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내려와 유람선을 타려고 미포로 왔다.
네시 반 무렵에 도착했는데 오후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맵싸했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파도가 거의 없어 배를 타기 좋은 기상상태였다.
매표소에서는 오륙도 해상투어와 광안대교 야경투어 둘 중 어느 것을 원하는지 물었다.
우리는 다섯 시에 출발하는 오륙도행을 결재했다.
마침 석양 무렵이니 금빛 노을 어린 아름다운 오륙도를 볼 수가 있겠다.
그러려면 유리창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육안으로 섬과 대면해야 할 터.
우린 추위 무릅쓰고 선실 대신 이층 선상으로 올라갔다.
오래전, 부산으로 이사 와서 네 가족이 오륙도행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승선장 건물에 SINCE 1979년이라 쓰여있었으니 우리가 부산에 온 지 오 년 전에 개장한 사업체인 이곳.
건물도 그때 그대로에 선체만 교체하며 별 사고 없이 황금노선을 여태껏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으니 어쩌면 유람선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무튼 당시 해 쨍쨍한 한낮의 섬은 거의 입체감이 드러나지 않아서인지 무덤덤도 했지만 아마 그때 우린 뱃멀미도 했지 싶다.
거의 사십 년이 지난 기억이다.
그때 내가 멀미를 했던가, 아니면 어린 딸내미였을까.
생각에 빠진 중에 딸이 물었다.
요새도 '돌아와요 부산항에'노래를 틀까?
배가 출항하고 얼마 뒤 오륙도에 가까워지자 진짜로 조용필 노래가 선상에 퍼졌다.
이은상 님의 시조 오륙도.
"오륙도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섬인 줄 몰라라"
처음 시조 공부를 할 때 운율을 본 삼았던 노산선생 시조다.
갯바위로 이루어진 오륙도는 12만 년 전에는 하나의 산 능선이 일직선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산 능선이 여러 덩어리 바위섬으로 나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예로부터 부산항의 관문 역할을 했던 오륙도는 국가 지정 명승 제24호로 지정되었다.
밭 섬(등대섬)·굴섬·송곳섬·수리섬·방패섬·솔섬 등 여섯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썰물 때는 방패섬과 솔섬이 우삭도라는 하나의 섬으로 연결되어 다섯 개 섬으로 보이기도 한다.
송곳섬은 크기가 가장 작고 굴섬은 제일 큰 섬으로, 굴이 많이 나는 섬이 아니라 섬 안에 큰 굴이 있어서라고.
등대섬은 지대가 평탄하여 밭섬이라고도 하였으나 등대가 세워진 뒤부터 등대섬이 됐단다.
섬을 세는 재미에 빠져 추운 줄도 모르고 다들 하나, 둘, 셋.... 구령을 붙이듯 뱃전에 서서 신명들이 났더랬다.
등대섬 앞에 이르자 해설사는 저 멀리 수평선 상에 떠있는 선박을 주시하라며 먼 앞쪽을 가리켰다.
손 끝 멀리 아스라하게 선박 두 척이 보이는 데, 그중 큰 배 오른쪽에 아른거리는 섬이 대마도라고 하였다.
수영선수 조오련 씨가 대한해협 횡단한 얘기도 이때 곁들였다.
하긴 그전 망미동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대기 청명한 날이면 아른아른 떠오르곤 하던 섬 대마도.
아시아의 물개라 불리던 수영선수 조오련 씨는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헤엄을 쳐 대한해협을 횡단했다.
그 쾌거를 그는 1980년에 이뤄냈다.
거리는 48km라고 하지만 대한해협은 유달리 밀물과 썰물에 의한 조류가 거센 지역이라는데.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서 대마도 북단 사오자끼 등대까지 수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열세 시간 남짓이었다.
그런데 가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어디부터가 오륙도야?
찍힌 사진으로는 섬이 여섯인지 일곱인지 그만 헷갈렸다
흐리락 맑으락 하매 몇 섬인 줄 몰라라, 쓰셨던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에 일곱이니 이게 웬 변고?
아무튼 다시 오륙도를 검색해서 사진 속의 섬들과 대조해 보기로 하고.
유난히 쾌청한 날씨 덕에 금빛 노을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었던 오륙도 해상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광안리 민락수변공원으로 향했다.
거기서 별러온 조개찜 한상 받아 거하게 포식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https://brunch.co.kr/@muryanghwa/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