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경계로 이 정도 변화 자심한 서귀포 날씨다.
오전 서귀포 앞바다는 아주 청명했다.
반면 한라산은 눈구름에 가리어져 있었다.
섶섬이 뜬 자구리공원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구름장 밀려오며 빗발 비치더니 우박과 눈발 어지러웠다.
잠깐 사이다.
거처에서 보이던 앞바다 은파도 사라지고 해풍만 걷잡을 수 없이 심하게 몰아쳤다.
바닷가는 텅 비어있었다.
하긴 이런 거친 날씨에 나돌아 다니는 내가 정상치 밖, 스스로 생각해도 태엽이 풀리거나 고장 나거나.
자구리 바다로는 성이 안 차 마치 자력에 이끌리듯 서귀포 항으로 쫒아내려갔다.
길가 현수막이 정신없이 흔들려 슬그머니 간판 아래를 피해 걷는 중에 굵은 우박이 쏟아지며 냉기로 손가락이 곱았다.
날씨 음산하다면 그쯤에서 에라~ 모르겠다, 퇴각했을 텐데 해가 쨍하니 났다.
모 아니면 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동상에 걸릴지라도 포구 구경은 하고 가자.
뭐야? 이 날씨에...
아지 못할 열정, 아니면 주체 못 할 호기심이 발동해
이다지 매운 날씨 마다하지 않고 기어코 서귀항에 닿았다.
새섬을 스쳐 문섬 등대가 보이는 내항,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항구 끝에 다달았다.
선주들 차가 더러 오가고 낚시꾼 두서넛 물가에 서있었다.
밖에서 보기보다 휑뎅그럴 정도로 드넓은 광장, 화물을 하역하는 물양장인 듯.
매립지 방파제 안쪽 공터는 범죄영화 배경과 흡사하게 아주 낯선 풍경이다.
태풍급 바람이 불어 제키는 중에도 접안된 어선들마다
무슨 작업인가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동남아인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둥둥 싸매고 그물 같은 어구를 손질하거나 밧줄 정리를 했다.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 보기에 내가 출렁거리는 파도나 찍어대고 있으니 참으로 한가하구나 싶어질 터.
마무리로 한산한 어판장을 둘러보고는 등 떠미는 바람에 밀려 엉겁결에 중앙동까지 금세 왔다는.
방금도 한라산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는 안전문자가 왔다.
온종일 자취 감춘 한라산, 현재 1100 도로와 516도로의 소형차량 운행은 통제됐으며 제1 산록도로도 소형은 통제됐으니 다른 도로로 우회하라는 통지가 연신 떴다.
오늘 최고 기온은 11도 최저는 5도라는데 체감온도는 영하권 같다.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