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May 31. 2024

천륜보다 더 근원적인 그것

하늘의 인연으로 정해진 부모와 자식 관계를 흔히 천륜지간이라 한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 소셜 오피스 담당자와 사무적인 일로 국제전화를 통해 내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과정에서였다.

먼저 지극히 프라이빗한 생년월일부터 확인했다.

다음엔 태어난 곳을 물었다.

충남 어느 지역까지 재차 확인했다.

이어서 확인한 것은 어머니 이름이었다.

언젠가 시민권 인터뷰 서류에 본인 인적사항을 정밀하게 기재할 당시 썼던 엄마이름이다.


바로 그게 나의 존재증명원이 될 줄은 몰랐다.

구 씨 성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으나 한국에서처럼 아버지는 전혀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셈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듯 유대민족은 여러모로 대단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종.

전 세계 인구의 0.1% 미만이면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기도 하다.

미국 내 전체 인구의 고작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회적 파워는 막강하기 그지없다.

또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로스차일드나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유대계.

이 시대를 선도하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도 유대인이다.

미국에서 어떤 부부가 아이를 출산했다고 치자.

이때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유대인이어야 아이가 유대계로 인정받을까?

아빠가 아닌 엄마가 유대인이라야 그 자녀는 유대인이 될 수 있다.

즉 유대 사회는 모계사회다.

알만한 이는 그 확고부동한 이유를 납득할 것이다.

씨앗을 받아 키우는 밭이긴 하나, 어떤 씨를 발아시키는 가는 밭만이 아는 내밀하고도 고유한 성역이니까.

쥬이시에게 엄마란 존재는?

유대민족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종교와 전통 및 윤리 규범을 '가르치는' 역할자로서의 임무도 물론 크긴 하다.

쥬이시들의 성공 바탕에는 이렇듯 모성이란 토양 외에 어머니의 역할 자체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결과물이다.


바로 그 점에서도 아마존 부족은 옳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은 대단히 용맹스러운 여성 전사로 구성된 부족이다.

이 아마존 부족은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한다.

그게 맞겠다는 생각이 거듭 들게 된 연유라면 근자 접한 다음 경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엔 해외 입양아 거개가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아예 입양인 네트워크에 올려놓고 친생부모를 찾기 시작하는 추세다.

해외 입양인들이 친생모를 찾아 한국에 오면, 단 하나 자신의 존재증명인 입양서류에 근거해 유기된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추적해 나간다.

어쩌다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다 입양시설에 간 경우가 아닌, 버려진 아이라면 십중팔구는 엄마가 아이를 시설에 맡겼다.

기록의 단편들을 퍼즐 맞추듯 짜 모아 종당엔 엄마의 유전자 검사까지 동원해서 친생 관계를 확인받는다.

이때도 아버지 존재는 괄호 밖이다.  


막장 드라마 소재로 동원되듯, 뒤늦게 친자 확인검사 결과 불일치로 파국이 초래되기도 하는 예를 보아왔듯.

천륜 이전, 보다 근원적이고 한층 내밀한 발아의 핵심은 엄마 본인만이 알 뿐이다.


태아와 어머니와는 DNA를 나눈 데다 탯줄로 이어져 있었던 관계다.

더군다나 모체가 열 달을 태중에 품어 기른 사이 아닌가 말이다.  

모성은 위대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친생모를 찾긴 했으나 멀리서 엄마를 만나러 온 자식과의 만남을 끝내 거부하는 모질고 독한 모정을 누차 보아와서다.  

탈무드에,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전능자인 신도 세상 모든 곳에 천사를 보내줄 수 없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를 대신 보낸 거라고 했는데 더러 열외가 있긴 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모자관계가 성결하고 거룩하게 이어지면서 인류역사는 존속 돼오긴 했으나....


 

작가의 이전글 그림이 말해주는 루르드의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