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반천에서 걸매공원으로 가을 산책

by 무량화

하늘빛 창창한 11월 아침.

솜반천에서 흙담솔 거쳐 걸매공원으로 가을 산책을 나섰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환경이 살아난 솜반천변 여기저기 거닐며 가을 물소리에 취해 들었다.

주변 나뭇잎 어느새 소슬하니 가을기운 완연했다.



청량한 물소리 들어가며 물살 한참을 바라보다가 언덕으로 올라 다리를 둘씩이나 건너 낯선 흙길로 성큼 들어섰다.

원제천과 서홍천 두 물길이 만나 이뤄진 솜반천, 그 위길로 가다 보면 서홍천을 만나고 거기에 놓인 다리다.

새로 가보는 길은 약간 긴장도 되는 반면 흙길이라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기도 하였다.

입구부터 여러 수목 울창하게 얼크러져 해가 들지 못하는 길은 좁고도 어둠침침했다.

게다가 우측은 절벽, 좌측 둔덕 위에는 허름한 창고와 무허가임직한 집들이 기대서 있었다.



되돌아 나오려다가 깔끔스런 벤치도 있고 대나무를 세워 모양 있게 다듬어 놓은 길이라 계속 직진했다.

서귀북초등학교 근처에만 해묵어 거목 된 소나무 우람하게 서있는 줄 알았는데 웬걸, 진짜는 따로 여기 있었다.

흙담솔길이 끝나는 곳은 서홍천 네 번째 다리 앞이자 등대동산 초입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무작정 아랫길로 걸어 내려갔다.

걷다가 뒤돌아보니 한라산 설문대할망 옆모습이 조각처럼 또렷했다.

곳곳의 감귤밭은 노란 꽃송이 닮은 귤을 총총 매달고 있었다.

밭 가에 방풍림으로 심어 나름 덕을 본 삼나무 같은데 올해 들어 시 지원을 받아가며 벌목에 들어갔다.

속성수인 삼나무라 너무 크게 자라 귤밭에 그늘 짙게 드리우는 데다 왕성하게 뻗는 뿌리가 귤농사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전기톱 소리에 이어 가까운 데서 포클레인 소리 타다닥거리는 걸로 미루어 택지 고루는 공사판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곳 귤밭은 농사는 차치하고 그냥 깔고만 앉았어도 큰 재산이 되겠다.

인근 토지가 야금야금 택지로 변해 빌라 멋진 건물이 들어서는 터라 그 추세대로라면 주변은 필시 금싸라기 땅.

한국은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막론하고 땅부자 투성이가 될 판이다.



차도를 건너려는데 수학여행철 아니랄까 봐 관광버스가 유독 자주 눈에 띄었다.

한참을 걸었건만 여전히 서홍동, 해묵은 은행나무와 먼나무가 서있고 변시지공원이 있는 동네였다.

은행골목에 자리 잡은 네 그루 노거수 은행나무는 아직 푸르른데 주택가 청년 은행나무만 금빛 왕관을 쓰고 있었다.

금화 흩뿌리듯 은행잎 노오라니 휘날리는 만추, 필히 은행골목은 다시금 와보기로 한다.

그럭저럭 또 한번 솜반천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이번엔 걸매공원으로 향했다.


이 공원의 정식 명칭은 걸매생태공원이다.

환경면에서도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전제하에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는 각성들을 고위 행정가들이 해야 할 텐데.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초대 민선시장이신 오광협 제9대 서귀포시장을 좀 벤치마킹하면 좋으련.

그분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으로 시정을 이끌어나간다면 생태를 훼손시키지 않고도 도시 개발이 가능하련만.



걸매공원 입구 호젓한 숲길에도 가을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거지반 상록활엽수 같아 보이는데 누렇게 낙엽진 이파리가 바닥에 흥건했다.

공원 동선을 따라 나무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로도 이동하기 편리한 이곳.

전 세대를 아우르며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에 적합한 걸매공원이다.



수생식물과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연못과 개울이 조성되어 있으며 조춘의 매화를 시작으로 늦가을 털머위꽃이 피는 휴식처인 곳.

솜반천이 세를 불려 천지연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계류에는 쇠백로, 고니, 오리 떼 노닐고 멧새소리 청량하게 여울지는 힐링공간이 여기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생태공원이 도심 바로 곁에 펼쳐져 있다는 축복, 걸매공원은 서귀포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