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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05. 2024

에구머니나!

에구머니나! 대체 그 꼴은 뭐니?

너처럼 둔중하고 기이하고 못생기고 희한하게 두루뭉수리로 빚어진 동물은 보다보다 첨 본다.

어쩌라구유. 원래 이리 생겨먹은걸~.

누군들 치타처럼 날렵하고 코알라처럼 특이하고 해달처럼 귀엽게 태어나고 싶잖겠나유.

그래도 암튼지간 조물주께서 심혈 기울인 작품 '코끼리물범'이라네유.



엘리펀트 씰 비스타 포인트 (Elephant Seal Vista Point)가 있는 Hearst-San Simeon 주립 공원에 닿은 것은 공교롭게도 코끼리물범 무리들의 털갈이 시기였다.

떠밀려와 죽은 고래 떼처럼, 해변가 모래사장에 집단으로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코끼리물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퍼질러 누워서 이따금 제 몸에다 모래를 끼얹어댔다.

그러면서 묵은 껍질을 벗겨내고 새 모피옷으로 갈아입는다고 한다.

이때는 먹지도 않고 배설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얼마 동안 숨도 쉬지 않는다는데
근처에 이르자 말할 수 없이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속히 자리를 뜨고 싶은 맘뿐인데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붙들고 설명을 해주는 친절마저 고역스러웠다.




해양 포유동물인 코끼리물범은 몸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큰 코(수컷만)를 갖고 있는 볼품없이 생긴 동물이다.

수컷 길이는 14 ~ 16 피트이며 체중은 4,000 ~ 5,000 파운드에 이르는 거구다.

암컷은 그보다 작아 길이가 약 9 ~ 12 피트이고 체중은 900 ~ 1,800 파운드 나간다.

막 출생한 새끼도 3 ~ 4 피트이며 체중은 약 70 파운드이나 어미젖을 먹고 4 주 만에 체중이 네 배로 늘어난다고.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 만까지의 태평양 지역에서 생활하며

일생의 80%를 해상 또는 바닷속에서 보내는 해양 동물이다.

10월~5월까지 샌 시므온 해안에서 17,000마리의 코끼리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단지 일생의 20%에 해당하는 짝짓기와 출산, 털갈이 시기 때로 한정된다.

밸런타인데이 즈음이 짝짓기의 최적기로 코끼리 물범이 한창 시끄러운 때,

그 시기를 피한 덕에 탈피를 위해 죽은 듯 누워있는 그들을 에워싸고 들리는 파도 소리만 자장가로 들려왔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오징어, 낙지, 뱀장어, 작은 상어, 도미, 게 등을 먹고사는 코끼리물범.

한편 백상아리와 고래에 잡혀 먹히거나 기생충 감염 또는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도 된다.

코끼리물범은 고래와 함께 18 세기~ 20 세기 초까지 사냥감이 되어 멸종 위기에 이르기도 했었다.

두터운 피하지방은 가공해 기름으로 쓰였다는데 주로 램프 불을 켜고 윤활유로도 사용되었다.

슬그머니 코를 감싸게 만드는 역한 악취에 쫓겨 코끼리물범 무리 사진 몇 장 담은 다음

더 붙잡힐세라 뒤도 안 돌아보고 코끼리물범 전망 구역을 벗어나 쏜살같이 남하했다.ㅎ

San Simeon, CA 93452-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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