함성소리와 함께 한창 신바람이 났다.

놀이마당 한가운데에서는 갈옷 차림의 여인들이 타작 곡식이 든 멍석을 거두며 님타령에 맞춰 느영 나영 춤 공연을 펼쳤다.

제주식 옛 장의 행렬이 구성지게 펼쳐진 뒤를 이어 처음 접하는 달구질(봉분 흙 다지기) 행렬이 따랐다.

상여를 메고 장지까지 가는 과정은 육지와 영 달랐다.

희한하게도 여인들이 상여꾼 앞 뒤로 열을 지어 선소리를 받아 훗소리로 노래하고 춤추며 따라가는 점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산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고자 어하딸랑 메기는 상여소리는 엇비슷하나 장의행렬에 여성들이 참여하다니.

제주는 전통적으로 이와 같은 방식이라기에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퍽 놀라웠다.

이 모든 게 마을 단위로 벌이는 경연이라, 함께 모여 연습을 하는 동안 공동체 결속은 더욱 돈독히 다져졌겠다

특히 장의 공연은 준비물도 많고 참가자 저마다 역할이 달라 연습시간도 적지 않았을 듯.

요새는 풍속도 바뀌어 어디나 장의차가 간단히 대신하긴 하지만.

토질. 언어. 생활방식, 음식문화 등 다른 점이 아주 많은 제주섬.

여전히 낯선 그래서 호기심 자극하는 특수지역 제주가 더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복합적이고도 고유한 나름의 매력을 지닌 제주를 탐험해 나가는 재미가 나를 내일도 길 위에 서게 한다.



팁: 같은 표선면에 이름이 비슷해 혼선을 일으키는 두 장소가 있다.

하나는 이곳 성읍민속마을이고 해비치해수욕장 쪽에 있는 제주민속촌은 유료로 운영된다.

둘 다 제주의 전통적인 민속마을로, 이곳은 예전에 현청 중심지였던 고을로서 성곽이 있으며 실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다.

민속촌은 한진 칼에서 운영하는 개인 소유의 제주 민속박물관 형태인데 인위적으로 짜임새 있게 조성돼 있으며 입장료 만오천 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