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귀근(落葉歸根)

by 무량화


떨어지는 순간은

길어야 십여 초

그다음은 스스로의 일조차 아닌 것을

무엇이 두려워

매달린 채 밤낮 떨었을까



애착을 놓으면서부터 물드는 노을빛 아름다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죽음에 눈을 맞추는



찬란한



신.



복효근의 시 낙엽이다.



탄성 자아내게 하던 만산홍엽 곱디고운 단풍

이제 갈바람에 낙엽 되어 떨어진다.

만추의 산자락에 낙엽 흩날려 쌓인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나뭇잎은 떨어지면 제 뿌리로 돌아가 대지의 모성, 흙에게로 귀의한다.

나무는 그렇게 낙엽의 힘으로 수백 년을 살아간다.

모든 삼라만상 그 무엇이나 결국은 근원으로 돌아가게 마련.

낙엽의 발원지는 뿌리, 물 끌어올려 새잎 피어남이 비롯되는 그 뿌리로 돌아간다.

본향으로 돌아가 고즈넉이 누운 낙엽들.

이끼 낀 바위 언저리 나무뿌리 짬에 모인 낙엽에게 잠시 목례를 보낸다.



살아가는 일이 작위(作爲) 라면

저 건너 죽음은 자연 즉 무위(無爲)이다.

생명 있는 뭇 존재는 어느 순간 시작되어

언젠가 홀연 끝나는 시간이라는 유한성에 묶여있다.

한편 그 유한성이

삶을 더한층 절실하게 만들고 소중히 여기게 해 준다.

하여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충하고 실현해 나가고자 저마다 안간힘을 쓴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삶의 매 순간을 절실한 것으로 인식시킨다.

그러하듯 죽음은

삶의 귀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준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가뭇없이 스러져

역시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산다는 건 현재에 머무른다는 의미,

죽는다는 건 모든 걸 버리고 떠난다는 뜻이라지만

그 끝은 또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며

삶과 죽음의 순환은 계속된다.

이 세상에서 사는 시간은

짧디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으며

그다음 내세는 '영원'하다고 한다.

내면으로 침잠해

지난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하는 지금은 성찰의 시기.

낙엽귀근을 묵상하노라면

삶과 죽음이 하나,

모든 것은 시작도 끝도 없다로 귀착된다.

고로 슬픔이기보다 그것은 아름다운 순명.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