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Jun 16. 2024

젊음이 넘치는 색달해변으로 오세요

경쾌한 리듬을 타고 DJ DOC이 불렀다지요.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 ♪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오~~♬♬

가사가 흥얼거려지는 걸로 보면 70년대 노래를 힙합 스타일로 리메이크했나 봐요.

저절로 어깨 흔들흔들, 흥이 오르는 노래가 딱 어울리는 해변이라면 중문 색달해변을 들게 되는데요.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지 모르나 색달해수욕장에서 파도타기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 노래가 절로 떠오르곤 해요.

사실 그만큼 짙푸른 바다 호쾌하기 짝이 없고, 달겨드는 파도 장쾌한 곳을 제주에서 본 적 있나요.

서귀포 중문 색달해수욕장이야말로 여름 바다의 왕자, 으뜸가는 최상의 왕좌를 차지하는데 뉘 있어 감히 이의를 제기할까요.

특히 파도 거세고 높아 서핑의 최적지로  꼽히면서 서퍼들이 즐겨 찾는 윈드서핑의 성지가 됐지요.

매년 세계적인 서핑대회가 개최되는 바다이기도 하고요.

그뿐인가요, 겨울철인 1월 1일 새해를 기념하는 팽귄수영대회도 열리는 색달해변이지요.

특급호텔 즐비한 중문 관광단지를 끼고 있어서, 여름휴가철엔 찾는 관광객이  백만 명이나 된다니 명실상부한 제주 최고의 해수욕장 아니겠어요.

 

세계적 추세인 기상이변으로 벌써부터 후덥지근 무더운 날씨라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하는 반면 냉방병이 염려되므로 차라리 산이건 바다건 일단 피해봐야겠어요.

모기 등쌀에 수난 겪는 산 대신 이번엔 바다로 향했네요.

바라보기만 해도 넘치는 건강미 전이되는 거 같은 서핑족들을 보려고 그리하여 색달해변으로 갔어요.

색달해수욕장을 찾을 때는 주차장으로 해서 해식동굴이 있는 입구로 진입하지 않고 항상 신라호텔 숲길을 통해 내려가곤 하는데요.

전망 멋진 쉬리의 언덕에서 심호흡부터 하고 호젓한 숨비정원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파르나스호텔이 나와요.


거기서 바다로 이어진 비탈길 지나야 해변으로 들어서게 되지요.

단번에 와락 바다 품에 안기기보다 옷고름 풀고 한 겹씩 옷을 벗기듯 설렘이 있는 초야 의식을 나름 치른다 할까요.

자연이 선사하는 새소리 솔내음 들꽃향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내려 가면요.


무대가 열리듯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짙푸른 바다를 영접할 수가 있답니다.

확 안겨들며 짜잔! 따위 경망스런 호들갑을 떨지 않습니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그대 색달해변.

늘 거기서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출렁이는 청푸름에 대한 외경감, 하여 곡진한 심정으로 바다를 맞아들이게 되지요.

활처럼 휜 해안선에 진모살(긴 모랫벌)이 펼쳐진 색달해변은 주말임에도 물놀이객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요.

태풍이 중국으로 북상하다가 느닷없이 방향을 돌려 규슈를 지나 우리나라 남동해안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오전까지만 해도 수영을 즐기거나 서핑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정오 지나자 풍랑경보가 발효되며 입수 금지 조치를 내리더라고요.

바다에서 나와 물가 서성이는 해수욕객과 달리 서퍼들은 보드를 둘러메고 철수를 서둘더군요.

서핑스쿨도 텐트와 부스를 치우고 간이의자를 걷어가는 한편 서핑보드는 한데 모아 단단히 묶어두더군요.

하늘은 청명하고 태양 눈부시며 뭉게구름 유유히 떠다니건만 파장이 된 해변 분위기는 금세 싸해지데요.

당장 천둥번개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거나 너울파도 무섭게 밀려드는 것도 아닌데 먼바다 기상도에 따라 일찌감치 문을 닫는 해수욕장.

태풍이 지나간 이후라야 서핑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통 8월 중순까지가 해수욕 철이지만 그보다는 서핑 천국인 색달이므로 언제든지, 얼마든지 즐길 시간은 충분하지 싶어요.

발에 겨우 물만 적셨다가 하릴없이 백사장을 뒤로하고 롯데호텔로 해서 절벽 위에 있는 오션 뷰 끝내주는 카페로 올라갔지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저 아래 굼실거리며 달려오는 백마 군단의 멋진 파도를 감상하기 딱인 장소이거든요.

절벽 아래서 마구 뒤채이던 몸짓 끝내 참을 수 없어 흰 갈기 앞세우고 달려와 하얗게 파도 부서집니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날립니다.

포효하는 바다, 무서운 정열을 주체 못 함인지 사뭇 용트림치는 바다.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지지 않을 수없는 격렬한 사랑을 게서 보았어요.

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와서 허무로 끝나버릴 수밖에 없는 그 처절한 사랑을 영겁토록 해야 하는 파도.

머물러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의 사랑, 아니 이루지 못할 사랑이 안타까워 종내 가슴으로 맞부딪쳐 사라지고 싶은 걸까요.

매번 새로워 젊디 젊은 파도는 그 일회성에 목말라 끝없이 이어지는 것일까요.

눈에 파란 물이 들도록 오래도록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볕 기세 좀 누그러진 오후 네시, 그쯤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네요.

찻길로 나오려면 켄싱턴 리조트 가로질러 정문 통과하면 곧장 대로랍니다.

누구라도 제주에 와 가장 바다 다운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젊음이 넘치는 색달해변으로 오세요.

아름다운 여름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해안선 부드럽고 백사장 눈부시며 낭만이 넘치는 색달해수욕장으로 오세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서핑, 송정에서 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