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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5. 2024

오밀조밀 치밀한 부산 대표도서관

부산시가 직접 운영하는 부산 도서관이 얼마 전 새로이 문을 열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덕포역 2번 출구 가까이 자리했다.  

도서관은 책이 산을 이룬 아름다운 글의 숲이다.

문화 거점 시설이자 지혜의 샘인 도서관이 서부산에서 방대한 양의 서책과 전자책을 갖추고 미려한 웅자를 선보이던 날.

일상생활에 굴레를 씌워버린 코로나 확산으로 한차례 개관식이 연기되었던 터, 그래서 더 기다려졌던 개관식이 마침내 열렸다.

너, 나 없이 누구나 스스럼없이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너나들이' 배너 판이 신설 도서관의 지향점을 알리며 바람에 나풀거렸다.

개관 기념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 유홍준 교수 특강이 있다길래 한 시간 거리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책 안에 담기지 않은 후일담 중, <남도답사 일번지>를 쓰기 위해 남도를 열다섯 번이나 돌아봤다는 말에 그만 기가 바짝 쫄았다.

한 편의 글을 짓기 위해 그는 현장 확인만으로는 성이 안 차 계절에 따라 남도 지방 걷고 또 걸었다는 그 열정뿐인가.

노력파인 그는 수천의 참고 자료와 책을 훑고 수만 장의 사진을 찍었노라고 하였다.

단단한 학문의 바탕에다 열정의 불꽃이 노력과 합쳐져, 입심 좋은 수다체가 버무려진 그의 베스트셀러는 줄줄이 태어났다.

강의 중 우리네 얼이 스민 한국 미학의 핵심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귀한 한자 숙어도 건졌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삼국사기가 전한 그 여덟 자 챙겨 온 것만으로도 그날의 외출은 풍요로웠다.

LA 도서관에서 역사성과 규모에 놀랐다면 부산 도서관에서는 첨단 시설이 담고 있는 가치와 아기자기하면서도 치밀한 규모에 놀라고 말았다.

지식의 사다리 오르기를 상징하는 건물 외관 디자인도 독특했는데, 가히 세계 수준급으로 발전한 경이로운 한국의 토목건축기술력에도 경탄 보냈다.

2017년 착공한 지 삼 년 만에 개관한 부산 도서관은 지역 대표도서관으로 부산의 135개 공공 도서관을 통합 관리하는 곳이다.

부산 도서관은 부산시 공공 도서관 소장 자료의 공동 보존관 역할을 하며 독서 정책을 입안, 시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다.

또한 학술자료, 음악영화 드라마 자료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한다.


부산의 미래를 담는 독서•문화• 지식정보의 보고다웠다.



일반도서, 아동도서 등 11만 1969권의 도서와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7589종의 비도서 자료 등이 비치되어 있고 대출과 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부산 도서관은 지하 1~2층을 공동 보존서고와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한 극장 시설 및 동아리실 등 특화 공간으로 꾸몄다.

1층에는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독서 공간과 안내데스크, 2층은 도서자료실과 청소년 존, 3층은 강좌실을 비롯 부산 관련 자료실, 4층은 옥상정원과 카페테리어가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도서관이 책들로 칸칸이 빽빽하게 채워진데 반해 이곳은 여유 있고 느슨하게 도서를 배치시켰으며 계단에 걸터앉아서도 책장을 넘긴다.

그만큼 공간구성을 최대치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꾸몄으나 물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칸막이 장소에서는 발소리조차 절로 조심스럽게 된다.

산뜻하고 참신한 분위기 자체가 좋아 자주 이용하고 싶은 도서관이기는 한데 거리가 꽤 먼 게 흠이다.

부산 시민의 열린 서재는 코로나 영향으로 일단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월요일 휴관.

갖고 있던 책이음 카드로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 한 권을 빌려가지고 오후 느지막하게 돌아왔다.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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