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의 해
대청소를 한 뒤 점심때 잠시 올레시장에 들렀다.
떡국에 넣을 두부가 필요해서였다.
시장통은 마치 야시장처럼 붐볐다.
보통 늦은 오후부터 밤 시간대에 몰리는 관광객인데 이리 일찍부터 흥청대다니 기나긴 설 연휴 덕이겠다.
바가지 상혼에 질려 제주도 갈 바엔 일본 가겠다며 관광객들이 등 돌렸다지만 제주도 올 사람은 오고 일본 갈 사람은 간다.
해마다 명절 연휴 때마다 육지사람들 집에서 차례란 걸 지내기나 하나? 싶을 정도로 서귀포엔 청장년을 비롯 노년층도 여행자 차림으로 밀려다닌다.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하긴 벌써 삼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변모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며느리가 사라진 시대, 이젠 차례상 차리는 집도 구경하기 어렵다.
북적대는 공항, 관광지마다 넘쳐나는 여행객들.
경제가 어렵다는 말도 거짓말 같다.
오늘은 까치설날이다.
설 전날의 장터는 분답기 그지없다.
매일올레시장은 이름처럼 365일 열리는 시장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명절을 앞둬서인지 기름 냄새와 생선 비린내, 떡 찌는 김이 한데 뒤섞였다.
유난히 바글대는 즉석 시식코너에서는 전복 김밥, 흑돼지 육전, 해물 파전, 오징어 버터구이 좌대 앞에서는 한바탕 불쇼가 휘리릭 번진다.
귤 가게엔 시식용 귤을 받아 드는 손이 끊이지 않는다.
새콤달콤한 과즙이 입안에서 터질 때마다 “와, 달다!”라는 후렴이 따른다.
한라봉 상자 위에는 '택배 됩니다'라는 손글씨가 붙어 있다.
바로 옆에는 반건조 조기와 민어, 옥돔이 좌대에 나란히 누워있다.
손님은 “이거 옥돔 맞아요?” 가격을 묻고, 상인들은 신명 나서 답을 한다.
“제주산 옥돔이우다.”
“요건 방어회, 오늘 아침 거다이.”
흥정은 흥정대로, 카드 결제는 결제대로 빠르게 진행되며 시장은 겹겹의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댄다.
여행객들은 이 섬 고유의 맛을 상자에 담아 육지 식탁으로 보낸다.
설날 명절을 앞둔 까치설날의 시장은 매우 활기차다. 내일은 아무래도 설날이라 문을 닫는 가게도 있어 오늘이 대목 장날이다.
호객소리는 파장터인 듯 조금 더 빨라지고, 관광객의 발걸음은 더욱 느긋해진다.
서귀포에 거주하는 나야 이 풍경을 조금 비켜서서 바라보게 된다.
관광객의 들뜸과 상인의 생계가 겹쳐지는 자리.
까치설날의 올레시장 골목 끝에서 밀려다니는 등을 바라본다.
모든 등이 양 방향으로 흘러오고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