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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2. 2024

우리들의 자긍심, 그녀 사라 장

백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최상의 음악적인 테크닉과 다이내믹한 앙상블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새로운 레퍼토리와 연주력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함은 물론 항상 정통 교향악의 최고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이곳에는 악장 데이비드 김, 부수석인 장중진 외에 바이올린 비올라 피아노 등에 한국인이 네댓 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음악 전공도 아닌 문외한의 평은 접어두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전용 연주홀인 킴멜센터, 필라 중심가 다운타운에 위치했는데 정말 외관부터 대단하다. 외부 건물 사진과 로비 사진은 찍었으나 연주회장은 촬영금지다. 아쉬운 대로 대신 간단히 특징을 설명하자면 4층 높이의 천정과 발코니와 벽 등이 현악기 고유의 색깔을 입힌 자연목. 형태는 전체적으로 첼로를 중복해서 겹친듯한 모양, 아니 음악의 자궁 속 같달까. 아, 영락없는 모태 속이야! 매번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음악을 이해하는 차원이든 아니든 저절로 마음까지 평안해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는 곳으로 대 오케스트라 공연장답게 홀 분위기 자체가 장엄하게 압도해 온다. 거기 한 시간 반 만 앉아있다 나와도 어쩐지 영혼이 정결히  세례 받은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이게 축복이다, 은총이다, 란 생각 잔잔히 스민다.



근데 놀라운 건 백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중 흑인이 없다는 점(뉴욕이나 워싱턴이나 필라나 동부 대도시의 인구 7~80%가 흑인임에도)과 객석을 아무리 살펴도 흑인 청중 역시 없다는 점. 금발 은발(노부부가 객석의 반 이상 차지)에 동양인들은 꽤 섞여있다, 동양인 중에도 중국 일본 한국이 주를 이루고 그 흔한 인도인(동부엔 인도사람이 퍽 많이 산다)은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그들은 인력양성을 주로 의학계나 정보통신 분야에만 치중하는 듯. 집 인근의 제네럴 일렉트릭이나 록히드엔 인도인, 심지어 터번을 쓴 사람까지도 그리 많건만.




아, 필라의 음악계에서 빠트릴 수 없는 한국인의 자긍심인 바이올린의 사라 장 장영주, 손님들이 세라 챙 연주가 너무 멋졌다며 너도 그녀랑 같은 한국인이지? 물어와 자랑스럽게 만들던 그녀. 1990년 그녀 나이 겨우 여덟 살 때, 거장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의 협연이 데뷔 무대였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최연소 수상했다. 열세 살에 베를린 필과 협연을 시작한 그녀다.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도 더 희소한 명기인 1717년 산 과르네리로 탄탄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녀.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우리말이 자재로운 건 한국 명문대를 나온 음악가 양친의 교육 덕이다. 전통적인 한국식 가정교육을 받았으나 미국이라는 토양이 그녀를 거침없이 활달하면서도 털털한 성격으로 만든 듯.  

또 한 명의 자부심인 첼로의 장한나. 오래전 어린 그녀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이젠 다들 아름답고 의젓한 숙녀로 성장했다. 한국인임에 자긍심을 갖게 해 준 그녀들. 참으로 고맙다.




사라장을 만난 건 지난가을 필라델피아의 킴멜센터에서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장영주, 사라장. 그녀의 열정적인 예술혼은 만당한 청중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종 카리스마 넘치는 당당함으로 노련하고 여유롭게 백인 일색인 객석을 매료시키던 젊은 그녀의 완숙미. 자랑스러웠다. 아름다웠다. 부라보~진짜 진짜 부라보로다.



미국 땅에 뿌리내려 사는 우리 교민 역시 한국인, 대한민국은 친정이나 마찬가지다. 친정이 잘 살아야 어디서나 기를 펼 수가 있다. 더욱이 친정 흉보는 일은 누워 침 뱉기다. 더러 그런 우를 범하는 사람들을 볼 적마다 안타까운 심정 금할 수가 없다. 우리가 할 몫은 제각각 주어진 여건하에서 역량껏 최선 다해 살면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일조하는 일이다. 아니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이 되는 것, 그것이 나아가 우리 자신을 한 차원 올리는 일이 될 것이다.  미주중앙일보/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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