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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25. 2024

콩이 몽이

요 녀석 이름은 콩이고 또 하나는 몽이 외다.

아들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공깃돌 다루듯 하는 재롱둥이라오.

아이들 다 대학 보내고 집에 부부 둘 남아 맹송맹송하게 지내는 중년의 아들네 강아지올씨다.  

남매가 어릴 때 제각각 자기 강아지로 돌보겠다며 조르고 졸라 분양받은 지 어언 여덟 해째,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서 가벼이 집도 강아지도 뒤로 하고 타지로 가버렸다오.

항상 껴안고 어르던 아이들은 미련 없이 떠나가고 뒤에 남겨진 이 여린 생명체들 어이하리까, 어른이 거둘 밖에.

그 후부터 아들이 자상하게 강아지와 놀아주는 동무 겸 씻기고 응아 처리해 주는 심부름꾼이 됐다오.

샴푸통을 꺼내 들면 두 녀석 줄레줄레 목욕탕으로 따라 들어와 머리 조아리고 기다린다오.

하나씩 씻겨서 타올로 물기 닦아주고 드라이기로 털 말려 내보내면 상큼히 풍기는 비누냄새.

강아지 거두는 일이 며느리 몫일 수 없는 것이, 본시 병아리도 겁내는 위인이라서
제아무리 귀여운 애완동물일지라도 무조건 다 기피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라오.

온종일 같이 지내건만 고 보드랍고도 살갑게 몽실거리는 강아지를 아예 만지지도 못하니
그저 멀찍이서 소 닭 보듯 바라나 볼 따름이라오.

따라서 강아지들은 애오라지 저희들 동무요 심부름꾼인 캡틴 돌아오기만 눈이 빠져라 기다린다오.

출근길의 캡틴 아침마다 배웅하면서 못내 서운코 아쉬워 눈물이라도 지을 듯 기운 잃는 몽이와 콩이.

퇴근해 돌아오면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며 두 녀석이 서로 눈길 맞추자고 고개 치켜들고 꽁지가 빠지도록 마냥 흔들어댄다오.

뉘라서 세상천지 이런 순정 어린 반김을 보낼 것이며, 뉘에게 막무가내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으리오.

얼른 안아달라는 이 안타까운 보챔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있는 강심장이 또 어디 있겠소.

알았다, 알았다니까~ 살갑게 집어 들면 답례로 얼굴이고 손이고 마냥 비벼대면서 온데 침 범벅을 만든다오.

비로소 생기 되찾은 녀석들은 어디로 움직이건 캡틴 뒤만 졸졸졸,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온갖 참견을 다하더이다.

그래도 식사시간이면 두 녀석 양쪽 발치에 얌전히 앉아 충실한 집사처럼 대기하고 있다오.

시중들기는커녕 고개 치켜들고 반들거리는 까만 눈망울 빛내면서, 어서 식사 마치고 나랑 놀아줘잉! 눈빛으로 조르는 두 녀석.

약속이 없는 주말, 캡틴이 산책 갈 기미라도 보이면 녀석들은 좋아서 방방 뛰고 데구르르 구르는가 하면 특히 콩이는 애교 폭발하는 묘기 중의 하나를 어김없이 보여주는데 일명 맴맴돌기.

어지러울 법도 하건만 아무렇지도 않게 녀석은 고 쪼맨한 몸을 한정도 없이 돌려가며 맴을 돈다오,

물맴이처럼 아주 빠르게 뱅글뱅글, 마치 제 꼬리라도 잡으려는 듯 계속 그런다오.

어서 밖에 데리고 나가달라는 채근이겠지만 그 외에도 기분 좋으면 녀석은 언제건 이 장기자랑을 펼친다오.

눈치가 말짱해 간식통을 든다거나 이뻐라 하는 기색을 보이면 지체 없이 재롱잔치 시작해 뱅글뱅글뱅글.

나이가 너무 들어서인지 자고 자고 또 자는 잠자기의 달인 몽이의 심심풀이 장난질은
오로지 건사료 입으로 물어다 여기저기로 옮겨놓기 뿐이라오.

다과 나누며 친구 맺자, 손 내밀듯 나름 음식 접대라도 하듯이 두서너 개의 먹이를 내 앞에도 갖다 놔준다오.

너나 먹으라며 쌀쌀맞게 내치지 않고 먹는 척해주면 신이 나서 자꾸만 사료를 물어다 쟁여놓는 녀석.

허나 발에 밟히면 부스러져 방 어질러진다고 며느리는 질색, 맴매 시늉을 하며 야단쳐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오.

다람쥐처럼 들락날락 연신 먹이 옮길 때는 느리처분하게 잠이나 자는 평소와 달리 재빠르기 그지없다오.

몽이와 콩이는 손님이라도 집에 들어올라치면 민망스럴 정도로.
문 앞에서부터 콩콩 왕왕 짖어대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하더이다.  

비록 작디작지만 파수꾼의 유전자가 깨어나 신통하게도 집지킴이 역할을 하려듦이리다.

그런데 희한한 건 아주 오랜만에 갔어도 내가 들어서면 몇 번 킁킁대다가 꼬리를 살살 흔드는 거소.

캡틴과 여러모로 닮아서이기보다는 본능적으로 녀석들이 뭘 알아채기라도 한 거 같더이다.

두 녀석은 일찌감치 캡틴의 캡틴이야, 은연중 상황파악이 된 듯싶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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