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 분화구에서 올려다본 풍경

by 무량화


한림읍 금악마을에 자리한 금악오름.

이름에 '악'이 들어있어 악! 소리 나게 난이도가 제법 높거나 경사도가 심한 오름이라 지레 겁먹지 말길.

금악오름은 위 사진과 같은 차림으로 힐을 신고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아주아주 편안한 산책로 수준이다.

오르내리는 차도 만나지 않았으며 다리 뻐근하게 만드는 계단도 전혀 없어 밋밋한 포장도로 따라 설렁설렁 걷기만 하면 된다.

검은 오름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오름의 흙이 유독 검은빛을 띠기 때문이다.


그만큼 흙은 기름질까, 그보다 현무암질 쇄설물이 가루진 때문일까.


'검은' 뜻이 '신(神)'을 뜻하는 고어인 '금'에서 유래하여 '신이 있는 오름'이라는 의미라고도 하며 과거에 나무가 울창하여 산 전체가 검게 보였기 때문이라지만.


산정에 설치된 방송국 중계탑 왕래를 위해 차도가 뚫려있는데, 시멘트로 다져진 길이라 흙 색깔 구분은 못 해봤다.

널찍한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르노라면 양편에 밋칠한 해송, 삼나무, 보리수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뤘다.

이 오름은 산정 굼부리에 수량 풍부한 화구호가 있는 몇 안 되는 오름 중 하나이다.

겨울 가뭄으로 현재는 바닥이 드러나 있지만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얕은 호수로 변하면 금악담이라 불린다고.

지금은 잔디도 누렇고 바닥 메말라 별 볼품이 없으나 분화구의 능선 아름답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 경관 아주 훌륭하다.

눈을 인 한라산, 새파란 바다에 뜬 비양도, 울멍줄멍 솟아오른 오름들, 이시돌 농장, 블랙스톤 골프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부 중산간지역의 여러 오름 중 대표적 오름으로 자리매김된 이름값 충분히 할만하다.



정상에 이르면 깊이 52미터로 야트막해 보이는 둥근 굼부리가 기다린다.

밑바닥에 물이 없는 시기라서 그 아래로 내려가 분화구 안을 거닐어본다.

물이 고였던 습지의 흔적도 있고 갈대 등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들도 분포돼 있다.

느릿느릿 뒷짐 쥐고 걸으며 고개 들고 하늘을 바라보니, 유연하게 감싼 둔덕 따라 둥그스름하게 열리는 하늘.

만일 분화구 중앙에 누워서 올려다본다면 하늘의 형태는 만월처럼 둥근 모양이 될 터이다.

자그마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서있는 둔덕 그 너머로 한라산이 보이기도 한다.

어느 연예인이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더욱 유명해졌다는데 그보다는 오르기 수월해서 인기가 좋은 거 아닐지.

게다가 노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 금악오름이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란다.



굼부리에서 올라와 둔덕을 따라 한 바퀴 돈다.

한라산이 이시돌 목장 위로 보기 좋게 솟아있고 여기저기 공깃돌 던져놓듯 한 기생화산들.

가깝고 먼 거리 따라 짙고 옅은 녹색의 원추형 오름 들, 도너리오름 새별오름 영아리오름 괴오름 돌오름 정스럽게 모여있다.

평원이 끝나는 자리에 한림항 품은 바다 짙푸르고 자그마하게 보이는 비양도는 뭍에서 건너뛸 수 있을 만치 가깝다.

해변가 따라 서있는 풍력발전기 자취 점점 가물거린다, 짙어지는 운무 때문이다.

바다에 내리는 석양을 보고자 오후에 왔으나 운무가 깔려 노을 즐기긴 글렀으니 아쉬움 접고 하산을 한다.

초목 되살아나는 오월, 비라도 흥건히 내리고 난 다음날 다시 찾고 싶은 금오름이다.

그땐 초지 싱그럽겠고 백록담을 닮았다는 금악담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도 쉽게 올라 안전하게 뛰놀 수 있으며 어르신들 역시 산책 삼아 가벼이 오를 수 있는 금악오름.

연못을 품은 신비로운 서쪽 언덕이라는 안내글처럼 별로 높지 않지만 전망 끝내주는 오름이기도 하다.

내려가는 길도 놀멍쉬멍 슬슬 걷다 보면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일본군이 남긴 동굴진지도 남아있다는데 굳이 찾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