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치고 가재 잡기

by 무량화

3월, 걷기 마침맞은 기상도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오전 일과 삼아 걸어야 하는 나의 일상이 축복만 같다.

주말은 쉬지만 어제 봄비 고요히 내리고 난 다음이라 말갛게 씻긴 대기 속을 햇빛 쬐며 걷는다.

한적한 물가를 따라 걷노라니 물새 떼 날랜 동작으로 먹이를 낚고 그 결에 찰랑대는 하얀 물이랑 빛 부시다.

옛부터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 하였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최상의 노화방지제로 걷기를 권장하며 편안한 신발을 신고 매일 30분 이상씩 활기차게 걷되 무리하지는 말라고 이른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은 뭐니뭐니해도 걷기가 최고로, 심신이 함께 건강해지는 운동 맞다.



걷기는 단순히 척추와 팔다리만 튼튼하게 하려는 운동이 아니다.


몸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굳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도 쓰지 않으면 경화되어 버린다.

걷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움직이게 되므로.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회로망은 자극받는다,

해마의 신경세포 성장을 촉진시켜 기억력, 인지력 등 뇌기능 향상에 기여한다,


걷기로 뇌가 활성화되면서 뇌가 젊어지고 건강해져 덩달아 치매예방 효과도 보태진다.

게다가 솔라 에너지까지 받으면 비타민 D와 세로토닌이 증가되고 도파민이 분비된다니 일석삼조, 도랑치고 가재 잡기다.

의사들은 그래서 진정으로 노부모의 건강을 위한다면 노인들이 걸어 다니는 것을 굳이 말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걷기 예찬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걷기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뇌가 젊어지는 데다 면역기능이 좋아지고 근력과 힘줄이 강화된다. 관절의 노화를 늦추어주고 군형 감각이 향상된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비만이 개선된다. 골다공증이 예방되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 관상동맥 질환이 줄어들고 등등,

그렇다고 별도의 장비나 장소도 필요치 않으므로 경비도 전혀 안 든다. 금상첨화다.

여러 면에서 건강지킴이로서 최고 방법은 걷기라고, 이미 경험한 사람마다 엄지를 치켜세운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만 자동차 이동이 습관화된 도시인일수록 걸을 일이 거의 없어 일부러 운동시간을 내야 한다.



여타 운동을 할 줄 아는 게 한 가지도 없는 내 경우, 걷는 거만큼은 웬만해선 지치지 않고 오래 잘 걷는다.

전에는 여성스럽게 조신한 걸음걸이였다면 지금은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허리 곧게 펴서 당당하게 성큼성큼 걷는다.


보폭은 넓게, 보행속도는 빠르게, 양 팔을 흔들며 몸의 균형을 바르게 세우고 힘차게 걷는다.

그래서일까, 수년째 규칙적으로 걷기를 즐긴 다음부터 매사 긍정의 시선으로 보게 되고 적극성과 자신감도 높아졌다.

일정한 박자에 따라 몸을 움직이다 보면 몸에 리듬을 만들어준다. 정신에도 자연스럽게 리듬감과 조화가 생긴다.

심신이 리듬을 타면 생각이 활발히 일어난다.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말한 작가가 있다.

걷는 동안은 무엇보다도 온몸의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 들며 정신과 일체가 되는 순간의 희열을 종종 맛보게 된다.

내 몸의 온전한 주인이 된 그 순간만큼은 아마 쟌뮤어 트레일에 오르는 산행인이나 행복한 감정의 농도가 엇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걷기는 운동 차원을 넘어 창조적인 두뇌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근자 사흘이 멀다 하고 포스팅 올릴 수 있는 원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시간여유가 많아서만도 아니다. 미국오기 전, 시간은 지천이었으나 글 한편 만들어내기가 쉽잖았다.

물론 그때는 청탁원고를 기한 내에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다 좋은 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스스로를 옭죄이기 바빴다.


반면, 지금은 아무런 걸림 없는 데다 모든 치레로부터 자유로와서일까. 아무튼.....

자판 앞에서 무엇을 쓸지 막연하다면 일단 운동화 끈 조여신고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걸어보시라.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마음으로 생각 다 비우고 그냥 걸으며 피부 스치는 바람결 느껴보시라.

한발짝씩 대지 차고 나가는 발자국의 느낌마저 잊고 걷다 보면 도처에 무수한 글감 드디어 보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