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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0. 2024

직접 캐어보고 대정마농 자신 있게 추천

대정에 있는 마농 밭에 다녀왔어요.


제주에서는 마늘을 마농이라고 하는데요.

수작으로 평가된 <마농의 샘>이란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며 마농 밭으로 향했답니다.

이 지역은 전국 마늘 생산량의 1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마늘 주산지인데요.

집중적인 마늘 수확기라서 제때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많다고 해요. ​

이에 따라 시청 부시장실 직속부서 공무원들과 시청 서포터즈들이 솔선해서 마늘밭 자원봉사활동에 들어갔는데요.

고령농가의 일손을 돕기 위해 마늘 캐는 작업에 동참해 보니 농촌 실정이 어느 정도 파악되며 고충도 헤아려지더라고요.

농촌을 지키는 대부분의 농가마다 장정은 없고 령의 어르신들만 남아 힘겨운 농사일에 종사하시더군요.

잘들 알다시피 작금의 노동 현장은 8~90%가 외국 근로 인력이잖아요.

도시는 물론 농어촌의 모든 3D업종 일자리마다 외국인들이 포진하고 있는데요.

그도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지라, 일이 몰릴 때면 인건비가 터무니없이 올라가는데도 일손 구하기가 어렵대요.

원하는 노동력을 적시에 동원해야 함에도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마늘 농사를 짓는 측에서는 전전긍긍할 밖에요.

 

너른 들판을 낀 대정골은 겨울철엔 배처럼 아삭대는 월동 무, 오월엔 알이 굵은 육종마늘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인데요.

특히 차진 토질의 흙이 좋은 데다 일조량 풍부한 청정지역 대정이라서 마늘 품질 우수하기로 명성 자자하대요.

대정 농가들은 농협과 계약재배 방식으로 마늘 농사를 짓기에 판로 걱정은 안 한다네요.

여기 이르기까지는 상호 간에 그만큼 신뢰감 돈독하게 쌓였다는 얘기겠지요.

이른 아침, 서귀포에서 중문 안덕 모슬포를 거쳐 대정 마을 비포장도로 돌고 돌아 아홉 시에 도착한 마늘밭.

맞은편 멀리 모슬봉이 보이는 것 외엔 생판 낯선 마을이었어요.

인근 밭은 거의 다 수확을 마쳤는데 이날 작업할 밭 두 필지만 마늘을 거두지 못했더군요.

수확기가 지난 마늘은 이미 풋기 가시고 누런 잎이 져 있었지요.

곧장 목장갑과 골갱이(호미) 및 작업방석을 챙겨 마늘 캘 채비를 마치고 밭으로 들어갔답니다.

이 날따라 해가 나지 않는 날씨에 바람 적당히 살랑거리니 일하기엔 최적의 조건이었어요.

각자 맡은 이랑을 따라 마늘을 캐기 시작했지요.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유의사항대로 하다 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긴 하더군요.

마늘대를 잡고 살짝 뽑으면 쏘옥 뽑히기도 하지만 마늘이 상하지 않게 골갱이질 조심스럽게 하면서 캐야 했는데요.

손목 힘과 팔 힘이 동시에 협업을 해야만 마늘이 제대로 뽑히더군요.

캔 마늘은 뿌리에 묻은 흙은 털어낸 다음 한 줄로 나란히 널어둬야 햇볕을 잘 쪼일 수 있다네요.

이는 풋마늘 건조과정이 아니라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있는 잎과 대궁의 양분을 뿌리가 흡수해 들이기 위해서래요.

열흘 동안의 숙성기간이 지나면 대궁을 짧게 잘라준 뒤 이틀간 더 말려서 출하한답니다.




 
마늘을 캐다 보면 번번 지렁이가 딸려 나왔답니다.

굼벵이처럼 생긴 큰 벌레도 흙 속에서 꿈지럭대며 기어 나왔고요.

고자리파리나 뿌리응애 같은 해충이 아닐까 싶어 얼른 사진에 담았더니 밭주인이 가슴벌레라 알려주더군요.

아마도 이 밭은 제초제나 살충제 등 농약을 과하게 살포하지 않은 듯했어요.

