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그네 타는 자구내 포구

제주 차귀포구 1

by 무량화



​한경면 노을해안로 1161이 주소지다.

서쪽 해안다이 노을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


해풍 잔잔한 겨울바다 물빛 청청했다.

원래 목적은 수월봉 지오 트레일이었다.

석벽만 쳐다보다가 그대로 되돌아오기 싱거웠다.

걷기 이력이 난지라 그 정도 발품 가지고는 왠지 미진하니 아까운 기분도 들고.

먼 걸음 한 김에 노을해안로라 불리는 엉알해변 따라 설렁설렁 걸었다.

계획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움직인다기보다는 여정 선택도 이처럼 즉흥적이다.

미리 방문지 검색해서 그 정보에 따라 FM대로 걷는 건 자유여행자의 취향에 맞지 않다.

동서남북 어디건 맘 내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런만치 천방지축에 좌충우돌하기 일쑤이나 의외로 건져지는 뜻밖의 소득도 있다.

고산 평원 낮은 언덕 아래 해변에 바닷바람 맞고 자란 번행초가 무성하길래 한 봉다리 뜯었다.


염분을 견디며 자라는 염생식물로 바닷가 시금치라 불리는 이 식물은 위장 기능을 돕는 약초이기도 하다.



걷는 내내 좌측을 따르며 모습 달리하는 차귀도, 제주섬에서 가장 큰 무인도다.

대섬, 지실이섬, 와도 등 여러 개의 섬이 보이는데 위성사진으로 보면 하나로 뭉뚱거려졌다.

본섬인 대섬엔 오래전 몇 가구가 살았더란다.

뭍과 가장 가까이 떠있는 무뚝뚝해 뵈는 섬은 눈섬이라고 한다.

모롱이 하나 돌자 난데없이 광풍 되어 미친 듯 달겨드는 해풍.

아기 고래 비슷하게 생긴 섬과 대섬 사이에 솟은 쌍봉섬 또렷해지면 차귀 방파제다.

어디나 그렇듯 방파제 끄트머리에 빨간 등대 흰 등대도 서있다.

차귀도와 마주 보며 사는 조촐한 어촌마을 이어서 등장한다.

안내판에는 차귀포구라 쓰여있으나 다들 자구내포구라 한다.

행정구역은 고산 1리에 속하지만 마을 이름이 자구내일 수도.

도대불이라 불리던 옛 등대도 서 있는데 매우 추운 데다 복원품이라 먼 빛으로 일별하고 말았다.

인생 샷을 건진다는 해벽 동굴은 물때도 안 맞을뿐더러 길이 위태롭대서 그냥 패스했다.

식당과 반건조 오징어를 파는 가게 외에 차귀도행 선착장이 있는 자그마한 이 마을.


불원간 다시 들러 차귀도에 가보기로 하고 매표소에서 배 시간표를 확인해 뒀다.


은빛 윤슬 길게 반짝대는 앞바다.


바람이 떠밀어주는 그네 타며 몸을 말리는 오징어가 프레임 그럴싸한 풍경을 연출해 준다.

환해장성을 찾아다니던 중 어느 해안가에서 오징어를 뒤집기에 어부에게 물어봤다.

답변인즉, 제주 근해에서 갑오징어는 잡혀도 그 외 오징어는 동해에서만 나온다는데?

석양 무렵이라 기다렸다 낙조를 볼까 했으나 그만뒀다.

구름 한 점 없는 밋밋한 하늘은 일몰 정취도 맨숭하니 무덤덤하니까.

차도로 나오자 세계지질공원 아치 뒤편 서녘에 노을빛 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