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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1. 2024

더 브로드 뮤지엄의 팝 아트

더 브로드 뮤지엄 (The Broad Museum) 외관, 외눈박이 우주인도 연상되고 거대한 벌집도 닮은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이다.

건물 전체를 둘러싼 다공성의 벌집 형태 디자인으로, 유리섬유라는 첨단소재로 만들어진 새하얀 건물이 퍽 독특하다.

타원형의 벌집 구멍들은 전시공간의 자연 채광창 역할을 한다.

2015년 가을 첫선을 보인 이래 연일 쇄도하는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는 더 브로드 뮤지엄.

개관초부터 단디 점찍어 놓고 벼르던 곳이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기차를 타고 가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내려 걷기 즐기는 사람이니 그쯤은 걸어가기로 했다.

역사 맞은편 올리버 스트리트에서 다운타운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몇 블록 직진하면 코트 하우스가 나오고 시티홀이 이어진다.

시티홀 파크 건너에 있는 LA 타임스 건물을 끼고 벙커힐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다 보면 빛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건물이 눈에 든다,

만개한 꽃잎과도 같고 비상하는 날개와도 같고 범선의 돛과도 같은 디자인 경쾌한 콘서트홀 건물이다.

차도 건너 마주 보며 서있는 더 브로드 뮤지엄 입구에는 이미 줄이 기다랗다.

평일 오전이니 괜찮겠지, 하고 예약 없이 갔다가 줄을 서서 무려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렸다.​​

드디어 차례가 와 입장을 하자 곧바로 무한 거울방(infinity mirrored Room) 예약 신청부터 해두고 1층 전시실을 돌았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현대미술에 대한 안목으로는 회화고 조각이고 솔직히 이해불가다.  

낙서같이 휘갈긴 붓질이며 어린애 장난질로 헝클어진 털실뭉치처럼 마구 어질러놓은 난장판 같은 이게 뭣고?

온. 통 정. 신. 수. 란. 타!

턱을 고이거나 혹은 팔짱 끼고 고개 갸웃한 채 들여다봐도 모르겠고 멀찌감치 떨어져 다시 봐도 뭘 말하는지 도시 알 수 없다.

Contemporaey Art 대부분이 초현실적인 데다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 난해함의 수준은 거의 불감당급이다.

집중해서 보기보다 대충 건성건성 뛰어넘어가며 일층은 휘리릭 통과.  

니 꼬라지를 알라 했던가, 이게 바로 개 발에 주석 편자 격이겠다.

거기다 퇴마사같이 생긴 웬 아줌씨 하나는 괴상하고 희한하게 생긴 망아지만 한 개까지 동반했다.

애완견은 귀족풍으로 잘생기거나 귀엽거나 뛰어난 사냥개이거나 할 텐데 그도 저도 아니올시다, 가 매력 포인트인지 보고 또 봐도 요상스럽다.  

마치 하이에나 비슷한 얼굴에 털은 성근 데다 불에 끄슬리다 만듯한 색깔부터 현대미술에 어울리고도 남는 그로테스크함의 극치라 뭇시선을 받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얀 동굴 속으로 빨려 들듯 3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오피스와 작품 보관 공간이라 개방되지 않았다.  

1933년 뉴욕의 가난한 이민자인 페인트공 아버지와 양재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Eli Broad.

브로드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여  회계사가 된 후, 차츰 주택 분양사업과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발돋움한다.

그가 예술작품에 눈뜨게 된 계기는 한 저명인사의 저택을 방문한 후의 일.

집안 곳곳에 장식된 미술품을 보고, 진정한 부호가 누리는 삶의 양식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는다.

미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억만장자 되어 2천여 점의 팝아트를 수집, 소장한 손꼽히는 미술 애호가로 자리매김한 Broad 씨.

50년간 부부가 사모은 미술품으로 Broad Art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대학과 미술관에 작품을 대여하는 한편, 1억 4000만 달러를 들여 더 브로드 미술관을 건립한다.

세계적 건축가인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iller Scofido + Renfro) 그룹이 설계한 이 뮤지엄은 LA 다운타운 문화 명소로 입지를 굳혔다.  

자신이 오랜 기간 애정을 쏟은 아트 컬렉션들이지만 이미 재단에 등록된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고 그는 진작에 못 박아 두었다.

문화의 생활화, 대중화를 꾀하고자 미술관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삼층 드넓은 전시공간은 분위기 자체가 유니크하면서도 밝고 맑고 쾌적했다.

널리 알려진 제프 쿤스의 튤립이 색색의 꽃송이를 안겨주며 초입에서 반가이 마중해 준다.

일본 팬시용품점의 유아적 캐릭터 그림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팝아트가 삼면 벽 가득 드리워져있다.

느낌을 단순무식하게 표현하자면 포목점에 펼쳐놓은 알록달록 무늬가 세밀하게 프린트된 천 쪼가리에 다름 아니다.  

코너를 돌아가니 아는척할 수 있는 그림과 조각이 연달아 보이기 시작하며 기분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진다.

생존 미술가 중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재프 쿤스의 반들거리는 Ballon Dog Blue와 원숭이를 안고 있는 마이클 잭슨도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섹션은 특히 낯익다.

뚜렷한 검은색 테를 두른 색상 단순한 그림들, 몇 년 전 90억 상당의 '행복한 눈물'을 사들여 한국 미술계의 큰손으로 부각된 홍라희 씨가 겹쳐진다.

남편이 와병 중인 데다 근자 아들이 수감되자 참담하다는 심경을 토로하면서 리움미술관장직에서 사퇴한 한국 최고 재벌가 마님.

그녀는 언제 진정 행복한 눈물을 흘려보았을까.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들라면 뭐니 뭐니 해도 엘 아나추이의 '붉은 벽'이다.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작가는 나이지리아 한구석 쓰레기장에 버려진 콜라 깡통을 주워 모아 꼼꼼히 조합해 현대미술로 재탄생시켰다.

붉은 벽이란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주관적으로 각자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갖기에, 과학문명과 환경 등등 생각의 여지 무궁하다.

끝으로 들른 곳은 예약해 둔 거울방.

본 사람마다 블랙홀처럼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격찬을 아끼지 않는 무한 거울방은 전위예술가인 쿠시마 야요이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바닥의 물을 주의하라는 안내를 받고 들어서자 잠깐 아찔 허뚱, 숨이 다 막힌다.

거울로 둘러싸인 벽에 반사되며 어룽대는 불빛은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백만 광년 떨어진 영혼'이란 주제대로 무한 우주공간을 유영하듯 몽환적인 기분도 들고 신비로운 꿈길을 헤매듯 몽롱한 느낌도 들었다.

딛고 선 받침 자리 외엔 찰랑이는 물, 절해고도에 홀로 선 듯한 공포감이 순간 들었다.

깜깜한 사방천지에서 명멸하는 수천의 전구 불빛은, 계속 바뀌는 조명 따라 너무도 휘황찬란해 어지러울 정도였다.

문이 열리기까지 30초간 누린 환상적인 꿈은 찰나라 아쉽기에 더욱 황홀스러웠지만 멀미처럼 속이 영 메슥거렸다.

현대미술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작품부터 엘 아나추이, 바바라크루거, 신디셔먼.

이어서 제니 홀저, 카라워크,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다카시의 작품까지 전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걸작을 만나 마음이 부요해진 하루.

그것도 무료로 왕창 호사를 했다.^^

걷는 것보다 외려 힘든,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까닭에 다리가 묵지그레하다.

그래서인지 기차에 오르자마자 곧장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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