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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9. 2024

고구마를 좋아하세요?


봉황이 날아든다는 상서로운 산 봉래산.

전설 속의 봉래산은 신선들이 살며 불로불사의 약이 존재한다고 전해지는 영산이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고자 동쪽으로 파견했던 서복이 불사약을 보았다고 보고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여름 금강산을 봉래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만고 충신 성삼문의 절명시에도 나오는 봉래산이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한

봉래산은 영월 팔경의 하나로 동강변에 있다.

폐위된 어린 왕 단종을 유폐시킨 청령포가 있는 동강이다.

부산 봉래산은 부산역에서 건너다 보이는 영도에 위치한 해발 395m의 산이다.

에게게~ 4백 미터 급도 아닌 산이 높으면 얼마나 높겠냐고?

그러나 고도에 비해 산세 힘차고 우뚝 솟구쳐 웅장한 데다 해무로 인해 자주 구름띠를 두르고 있어 신비로운 산이다.

봉래산 지그재그로 올라가며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모여서 부락 이룬 마을 이름도 청학동, 신선동.

신선놀음은커녕 어쩌다 뒤늦게 피난 와 부산 도심에서 밀리고 밀려 섬으로 건너온 피란민들이 1세대 영도 주민들이다.

그만큼 고달픈 삶을 산 사람들이라 사는 형편 역시 어려우니 급경사지에 깃든 살림집도 거의가 고만고만하다.

초량 윗동네만 산복 도로 까꼬막길인 줄 알았는데 여긴 더 가풀막진 비탈길이라 등산하듯 숨 가쁘다.

하도 경사가 심해 버스가 다닌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실 교통 사정은 열악하다.

대신 높이가 있으니 전망 한번 끝내준다.

부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니 부산대교 멋진 야경은 질리도록 보겠다.

 
 
영도 봉래산 감아 돌아 맨 끄트머리 정상 가까운 청학동 산 번지에 고구마 역사 공원은 자리했다.

전에 흰여울마을까지는 와봤는데 거기서도 아주 한참 더 돌아 올라와야 조엄 선생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들여와 재배에 성공시킨 곳에 이른다.

같은 환경 조건인 섬 여러 곳에 고구마를 심어봤으나 화산석인 제주 땅 고구마는 맛이 별로인 반면 영도 고구마는 당도가 높았다고.  

그 외 남도 지방 황토 흙에서 키운 고구마는 품질과 맛으로 현재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근 250여 년 전인 1763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간 조엄은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처음 접했다.

고구마를 캐던 농부가 조엄에게 이것은 코위코이이모이인데 찌거나 구워 먹는다고 하였다.

일본에서 말하는 '코위코이이모'는 부모에게 효도할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음이 비슷한 고귀이마 ㅡ고구마가 되었다고.

고구마는 실제 달고 부드러워 노인들 드시기 안성맞춤인 식품이다.

맛을 보니 달달하고 배도 든든해 순간 조엄은 기근 들어 항시 굶주리는 곤궁한 백성들 생각이 났다.

애민정신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았다면 이 상황도 무심히 지나치고 말 터이다.

배곯는 민초들을 긍휼히 여겨 구황작물 눈여겨두었다가 들여와 시험재배하는 조엄 선생뿐인가.

고려 시대 때 원나라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공이 추위에 떠는 백성들을 위해 목화씨를 가져와 면직물을 널리 보급시켰다.

그분의 공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목화씨를 빼내는 '씨아'와 실을 잣는 '물레'를 장인과 함께 제작한 점이다.

벼슬아치가 되어 나라의 녹을 먹는 자들, 이런 분들의 고결한 정신까지야 바라지 않고 제발 부패한 탐관오리나 아니 되었으면.

 
 

문익점 공이 목화씨를 들여오기 전인 삼국시대에도 목화를 재배했지만 귀물에 속했던 면포였는데 이를 일반화시켰듯, 마찬가지다.

조엄 선생 훨씬 전인 1607부터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했으니 고구마의 존재를 진작 알았으며 중국 사신들에게도 부탁했던 바였다.

