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 느지막이 일어나 식사 준비를 했다.
빵으로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토종 한식 식성이라 우선 밥부터 해야 한다.
여느 때처럼 적당히 불려둔 쌀을 밥솥에 안치고 취사를 눌렀다.
엥? 감감무소식이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보온을 눌러봐도 반응이 없다.
전원 코드를 뺐다가 다시 꽂아 보았지만 여전 먹통이다.
다른 콘센트에다 플러그를 꽂아봐도 마찬가지다.
야가 느닷없이 와이카노?
아주 간기가?
이것저것 만져봤지만 소용이 없다.
단단히 탈이 난 모양이다.
밥솥 아래쪽을 보니 소비자 상담센터 연락처가 나와있다.
거의 백 번은 눌렀지 싶다.
그래도 전화 연결이 쉽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갈 테면 가라, 까짓 거 냄비밥을 해 먹자.
보그르르 끓여서 뜸 잘 들인, 금시 지은 밥은 고슬고슬 맛도 더 좋다.
때마침 친구 전화가 왔다.
브런치 먹으러 가잔다.
오케이!
식당에서 가까운 군산오름을 식사 후 오르자고 했다.
걷기 친구인지라 옳거니! 반색을 한다.
부리나케 외출 채비를 하고 나섰다.
제주살이 하며 허술하게 지내는 우리라, 호텔 뷔페에서 영양보충 겸해서 종류도 다양이 포식을 했다.
물론 밥도 빠뜨리지 않았고 국 대신 월남국수도 떠왔다.
그녀는 커피를 여러 번, 난 요거트를 곱빼기로 먹었다.
군산에 올랐다 내려와 중앙로터리에 닿으니 성탄 트리 점등식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데 조명불 반짝대는 핑크빛 별을 손에 쥐여주었다.
밤거리에 경쾌한 캐럴송 출렁거렸다.
순간 느꼈다.
아, 다행이다!
위장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쩔뻔했나, 오! 감사하나이다.
내 밥통이 아닌, 탈 난 게 저 빨간 밥통이라서.
*그 덕에 밥맛 좋은 1인용 꿀밥압력밥솥을 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