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서리에 먼나무 열매 붉게 익고 단풍 낙엽 져 내리면 모슬포 바다에서 한소식 전해오지요.
눈바람 쌩하니 겨울 기운 감돌아야 비로소 제맛 나는 방어회 계절이 온 거라면서요.
드디어 방어가 제철을 맞았어요.
지난주 나흘간 모슬포항 일원에서는 25회 방어축제가 성황리에 열렸구요.
청정 바다의 흥과 멋과 맛의 향연이란 주제로 매년 이맘때 개최되는 방어축제에 올핸 가지 않았지만요.
유 선생이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당연히 모슬포에 갔을 텐데요.
그 대신 올해는 두 번씩이나 한 지붕 아래 사는 이웃들 모여 방어회에 방어탕 포식했네요.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10㎝ 안팎까지 자라는 일 미터 급의 큰 어종이지요.
가을이 되면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마라도 주변 해역에서 서식한대요.
하여 최남단 항구인 모슬포항에서 뜬 방어잡이 선단이 마라도 해역을 훑으므로 모슬포가 방어 주산지로 뜬 거지요.
얼마나 바람이 많은지 모슬포는 몹쓸포라 불릴 정도라
제주 특미라는 자리물회감인 자리돔도 여기서 잡히면 가시가 쎄서 구이용으로만 쓴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물살이 거칠기로 소문난 제주도 최남단 가파도, 마라도 해상에서 어획하는 지역 특산물인 방어.
방어는 유난히 바람 거세 파도 심한 물살을 견뎌내면서 육질이 단단해져 쫄깃한 식감과 담백함으로 인기를 끈대요.
월동과 산란을 위해 영양분을 최대한 섭취했으니 겨울에 잡히는 방어야말로 연중 가장 살이 실하게 올라있다네요.
따라서 기름기 많고 육질이 쫄깃하여 매우 맛이 고소하답니다.
한라산에 눈 하얗게 내릴 즈음, 더더욱 맛 깊어지며 제철을 맞는 방어.
방어는 불포화지방산(DHA)이 많고 비타민 D도 풍부하대요.
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등 예방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네요.
회를 먹기 시작하고도 물렁하거나 하얗지 않은 횟감은
거들떠도 안 봤는데요.
연어조차 과히 좋아하지 않는 식성인데 불그레한 방어회를 즐기다니.
비교적 짙은 색감의 방어회에 맛을 들인 것은 순전히 서귀포 이주 후의 일이네요.
알고보니 알짜 자연산인 까닭도 있지만요.
처음 시식한 곳이 교래리 산마을이었는데 회보다도 회 뜨고 남은 큼다막한 대가리를 그릴에 구은 고기가 아주아주 쫄깃하니 맛졌더랬어요.
창밖에는 그날 싸락눈이 사락사락 내려 무척 추웠지요.
그 기억이 방어 = 어느 부위나 요리 방법에 따라 기차게 맛좋음, 으로 각인되었구요.
이후 손맛 기가 막힌 아랫집 삼춘이 끓인 지리탕에 완전 반했지요.
국물 뽀얀 지리탕은 마치 오래 고은 곰국같으니까요.
매일올레시장 횟집 수족관에서 유영하던 방어를 사서 두툼하게 회를 뜨고요.
나머지 대가리와 뼈를 큰 냄비에 푹 고아 지리탕으로 먹으니 그 맛이 어찌나 시원하던지요.
삼춘 음식 솜씨가 좋아서인지 별도의 부재료, 이를테면 무나 미나리는 물론 마늘마저 넣지 않고 새파란 대파와 방어만 넣고 끓여도 시원한 맛이 일품.
천일염으로 간만 알맞게 맞춰주면 순수한 원재료가 지닌 바다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네요.
생선 곰국이나 마찬가지인데 전혀 비릿하지 않다는 게 암튼 희한하더라구요.
탄력 있는 방어의 근육이야 욕심 안 내도 방어회 덕에 볼살도 도도록, 허리살도 넉넉히 올랐으면 하는 바람은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