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바다에 가보았네

by 무량화


늦가을 바다가 보고 싶어 오후 들어 사계해안으로 달려왔다네.

사계리는 산방산 단산 송악산 형제섬 가파도까지 시선 안에 드는 바닷가 마을이지.

여느 바닷가와 달리 백사장보다 암석해안이 볼거리인 사계해변이라네.

약 4천 년 전 만들어진 송악산이 화산 폭발하면서 공중으로 치솟은 화산재가 바다 인근 산지사방에 덮이게 됐다네.

용암이 분출하면서 발생한 화산재가 켜켜이 쌓여 세월이 흐르면서 암석층이 된 하모리층.

화산재에 섞인 모래는 오랜 세월 다져지며 암석층을 이루었던 게지.

하모리층을 과거 제주사람들은 누룩을 빚어놓은 듯한 색상과 모양새라서 누룩 빌레라고 했다더군.

외계 풍경 같은 암반이 펼쳐져 있는 이 암석지대에는 달의 분화구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의 구멍이 수없이 나있다네.

오랜 세월 풍파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이 구멍은 마린 포트홀이라 한다지.

암석해안에서 주로 발달하는 포트홀(pothole)은 파도의 침식작용에 따라 깊고 옅게 팬 홈이라네.

만조 시 바닷물에 잠겼다가 물이 빠져나갈 때 침식된 구멍 속으로 들어간 돌조각이 물살 따라 뱅뱅 돌면서 바위를 둥글게 마모시킨다네.

이때 구멍의 크기나 깊이가 확장되며 형태는 점점 더 커지면서 부드러운 원형이 된다네.

동쪽 방파제 가까이에 남아있는 하모리층은 규모 작지만 층이 두꺼운 편이라 포토존으로 매우 핫한 구역이지.

이 암석지대에는 외계 행성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의 구멍이 숭숭 나있다네.

서쪽 해안에서는 사람은 물론 여러 종의 동물 발자국 화석이 다수 발견되기도 하였다지.

현재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되어 출입이 통제된다네.

사계 해안을 맨 첨 보았을 때만 해도 현재보다는 굴곡이나 마린 포트홀이 선명했던 거 같애.

바위처럼 단단하긴 하나 원래 모래가 다져져 굳어진 하모리층이라 이태 새에 형태가 좀 마모된 감이 없지 않아 들더군.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제 좋다

정호승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