다만 조엄 선생만큼의 성심 어린 적극성이 따르지 않았다는 차이다.

1763년 시월 중순, 조엄은 대마도에서 고구마 종자를 구해 보관법 및 재배법을 적어 부산진 첨사에게 보냈다.

그 이듬해인 1764년 동래부사로 부임한 강필리는 그 고구마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된다.

고구마를 잘 가꿔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 그는 연구를 계속하며 재배 방법에 관한 주요 내용을 언문체로 기록한 '감저보'까지 저술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그가 초량 왜관의 협조하에 동래에서 고구마 재배에 성공하며 고구마 막걸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고구마가 흔했던가, 고향에서는 고구마 농사를 많이 짓는 편이라 건사만 잘하면 겨우내 좋은 간식거리가 돼주었다.

감자는 껍질이 아려 껍질을 벗겨서 찌지만 고구마는 황토 흙만 털고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한솥씩 쪘다.

눈 깊이 쌓인 한겨울의 충청도, 소쿠리에 담긴 찐 고구마와 화롯불에 군 밤과 홍시가 주전부리의 전부였던 어린 시절.

그런 촌스러운 음식을 즐겨 먹고 자라서인지 지금도 익숙한 그 맛이 여전히 좋은 군입 거리 감이다.

고구마는 그러나 내 경우 간식 이전 주식 역할 톡톡이 한다.

미국 살 적에도 토종 식성답게 거의 한식을 먹다 보니 김치는 자동으로 따르는데 냄새가 문제라 아침에는 주로 고구마로 때웠다.

고구마 하나 통째로 들고 학교 가면서 먹는 일도 다반사, 일을 할 때는 고구마와 블루베리 스무디를 곁들이면 아침식사 끝.

지난 추석 무렵 고구마 한 상자를 샀더니 무른 품질인지 자꾸만 썩어 앞으론 상자들이로는 절대 사지 않기로 했다.

한번에 먹을 만큼만 사다 먹어야지 욕심냈다간 버리는 게 반이다.

고구마 값은 또 좀 비싼가, 버리면서도 아까워 끌탕을 했다.

실제로 요즘 들어 고구마가 슈퍼 푸드로 널리 각광받으며 가격이 급등, 귀하신 몸이 되었다.

명실공히 건강식품으로 뜨고도 남을만한 고구마 맞다.

고구마에는 비타민C와 칼륨, 베타카로틴이라는 강한 항산화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흡착시켜 배출케 해 준다.

특히 껍질에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서 함께 먹어야 소화가 더 잘 된다.  

식이섬유도 껍질 가까이에 집중돼 있으므로 변비에 탁월한 효력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껍질 색깔이 나타내듯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혈관을 튼튼히 하고 암과 노화를 억제시키는 역할도 한다.

고구마 역사공원 인근에 그려진 벽화를 보니 고구마를 먹으면 피부도 고와지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 흠~ 젊은 층 솔깃할만하다.

나이 지긋한 연배라면 혈압과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되고 노화를 늦춰 준다니 고구마가 바로 불로초 아닌가 싶다.

워낙 좋아하는 고구마라 한번 시배지를 찾아가 봐야지 별러온 영도, 미루던 숙제 마친 듯 가뿐하게 언덕길 달려서 내려왔다.


 고구마를 재료로 만든 음식: 고구마 타락죽/고구마 피자/고구마 쿠키/고구마 전/고구마 케이크/고구마 샐러드.

고구마 종류: 호박고구마 신황미/율미와 달리 식감이 부드러운 물고구마 연미/쪄서 먹을 때 맛이 좋은 증미/밤 맛이 나는 밤고구마 율미/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아 항산화작용을 하는 신천미 /튀김이나 고추장, 물엿, 증류주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 신건미가 있다고.

이처럼 고구마 품종마다 아름다울 미(美)를 넣어줄 정도로, 한때는 구황작물이었으나 전 국민의 영양간식이 된 고구마 변천사는 화려하다.

주소: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 산 54-156  조내기 고구마 역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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