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꽃버스로

천백고지

by 무량화


이른 아침 천백고지 어름이며 영실 쪽이 새하앴다.

백록담은 백설로 분단장 뽀얗게 했다.

한라산 올연히 솟은 하늘은 청푸르다.

지체 없이 채비를 갖추고 서귀포 등기소 앞에서 8시 40분 발 첫 눈꽃버스를 탔다.

출발지에서 이미 버스는 만차를 이뤘다.

도중에 쉬는 곳 없이 천백고지로 디립다 달리는 눈꽃버스.

그제와 간밤 자욱이 눈발 내리더니 위호텔 인근부터 눈 이 쌓였다.

아랫녘 서귀포에는 붉은 동백꽃 벙글기 시작했는데

법장사 입구쯤 지날 즈음 제법 백설 쌓여 설원 이뤘다.

서귀포휴양림부터는 설경 소담스레 어우러졌다.

그렇다고 한겨울 태백이나 대관령처럼 흐벅지게 쌓인 눈길은 아니나 생각보다 적설량 흐뭇하였다.

영실을 지나 천백고지에 이르기까지는 대소형 차량들로 도로정체가 심해 겨우겨우 당도했다.

아무튼 천백고지 휴게실에서 하차를 준비하며 아이젠을 꺼냈으나 눈을 깨끗이 치워 미끄럽지는 않았다.

날씨도 예상외로 푸근해 별로 춥지 않았다.

아이젠을 도로 집어넣고 먼저 천백고지 표지석 일별한 뒤 백록상 아래 눈썰매장 거쳐 다른 때처럼 송신탑으로 가려다가 멈춰 섰다.

너무 일러서인지 아이들 미끄럼 타던 언덕길은 인적이 끊겨 대신 휴게실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얗게 펼쳐진 은세계 위로 영실 둘러싼 오백나한 바위군 뚜렷이 건너다 보이고 이름 모를 봉우리들 이어졌다.

송신탑 근처에서 바라보는 전망만은 못해도 그쯤으로 만족하고 옥상 전망대를 내려와 천백고지 습지로 갔다.

습지 전체 한바퀴 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십오 분가량, 눈 때문인지 입구만 열어놓고 출구는 막혀있었다.

겨우 습지 들머리에서만 서성대며 눈이불 덮어쓴 얼음 언 물길 더듬다가 바로 나왔다.

한 시간여 머물렀을까. 서쪽에서 몰려드는 잿빛 구름장 심상치 않아 그만 하산하기로 한다.

영실 매표소 근방 존자암 주변 숲에 쌓였던 눈은 그새 녹아 앙상한 나목의 숲.

서귀포에 도착하니 아침 해맑던 날씨는 간곳없고 잔뜩 심술 피는 을씨년스러운 회색 하늘.

한라산 자태도 반쯤 가려진 채 구름장 무겁게 내려앉았다.

겨울 제주날씨는 이렇듯 변화무쌍, 종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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