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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5. 2024

좋은 건 혼자만 즐기지 말고 공유하기

한주에 연달아 이틀이나 금악에 있는 테마파크 탐나라공화국을 다녀왔다.

첫날은 갤러리 오픈식에 초대받은 홍선생과 동행했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갔다.

처음 가서는 하도 얼떨떨, 혼이 빠진 채라 넓은 면적을 다 섭렵할 수도 없었거니와 일행이 있어서 내 멋대로 혼자 나다니기도 뭣했다.

두 번째는 첫눈에 반해버린 그곳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려고 재차 찾은 것.


혼자만 보고 즐기기보다 아는 친구들에게 두루 알리고 싶어서였다.

탐나라공화국이란 이름만으로는 소인국 대인국 같은 놀이동산이 연상돼 떨떠름했던 나처럼 친구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삼만 평이나 된다엄청난 규모의 부지 곳곳에 배치된 여러 시설물과 조형작품들에 다들 나처럼 입이 벌어졌다.


여기선 이 세상 그 무엇 하나도 심지어 버려진 폐품조차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새 생명 부여해 줘 재탄생된다.


버려진 맨홀, 도자 파편, 기왓장, 굽다가 터진 도기 쪽 하나도 창작의 재료로 작품이 된다.


인근 마을 어느 집에서 걸리적거린다며 뽑아버리는 나무들 푸르게 가로수로 뿌리내렸다.


곶자왈 다듬자면 무수히 나오는 암괴 덩어리, 긴 꼬리 사려 두른 용 모형에다 눈동자 그려 화룡점정, 숨을 불어넣고 되살려냈다.


새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사람과 물고기 등등  바위마다 새긴 암각화는 숫제 여기저기 지천이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 시설도 자리 잡았으며 용접봉에 용암 덩이 녹이는 전기로도 설치돼 있다.


인공으로 파낸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나이야~가라 폭포와 용암 캐년의 애교스런 표정도 신선하다.


전시실 타일 바닥에 묻은 티끌이나 얼룩무늬는 쥔장 매직펜이 닿자 순식간에 마주 보는 물고기 두 마리가 되고 뒤뚱거리는 오리가 되더라는.

이 날따라 방문객이 적은 덕에 우리는 강대표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갤러리와 도서관의 전시 작품은 물론이고 야외에 펼쳐진 각종 기발하고 놀라운 조형물들의 제작의도와 의미 등 이해를 돕는 설명을 들었다.


탐나공화국 대표인 강우현은 누구인가.


홍익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보다는 남이섬 신화를 써 내려가다가 마침내 <나미나라공화국>을 선언한 바 있는 당사자이다.

일반 유원지를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만든 그는 강원도 춘천에 명소 남이섬을 기획 조성하여 성공시킨 CEO다.

이번엔 관광 자원 무궁한 제주를 한 차원 더 높이 들어 올리기 위한 상상 키워드를 가동 중이다.

곶자왈 거친 돌밭 다듬어 설화에서 모티브 딴 스토리를 얹으니 청이못, 화룡점정, 수정궁, 하늘샘으로 재탄생된다.

자연에 인간 세상 구현시켜 덧입혔으되 나름 의미 사색하게 만들고 거기에 호기심 일깨워 재미있게까지 가꿨다.

디자이너인 그가 창조해 내는 공간은, 순간의 아이디어로 혹은 상상을 현실로, 그렇게 또 하나의 명소 탄생이 예고됐다.

남이섬의 성공사례는 창의적인 감각 마케팅의 효과도 있겠지만 매스컴과 영화계를 십분 활용한 면도 간과할 수 없겠다.

그만큼 그는 세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 욕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에 부응하는 사람이다.

그처럼 다재다능한 사람이 만든 이름하여 탐나라공화국.

끝 모르게 자유로운 상상력과 순간순간 창의력 반짝대는 두뇌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다.

그 머리라면 24시간 창작공작소 가동에 사업적 마인드 역시 탁월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게다가 만능에 가까운 예술적 재능으로 먹물 드로잉에 캘리그래피에 일러스트레이션뿐인가.

회화 염색 도자기 아크릴화 석조각 목조각 철판공예 심지어 용암 녹여 유리공예에 도전하고 그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여러 장르를 아울렀다.

