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박물관에서 감귤 따며 소원풀다

2022

by 무량화


2021년 11월 첫날 제주살이 짐을 풀었다.

오랜 로망이자 버킷리스트였던 꿈이 이루어져 서귀포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날마다 산으로 바다로 신명 나게 쏘댕겼다.

대부분이 색다른 풍광들이라 너무도 신통방통해 거의 날마다 밖으로 나돌았다.

그즈음 돌담 두른 귤왓뜰마다 샛노란 감귤이 익어가고 있었다.

녹색 잎사귀 새새로 빛깔 산뜻하고 윤기로운 귤들이 조랑조랑 달려있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귤 수확철이면 제주 할망 아주망은 노는 이가 없다고들 했다.

일당도 꽤 두둑하다는 소문이다.

우선 이색진 일이라 흥미와 구미를 동하게는 했지만 막상 일할 자리는커녕 귤밭 진입도 못해봤다.

호기심 반, 재미 반, 놀이 삼아 한번 해보겠다는 외지인인 생짜배기 초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없었다.

기존의 경력자를 모아 일손 맞춘, 이를테면 이력이 난 일꾼들끼리 조를 짠 팀 외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웠다.

감귤 따기 체험 농장이란 광고도 여기저기 흔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직접 감귤을 따먹거나 딴 귤을 사가지고 오는 모양새였다.

알바하며 귤 따기라면 임도 보고 뽕도 따듯 일거양득이겠으나 내돈내산이라면 그까이꺼~ 다.

어느 귤밭은 무임으로 그냥 일해주겠다 해도 노땡큐란다.

엉터리 일손은 과일과 과수만 상하게 한단다.

그럭저럭 다음 해 가을을 맞았다.


이젠 이웃도 생기고 보폭도 넓어져 어디서든 알음알음 귤 따기 체험을 할 수 있을 듯.



며칠 전 시청 서포터스 단톡방에 감귤박물관에서 귤 따기 체험을 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보자마자 득달같이 참가신청을 해놨다.

충청도 느림보가 빛의 속도로 즉시 제까닥 행사 참가신청했던 그날이 바로 오늘!


하늘은 흐렸다 개였다 심술부렸으나 비 쏟아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오감타.

감귤 박물관 오른쪽 언덕에 있는 귤밭에서 전지가위를 들고 첨으로 귤을 따봤다.

전지가위야 예전에 온실이 있어서 자주 사용해 봐 낯익고, 꼭지 자르는 법 시범 한번 보니 금방 해낼 만큼

쉬웠다.

귤은 희한할 정도로 나무마다 맛(당도와 산미)이 달랐다.

같은 나무라도 햇볕을 많이 쪼인 곳과 그늘진 곳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이 났다.

룰루랄라~~ 귤동산에서 요모조모 사진 찍고 귤 따먹으며 더없이 상쾌 흔쾌 유쾌하게 즐거운 시간 가졌다.

1킬로짜리 봉다리는 눈 깜박할 새에 다 채워졌다.


벌써요? 젊은 서포터스들이야 노닥거리노라 귤따기는 뒷전이었으니.

거 보라카이! 내 손 재빠르다 안 캤나.

일머리도 빠삭하고 요령도 눈치껏 퍼뜩 캐치하고 뭣 보담도 억척이라 카이!

이런 일에 소질 있다 그 캐싸도 쪼맨한 할망이 뭔 일하겠나 싶었제?

앞으로 두고 보소!

씨알도 안 먹히던 서귀포 귤밭 쥔장들요.

숨은 실력자 몰라보고 걍 놓치뿌면 당신 손해라요.

단 이 사람 고급인력이라 주중은 안되고예, 주말만 일 가능하다요.

반짝 단풍철엔 응당 단풍놀이 가야헝께로 참고하삼!

엥? 그라모 은제 일하노! 치왔뿌라, 하시모 OK 마~됐심더.

없던 야그로 하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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