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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02. 2024

동강 전망대 오토캠핑장 야경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3박 4일이었다.

어지러운 세간사 말끔 떨궈버리게 하는 신비로운 운해에 취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나무꾼 되었던 몇며칠.

구름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여 발치에 구름 거느리고 일몰 맞이한 다음 구름에 싸 안긴 채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잠드는.....

호텔이라면 응당 별 다섯 개 평점 받고도 남는 조건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은 해발 630m 고지에 위치했다.

청정자연 동강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캠핑장으로 소문나 있는 명소다.

발아래로 동강 줄기 휘감아도는 우람스러운 백운산(883m)을 마주하고 있어 너울너울 펼쳐진 칠족령 능선 사이 수시로 넘실거리는 운해 장관이었다.

그못지 않게 서녘 홍시빛으로 물들이며 산봉우리 너머 스러지는 낙조 또한 명품급.

캠핑장 아래로는 동강을 따라 정선 아라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변 태산준령이 빚어내는 경관 훌륭하다.




천혜의 비경 이룬 수려한 강과 숲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강원도.

강원도 동강은 정선에서 비롯돼 영월 서강 만나기까지 장장 65km를 굽이굽이, 처처에 절경 빚으며 구절양장으로 흐르는 사행천(蛇行川)이다.

하늘 가리듯 치솟은 암벽의 뼝대와 녹빛 강줄기가 번갈아 나타났다.

영월 정선에서만 아직 볼 수 있는 특이한 줄배 (강 양안에 밧줄을 매어 그 줄을 잡고 나룻배가 내왕)도 만났다.

본격 시즌도 아닌데 벌써부터 캠핑장은 어디나 할 거 없이 붐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인 리조트나 캐빈이며 펜션은 한물갔고 카라반이나 글램핑 캠핑도 편리하긴 하다.


그보다는 요즘은 자기 소유의 텐트를 치는 달팽이족 야영문화가 확산추세다.


집을 등에 지진 않았지만 각자 취향대로 원터치형, 접이형, 돔형, 거실형 텐트 등을 차에 싣고 달린다.


텐트 모양도 각양각색, 군막 같은 단순한 기본 형태부터 멋을 낸 인디언텐트나 몽골텐트도 있으며 그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야영용품만도 한살림이다.

전국 각처 어디든 풍치 뛰어난 오지의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추억 쌓기 여행을 하기에 최적화된 오토캠핑이라 야영장도 날로 진화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이처럼 편의시설이 완비된 야영장이 늘면서 이제는 하나의 여행문화로 탄탄하게 자리 굳힌 캠핑장이다.

멧새소리 들으며 곤충 들꽃들과 만나는 숲 속의 자연관찰장, 또한 바닷가라면 갯벌 체험학습의 기회가 되므로 젊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얼마전까지는 은퇴한 시니어층이 캠퍼의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젊은이들로 마니아층이 대폭 바뀌었다.



평지의 다른 캠핑장과 달리 높은 장소에 자리한 동강자연휴양림은 조마조마한 꼬불탕 산길을 오르는 데만도 십오 분이나 걸린다.

그럼에도 캠퍼들의 성지로 알려지며 주말이고 주중 없이 계속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 앓을 지경이라고.  

주말이 낀 경우 현 관리인력으로는 시설 청소와 쓰레기 처리가 불감당일 정도라 한다.

그래도 취사장 개수대 샤워실 화장실은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관리팀 노고로 비교적 깨끗했다.

과거 화전을 일궜던 터를 매입해 1백억 예산을 들여 조성했다는 휴양림은 조경과 편의시설은 그런대로 짜임새 있었다.

그러나 백억짜리 공사라기엔 '콩고물'이 먼저 떠오르며 어딘지 미진한 느낌이 들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간 소통창구로 개설된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곳 건축비와 얼추 비슷하다니 뭐 흠!

어차피 국민들이 낸 피 같은 세금 쏟아부을 바엔 북녘보단 동강 쪽이 백번 나을 터다.

강화유리로 만든 전망대며 전기 와이파이 온수 등 제반시설은 완벽했고 관리도 철저한 편이다.

그러나 2013년에 개장했다 하니 조성된 지 오래지 않아 그런가, 아직은 나무그늘  변변찮았다.

때마침 30도까지 치솟은 기온이라 아무리 산정바람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도 더위 피해 저 아래 물가로 내려가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일부 불편을 상쇄시켜 주는 멋진 새벽 운해뿐인가.


안개 싸인 건넛마을에서 아스름 뻐꾸기 소리며 긴 목청의 닭울음소리 들려 반가웠다.

울멍줄멍 높이 솟은 뫼 아래 오금 저리게 하는 발치 전망, 백운산은 도도한 아미만 드러낸 채 수묵담채화로 외연으로웠고.

정경부인 열두 폭 스란치마 고즈넉이 펼치고 사려 앉아있듯, 외씨 같은 버선코는 하마 뽀얀 운해에 가려 자취 묘묘했으니.

별밤을 분위기 있게 가꿔주는 불빛 밝힌 나방 유인등까지 운치로운 텐트촌의 야경 몽환적인 곳.


산마을 장터에 내려가 먹은 메밀소바와  곤드레영양돌솥밥 기억으로 오래 미소 짓게 될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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