벌레가 흔한 걸 보니 약을 많이 쓰진 않으셨지요?

그러자 주인이 답하더군요.

마늘 수매 시 공판장에서 농약잔류량을 측정하는데 만일 기준치를 넘으면 퇴짜를 맞는다고요.

이 정도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면 대정 마늘 충분히 믿을만하지 않겠어요.

모든 먹거리 생산자들과 품질 관리자들이 바른 양심을 가지고 원칙대로만 한다면 불량식품은 근절되겠지요.

식품은 입에서 식도로 넘어가면 그대로 흡수돼 우리 몸을 만듭니다.

먹거리에 따라 좌우되는 게 우리 건강이잖아요.

 

조반을 거른 채 일터로 나왔으니 슬슬 시장기가 들더라고요.

그때 새참이 나왔는데요.

대정 읍장님이 격려차 들리면서 사 온 찐빵과 우유는 그야말로 꿀맛이었어요.

관할 조합장님도 생수와 음료수를 넉넉히 부려놓았고요.

맛있게 새참을 들고나니 새 힘이 솟는듯했지요.

가만 보니까 마늘밭 쥔장은 새참은 거들떠도 안 보고 혼자 마늘만 캐더군요.

오늘 중에 두 밭자리 마늘을 다 수확할 작정으로 마음이 바쁜 거 같았어요.

내동 무거운 표정으로 미루어 아마도 마늘농사 작황이 별로 탐탁지 않은가 봐요.

비닐 멀칭 대신 시범적으로 액상 멀칭제를 사용했다는데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는군요.

폐비닐은 수거도 소각도 용이치 않아 처치 곤란한데 반해 옥수수 전분 등 친환경적인 원료로 만든 액상 멀칭.

그러나 눈도 침침하고 귀도 어두운 노인이 신기술 단번에 수용하기엔 무리가 따랐을 터.

게다가 마늘 생산량이 늘자 불투명해진 마늘 수매가 결정일을 앞두고 심사가 복잡한 모양입니다.

농민들은 kg당 4000원을 요구하나 여러 정황상 가격 하락이 예상돼 당연히 착잡한 심정이겠지요.

부지런히 골갱이질을 할수록 차츰 줄어드는 마늘밭.

정신없이 마늘을 캐는데 마침 부시장님이 당도해 옆에서 팔 걷어붙이고는 척척 마늘을 캐더라고요.

재빠르게 마늘을 수확하는 솜씨에 감탄하자, 어릴 때 농사일을 많이 거들어 봤다고 하데요.

하긴 대한민국, 지금은 손꼽히는 산업국가이나 육칠십 년대까지만 해도 소 부려 논밭 갈던 농업국가였지요.

현재 그러나 농촌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라 하니 이 어려운 농사는 누가 지을 건가요.

이처럼 영농인력 턱없이 부족한데요.


점점 더 떨어지는 출산율로 농사만이 아니라 바티칸이나 스위스처럼 용병 모집을 해야 할 판이지 싶어요.

넓고 깊게 들여다보면 사회 전반이 문제투성이, 마늘밭 쥔장처럼 여든둘에도 고된 농사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관공서에서 잠시 시간 내서 일손 돕는 정도로 그들의 짐이 가벼워질 리 없으니 뾰족한 대안을 찾아야 하련만.

유휴노동력을 자원봉사자로 이끌어 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굳이 단군 신화에 나오는 마늘과 쑥 스토리를 끌어오지 않더라도요.

마늘은 널리 알려진 대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속하는 건강식품이잖아요.

항균작용 항암작용 면역력강화 혈압조절 항산화작용 등등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인데요.

단맛이 강한 특성을 보이는 대정 마늘은 혈압강화 작용을 하는 폴레페놀 성분과 비타민C 등이 유독 많이 함유됐다네요.

천연 화산암반수로 재배한 마늘이라 미네랄과 무기질 함량이 월등 높기도 하고요.

특히 천연 미네랄은 세포 활성화와 노화 방지에 효능이 탁월하대요.

해풍으로 건조하므로 저장 기간이 비교적 긴 특징도 있답니다.

마늘밭에 와서 작업에 동참해 봄으로 비로소 대정 마농의 진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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