그러니 붓질을 하다가, 철판 용접을 하다가, 석공일을 하다가, 가마에 불 지피다가, 조각도 하고 천 몇백도 전기로 돌려 화산석 실험을 한다.

해박하고 유머러스하며 순발력 있고 재치 있으면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창작열과 역발상의 지혜로 세상을 밝게 가꾸는 그.

무궁무진 나오는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을 그는 지녔다.  

대체불가인 고유의 자산 가치를 지닌 그는 의외로 도가의 무(無)와 공(空) 사상에 깊이 경도돼 있는 듯.

본향에 돌아갈 때는 누구를 막론하고 빈손으로 떠나는 것, 그는 제주에 세월 까마득 쌓여도 남아있을 문화유산을 새겨두고 싶을 따름이란다.




그는 늘 그래왔듯 여기서도 쉴 새 없이 상상을 전개해 나가며 그 상상을 잇고 새기고 꾸미고 다듬을 것이다.

제주도에 번듯한 문화유산 남기겠다는 그, 전력을 보나따나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다.

미래는 예술적으로 보기 좋은 그림보다 쓸모 있는 미술이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따라서 자연에서 취한 염료로 실크 염색을 하고 가마를 만들어 도자기 굽거나 머그잔과 접시도 내놓는다.

그는 자연친화적인 재활용 자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던 남이섬에서처럼 정문에 우뚝 세운 흰 탑은 풍력발전기 날개다.

중문단지에서 내다 버린 것을 구해와 세워 놓자 훌륭한 탑이 됐다.

파지 신세로 몰려 처치곤란이던 책더미, 종이책이 퇴화해 가는 시대에 30만 권의 귀한 책 끄러 모아 암벽 사이에 지은 도서관에 모셨다.


정신문화의 총체인 서책들과 함께 21세기를 타임캡슐에 묻어두고자 함 인지도.  


용암이 굳은 현무암 빌레 속에 자리 잡은 도서관이라 습도 온도 조절은 자동으로 된단다.

도서관과 전시 공간이 자연스레 하나로 물 흐르듯 화합할 수 있는 구조라니 그 또한 놀랍다.

전시공간이기도 한 여기서 전시 작품 해설을 들려준 다음, 그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만큼 성취하셨으면서도 더 이상 할 일이 남아 있나요, 이제 다 이루신 것 아닙니까?

그는 간결하게 답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맞다. 탐나라공화국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로이 풀어놓은 그의 무궁한 상상력에 따른 테마파크, 제주를 온고지신으로 디자인해 나갈 그에 대한 기대감 크다,

과학문명의 부산물로 심한 몸살 앓는 지구촌을 생각해 거의 모든 자재를 재활용품으로 쓰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곶자왈 파 뒤집어 나온 현무암은 석공예로 환생하고, 흙으론 동산을 만들어 나무 심는다.

깊이 팬 곳에는 연못을, 길게 파인 곳은 계곡을, 높이 깎인 자리엔 폭포 쏟아져내리게 하였다.  

깨진 타일이나 도기 조각은 모자이크 재료되고 못쓰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탑이 되었으며 공사판 버려진 철근은 용접으로 벤치가 됐다.

태풍에 꺾이며 잘려 나온 야자수 기둥은 화분으로 재생하고 장식 조명등은 돼지 구유통을 이용했다

학교 운동장에 깔렸던 인조잔디는 발암물질이 나온대서 퇴출된 천덕꾸러기인데 자갈돌 투성이 이곳에 오니 그린카펫으로 변신했다.

라운지 연회석 테이블은 폐업한 오성 호텔에서 데려왔고 바로 얼마 전 국방부 청사에서 밀려난 의자와 가구도 와있었다.

재활용에 대한 선입견이 통상 낡고 보잘것없어 버려지는 퇴물들로 치부되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릇 대부분의 폐기물은 쓸모없다고 내쳐지나 적재적소에 알맞게 활용되면 푸른 생명을 이어가고 버려진 채 방치하면 쓰레기로 썩고 만다.

환경운동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가 바로 자연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환경운동 크리에이터다.


황무지 금악 땅을 단무지 금싸라기 땅으로 만들 그의 성공신화는 남이섬에 이어 탐라섬에서도 쓰일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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